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그의 명함이 낯설다. 방쿤(BKOON), 스마트폰연구소 대표, 스마트폰 사진강사. 본명 방현수(법명 명환·사직교당)보다 잘 알려진 ‘방쿤’이라는 이름. 그는 세상에 없던 직업을 만들어낸 최초의 사람이며, 하나의 콘텐츠를 강의와 책, SNS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하는 멀티플레이어다.

과학고에 입학하고 나서야 이과 적성이 아님을 깨달았다. 휴대전화도 없었던 기숙학교라 도무지 할 게 없었다. 그가 찾은 답은 바로 책. 고등학교 3년간 읽은 책이 600권에 이른다. 오늘은 문학, 내일은 경제, 모레는 종교… 맥락없이 잡독했으나 결국 피가 되고 살이 됐다. 적성에 안 맞는 학교였지만 덕분에 두뇌는 기름지고 내면은 단단해졌다.

책만 읽었지만 한양대학교 공대에 진학했다. 허나 이번에는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1년 만에 휴학했다. 아르바이트를 했고, 알바비로 좋은 카메라를 샀다. 하긴, 중2 때 세뱃돈 전부를 털어 일본 직구로 디지털 카메라를 샀던 그다. 사진은, 그의 오랜 취미였다.

그의 취미에는 여행도 있었다. 배낭 하나 메고 몇십 개국을 다닌 그. 해외에 보내주는 공모전이나 가장 저렴한 특가 비행기 티켓을 찾아냈다. 그가 공들였던 공모전에서 떨어지던 날, 속상한 마음에 56만원짜리 뉴욕행 티켓을 끊었다. DSLR을 챙길 겨를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왔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 SNS에 올렸다. 
 

손쉬운 보정으로 느낌 그대로를 담은 나만의 사진 찾기
강의플랫폼 수강생 6천명, 200여 곳의 기관·기업 강의 
몇 번의 위기를 기회로, 세상에 없는 직업 만들어낸 최초인

무심코 올린 사진이 불러온 기회
“방쿤님, 혹시 스마트폰 예술사진 강의 해주실 수 있나요?”

2015년, 기회는 그렇게 왔다. 막 런칭된 강의플랫폼에서 제의가 왔고 그는 덥썩 물었다. 그것이 그가 우리나라 최초의 ‘스마트폰 사진작가’가 된 연유다. 뭐가 됐든 늘 강사가 되고 싶어했던 그는 정말 열심히, 신나게 강의를 했고, 6,000여 명의 수강생이 강의평점 4.87을 줬다. 기관 및 기업에서도 문의가 줄을 이어 강의 경력은 어림잡아도 200여 번이 넘는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매일 인생사진 찍는다>(2019, T.W.I.G)를 펴냈더니 꾸준히 잘 팔렸다.  

“스마트폰의 화질도, 보정기술도 갈수록 좋아지더라고요. 이제는 사람들이 DSLR 대신 스마트폰으로 인생사진을 찍겠구나 싶었어요. 더 연구했고,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했죠. 핵심은 딱 두가지입니다. 촬영 즉시 보정, 보정 즉시 공유.”

기존의 사진은 늘 우리 눈과 뇌를 배신했다. 눈앞의 풍경은 막상 카메라에서는 별로였고, 잘 꾸민 내 얼굴은 사진으로 보면 못나 보였다. 그런데도 우리는 “카메라가 찍은 것이 사실이며, 우리 눈이 착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쿤은 바로 여기에 의문을 가졌다. “생각대로 나오지 않는 사진이 과연 진실인가?” 그는 보정에서 답을 찾았다. 보정이라는, 이미 너무 평범해진 기술을 통해 내가 본 것과 내가 느낀 것을 표현하는 일. 그것이 바로 스마트폰 사진의 정수다.
 

교무의 소맷자락을 ‘방쿤스타일’로 담아냈다.
교무의 소맷자락을 ‘방쿤스타일’로 담아냈다.

스마트폰으로 인생사진 찍는 시대
그의 강의는 스마트폰 잡는 법에서부터 구도와 색감 보정, 업데이트까지 아우른다. 그의 팁들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원하는 모습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도움이다. 바로 이 지점에, 그가 염려하는 ‘취향의 매몰’ 문제가 있다.

“한시간 강의로도 사진을 건지는 사람이 있고 헤매는 사람이 있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으면 그 느낌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그저 유행을 좇거나 호불호가 없는 사람은 끝까지 감을 못잡죠. 유튜브나 남들이 해서가 아닌, 내가 좋아해서 내 취향을 뿌리박는 것이 중요해요.  제가 사진 강의를 통해 하고 싶은 얘기입니다.” 

누구나 부러워하고, 특히 MZ세대들의 워너비가 된 방쿤 작가. 허나 “마음공부를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20대의 방황이 짧았을 것”이라 단언한다. 견진성사까지 받은 가톨릭 신자였으나 정작 힘들 때 찾게 되지 않았다. 그러다 여자친구인 제혜정 교도(법명 혜원)에게서 “나 원불교야”라는 말을 듣고 확 느낌을 받았다. 그에게 원불교는 ‘4대종교의 하나이자, 현세와 관련이 깊고, 사회적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종교’였다.

“연애한지 4개월만에 아내 외할머니(故 신일영 교도)가 열반하셨어요. 전주에 내려가 사흘 내내 지키며 가족들과 효자교당 교도님들을 뵀죠. 그런데 너무 좋으신 거예요. ‘이분들과 가족이 되면 좋겠다. 원불교 교도도 되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부리나케 사직교당에서 입교, 여자친구 없이도 혼자 장모님(이완순), 이모님(이여심)과 법회를 본다. 이런 교당사위를 교도들은 꽃본 듯 예뻐할 수 밖에.
 

매번 바뀌는 불단의 꽃을 ‘방쿤스타일’로 담아냈다.
매번 바뀌는 불단의 꽃을 ‘방쿤스타일’로 담아냈다.

불단 꽃꽂이, 일상의 원 찍어보세요
“아이패드로 <원불교 교전>을 읽는데 깜짝깜짝 놀라요. 일단 한글이라 이해도 빠르고, 소태산 대종사께서 눈앞에서 얘기해주는 느낌이에요. 물질과 정신을 분리시킨 점, 물질의 개벽을 전제한 점도 놀랍습니다. 종교는 흔히 과거지향인데 원불교는 생생약동하며 미래를 향하고 있어요.”

그가 짚어주는 ‘원불교 인생사진’은 무엇일까. 일원상과 매번 달라지는 불단 꽃꽂이, 그리고 생활종교의 의미를 부각하는 일상의 원 등이다. 그는 내년에 지역 어르신들에게 장수사진을 찍어주는 교화도 고민하고 있다. 아마도 전생부터 인연이었을 듯한 여자친구와는 12월 4일 결혼으로 진짜 일원가정을 이룬다. 세상의 눈과 손이 그의 스마트폰 카메라를 기대하고 있다. 그 카메라가 이제는 원불교를 비춘다.
 

[2022년 11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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