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진 교도
남선진 교도

[원불교신문=남선진 교도] 올해 처음으로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 평소 텃밭에 유기농으로 채소를 가꿔먹는 재미를 알고 여러 작물을 조금씩 키워보긴 했지만, 고구마 농사는 첫 도전이었다. 남편도 처음 해보는지라 어디서 들은 말로 “30cm 간격으로 띄고 앞 순과 옆 순이 연결돼야 고구마가 열려. 심고 나서는 흙으로 덮어줘야 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본 고구마밭은 고구마순만 심어두고 흙은 안 덮었는데…. 이를 말해도 의견이 통하지 않았다.

결국 남편 말대로 흙을 덮어가며 고구마를 심으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일에 진척이 없었다. 그렇게 조금 심고 나선 힘이 드는지 전화기를 붙들고 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심어야 할 고구마가 산더미인데 모른 척하는 남편 덕분에 이튿날 결국 지인과 함께 3일을 고생하며 고구마를 다 심었다.

이후로도 일은 끝이 없었다. 풀 약을 하지 않았더니 풀이 하루가 무섭게 쑥쑥 자랐다. 주말마다 밭에서 풀 뽑는 것이 일이 됐다. 농사짓는 사람마다 “고구마 캐서 팔려면 중간중간 약을 잘 해야 한다”며 밑 잘 드는 약, 모양을 예쁘게 만드는 약, 굼벵이 약 등을 주라고 한다. 약을 치지 않고 유기농으로 한다고 하니 다들 걱정을 했다.

그래도 건강한 유기농 고구마를 위해 약을 치지 않고 몇 달간 애정을 가지고 키웠다. 그렇게 가을이 되고 대망의 수확의 날. 기대되는 마음으로 고구마를 캐보니 ‘이래서 판매하려면 약을 하는구나’를 실감하게 됐다. 모양도 여러 가지고 껍질은 굼벵이가 갉아 먹어 그야말로 인물이 안 났다. 그래도 집에 와서 쪄 먹어보니 가족들은 “우리 것이라 그런 게 아니라 지금까지 먹던 고구마랑 다르다. 맛있다”를 연발한다.
 

까치도 한입, 
애벌레도 한입씩 나눠 먹고,

모양도 저마다 
자라나는 대로 먹는 기쁨.

다행스럽고 기쁜 마음으로 주변에 나눠주며 “약을 안해 벌레가 먹었는데 맛은 좋다”고 이야기하면 유기농이라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들은 “고구마도 약을 하나요? 고구마는 원래 약을 안 하잖아요”라며 들쑥날쑥한 모양의 벌레 먹은 고구마를 반기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로는 유기농이 좋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유기농을 보거나 사서 먹을 때는 농약에 버무려야만 나오는 예쁜 모양의 과일과 채소를 좋아한다. 여러 가지로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유기농이라는 보람을 가지고 풀을 뽑으며 건강한 먹거리를 키우는 재미가 있었는데, 모양으로 외면받을 때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농사를 지을 때 약을 안 하면 모양도 못생기고 벌레가 갉아먹는 게 정상이다. 새와 벌레는 오히려 가장 좋고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다. 이렇게 농사를 직접 해보니 농약과 비료를 퍼붓지 않는 이상 마트에서 파는 상품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풍요의 시대인 요즘, 때깔과 모양이 탐스러운 과일과 채소 이러한 유기농 농산물을 수확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공력이 필요한지 알게됐다. 농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그냥 집에서 먹을 것은 태초부터 있던 본래의 흙에 까치도 한입, 애벌레도 한입씩 나눠 먹고 사람들과 같이 공생공영하면서, 모양도 저마다 자라나는 대로 예쁘게 자란 유기농 작물을 먹는 기쁨이 곳곳에 퍼지면 좋겠다.

/황등교당

[2022년 11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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