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된 동안 찾아가는 교화, 교당 리모델링 진행
올해 입교 어린이 40여 명… 청소년교화 이상 무

11월 16일 번개교당 류도영 교무가 수도군단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11월 16일 번개교당 류도영 교무가 수도군단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삭막한 군문의 철조망, 그 위에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까르르 내려앉는다. 군교화는 청년들만 교화대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어린이·청소년교화로 교화의 번쩍한 빛을 내는 원불교 번개교당(제17보병사단)의 이야기다. 

막혀버린 문, 열어가는 활로
류도영 교무가 3년 전 이곳에 부임할 때, 코로나19가 온 나라를 덮쳤다. 군은 발 빠르게 출입과 종교행사를 통제했다. 부임 3개월 만에 겪게 된 일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류 교무는 사단의 군종장교들과 함께 위기 극복 방법을 찾았다. 결론은 ‘찾아가는 교화를 하자’였다. 

그때부터 류 교무는 수송부 안전 기도회, 장병 인성교육, 훈련 출정 기도식 등 빈틈이 보이는 곳마다 프로그램을 넣어 활동반경을 넓혔다. 특히 기도식에 안전교육을 담아낸 부분에 반응이 좋았다. 류 교무는 5~10분 정도의 ‘안전교육’ 안에 교법을 녹여낸 짧은 설교를 하고 기도식을 진행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기도에 임하는 용사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류 교무는 “타 종교의 용사들도 안전교육 이후 기도식을 할 때 마음을 모으는 모습에 놀랐다”며 말을 이었다.

출입이 통제됐을 때의 이야기다. 부대에 근무하는 이웃 종교 군종장교들이 “교당에 고칠 것 없냐”고 물어왔다. 그동안 함께 회의와 교화를 하며 정을 쌓은 덕분에 예산집행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 류 교무는 출입이 막힌 김에 부대의 예산지원을 받아 노후화된 도량을 정비하기로 했다. 

2020년 5천만원 예산의 사업신청서를 제출해, 2021년 공사가 시작됐다. 누수가 있던 천장의 방수공사를 위해 레미콘을 7대나 불렀다. 또 이를 기회 삼아 교당 현관 외부에 타일이 까진 부분도  모두 철거한 후 대리석으로 반듯하게 정비하고, 2천여 평에 이르는 정원에 나무를 틈틈이 새로 심으며 교화로의 일보 전진을 위한 대대적 준비기를 가졌다.
 

다시 만난 용사들과 아이들
올해 1월, 다시 부대 문이 열렸다. 현재 번개교당 일요법회는 대면과 비대면(밴드 라이브)으로 동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7월부터는 9공수여단(경기도 부천시 소재) 법회까지 맡게 됐다. 9공수여단 법회에는 매주 수요일 저녁 20~30여 명의 용사가 참석하는데, 법회 후 즉문즉답 방식의 고민 상담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는 게 류 교무의 설명이다. 

그는 도량을 정비하는 동안 영내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이들과 관계를 맺는 데에도 노력했다. 그렇게 만난 아이들을 하나둘 입교시키고 모이게 해 법회를 보다 보니, 번개교당에는 어느새 어린이회원만 40여 명이 넘는다.

아이들이 친구를 데려오기도 하고, 군인인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종교활동을 권하는 분위기라 매주 출석 인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요일이면 이웃종교 행사를 참석했다가 교당에 오는 아이들도 있다. 번개교당이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만나는 용사와 어린이들에게 정성을 쏟은 결과, 류 교무는 민간성직자로서 11월 16일 상위부대인 수도군단 군단장에게 감사장을 받았다.


단단한 정신력으로 흔들리지 않게
혼자서 교당을 책임지는 것이 어려울 법도 한데, 그는 “도움 주는 이들이 있어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군종교구와 경기인천교구, 그리고 전임지였던 목포교당에서까지 손을 넣어주고 보태주는 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어디 그뿐인가. 전국 각지에서 보내주는 감자, 옥수수, 순대 등은 용사들에게 공양돼 간접교화의 씨앗을 심는 기회가 된다. 류 교무는 “그 은혜에 보은하는 길은 용사들에게 소태산 대종사님의 교법을 잘 전하는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물론 여전한 코로나19의 위협으로 인해 군부대의 문이 언제 다시 닫힐지 모르는 상황. 덕분에 긴장의 끈은 계속 놓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럴 때마다 류 교무는 발령 초기 ‘일요일은 법회 보는 날’로 알았던 패턴이 타의에 의해 무너졌을 때 받았던 충격을 상기한다.

불시에 다시 그 충격에 빠지지 않으려면 멘탈(정신력)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그는 이제 안다. “멘탈도 교화력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제는 100명이 내일 갑자기 200명이 됐다가, 갑자기 아무것도 못 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교무로서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멘탈을 세우는 게 군교화의 포인트 같아요.”

[2022년 11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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