[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이 세상 모든 종교인들이 하나가 되기를 염원합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예비교역자 시절 소태산대종사성탑 앞에서 심고를 올릴 때면 이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이것이 내 진로인가?’ 유도성 교무(원불교 미국총부)는 출가식을 6개월 앞두고 스승인 이정은 원로교무를 찾아가 진로와 이러한 기도·심경을 문답했다. 

그러나 스승의 답변은 단호했다. “아니다.” 서운할 만도 하련만, “그 말씀으로 무명이 바로 깨졌고, 바로 안심을 얻고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숙겁의 필연이었을까. 시민선방에서 6년 근무 후 원기85년(2000) 결국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원불교 미국총부 유도성 교무
원불교 미국총부 유도성 교무

미국 교화의 못자리판 ‘미주선학대’
첫 부임지는 필라델피아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이하 미주선학대)였다. 유 교무는 미주선학대 사감으로 지내면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했다. 학생들의 생활을 살피고, 어려움이 있을 때 맏형으로서 그들을 돌보는 일이 주된 업무였다.
하지만 물설은 이국 땅에서 미주선학대 1세대 예비교역자들의 생활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미국의 대학원 수업방식은 비판적 사고를 기르게 합니다. 신심이 약한 학생들은 혼란을 겪기도 하고, 영어가 힘든 학생들은 큰 스트레스를 받죠. 초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때문에 ‘미주선학대에 보내면 신심·공심을 갖추는 데 좋지 못하다’는 오해가 한때 국내에서 돌기도 했다. 이처럼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금은 미주선학대를 졸업한 교역자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유 교무는 이들이 앞으로의 미국 교화를 선도하는 인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 
 

미국은 지금 선과 명상, 영성에 관심
원기95년(2010) 봄, 처음 원달마센터에 갔을 때는 정식 입주 허가도 안 된 상황이었다. 봉불식을 마치고 바로 그해 11월부터 선방을 운영했다. “명상지도반을 처음 시작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20명 정도가 선법회에 왔어요. 미국은 명상 붐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미국인을 위한 정기훈련은 대부분 묵언으로, 기본 3박 4일을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했다. 평균 30여 명이 참석하며, 보통 훈련의 순수익으로 500만원 이상이 들어온다. 

“지난번 노동절에는 죽산 미국종법사님이 주 강사로 역할을 해주셔서인지, 평소보다 많은 인원인 42명이 참석해 훈련 순이익이 1,400만원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는 원달마센터가 현지인들을 위한 정기 훈련으로 대중 교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원불교의 무시선 무처선이라는 현대적 훈련이 그들의 삶과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기대되는 이유다.
 

현지인 교화와 교육 위한 교재 정비 필요
두 달 전 유 교무는 한국에서 스승님들의 영어 번역교재를 출판하기 위해 귀국했다. 미국에서 현지인 교도들의 도움을 받아 좌산상사의 〈마음 수업(The Principles for Training the Mind)〉과 경산상사의 일원상 서원문 해설집 〈마음 달 허공에 뜨다(The Moon Rises in Empty Space)〉를 재번역해서 출판했고, 〈소태산 예화집(Tales of a Modern Sage)〉을 영어로 발행했다. “이번 번역은 기존보다 번역의 오류가 없고, 영어 완성도가 월등히 높습니다.”

이 책들은 미국인 교화와, 특히 미주선학대에서 현지인 교도 학생을 교육하는 교재로 활용될 예정이다. 

유 교무는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바쁜 준비를 하고 있다. 출판을 마친 교재를 미국으로 가져가면, 앞으로 훈련의 체계를 더 완성도 있게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는다.

“‘일원주의가 세계주의’라는 말을 미국에 와서야 실감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개벽’은 ‘원불교가 처음부터 세계적인 종교’라는 말씀입니다. 또한 죽산 미국종법사님이 갖고 계신 한국에서의 행정 경험이 일원 씨앗을 서구 토양에서 잘 자라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2022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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