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해 기자
장지해 기자

제법 추워진 새벽, 한 교도가 어느 떡방앗간 앞에 줄을 섰다. 소위 말하는 ‘오픈런’을 위해서다. 최근 익산에서 핫하다는 ‘찹쌀떡’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영업이 시작되지만 한정 수량만 팔기 때문에 새벽 4~5시는 물론이고, 새벽 1시 30분에 나가도 스무 번째쯤 된다고 했다. 부산, 울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고, 텐트를 치는 이도 있단다. 그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첫 오픈런에 나선 건 새벽 다섯 시가 조금 넘은 때였다. 매장이 문을 열 때까지 남은 시간은 네 시간여. 그때 뒤에 선 두 아가씨가 의자 하나를 내밀며 “앉아서 기다리세요” 하고 말했다. 교도는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젊은 친구들의 권유는 계속됐다. 결국 앞뒤로 나란히, 교도와 청년들은 의자 두 개를 두고 번갈아 앉으며 9시를 기다렸다.

매장문이 열렸다. 찹쌀떡은 1인 5봉 한정 판매였다. 구매에 성공한 교도는 그중 한 봉지를 청년들에게 건넸다. 그들은 손사래를 치며 “이 귀한 걸 어떻게 받냐”고 했다. 교도가 말했다. “부산에서 왔다면서요. 나는 익산 사람이라서 또 와서 사면 돼요.”

두 번째 오픈런에 나섰을 때는 새벽 두 시였다. 그렇게 일곱 시간을 기다려 다섯 봉지를 산 그는 한 봉지를 계산대 앞에서 뜯었다. 그리고는 계산대에 선 직원들의 몫으로 찹쌀떡을 꺼냈다. 누군가에게는 의아할 장면이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의문이 하나 생겼다. ‘그렇게 힘들게 구한 것을, 오랜 시간 줄을 서야 간신히, 그것도 한정된 수량만 살 수 있는 것을, 생면부지인 이에게 선뜻 내주는 그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이어야 가능한 걸까.’

직접 만나 물어봤다. “어떻게 그런 마음을 낼 수 있어요?” 교도가 말했다. “그 아가씨들이 먼저 마음을 줬잖아요.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워요.” 계산원들에게 나눈 마음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직원들은 줄을 설 수 없대요. ‘매일 팔지만, 우리는 아직 못 먹어봤어요’라고 말하는데 얼마나 궁금할까 싶더라고요. 나는 또 줄을 서면 되니까, 맛이라도 보라고….(웃음)”

그 와중에 또 한 가지 이야기가 보태졌다. 

후에 다른 일을 보러 매장에 들렀을 때, 계산원이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 “덕분에 맛을 봤네요.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자기 몫으로 주어진 하나를, 어느 할머니 손님과 반씩 나눠 먹었다고 했다. “계산대 한쪽에 놓인 찹쌀떡을 보면서 ‘나도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하는데 어떡해요. 저도 손님에게 받은 것이라 다 드릴 순 없어서… 나눠 먹었어요.”

누군가 전한 작은 마음 하나는 감사가 되고, 그 감사가 나누고 쪼개지면 더 큰 감사와 은혜로 확장된다. ‘감사’는 누군가 내게 준 마음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발견하는 자의 것이다.

[2022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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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찹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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