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규완 교도
모규완 교도

[원불교신문=모규완 교도] 해마다 명절이면 고향을 찾는다. 내 고향인 장수군 산서에 가면 산천이 너무 좋아 타향에서 지친 몸과 마음이 저절로 치유된다. 

고향에 가면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개구쟁이 친구들과 25년 전에 만들어진 진전 향우회의 이름으로 부모님 곁에서 만난다.

올해 추석에도 많은 회원이 참밭(진전) 마을회관에 모이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찾아간 고향 마을. 매년 마을 입구에 들어설 때면 나도 모르게 어떤 막연한 기대와 설렘을 느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추석은 시절이 빨라서 벼 베기도 이르고 다른 과일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렇게 큰 기대 없이 고향으로 향하는 길, 마을에 들어가는 다리 건너편부터 많은 군중(?)이 마을 도로 양편에 늘어서 있었다. “야! 이게 무슨 일이야? 누가 나와 있나?”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으로 눈을 훔치고 다시 보니 군중인 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수많은 해바라기였다.  해바라기는 활짝 피어올라 함박웃음으로 마을을 찾는 이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해바라기들이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우리처럼 여유를 갖고
웃어보세요.’

차를 멈추고 환영인파로 보였던 해바라기밭에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이 나오셔서 고향을 찾아온 나를 웃으며 포옹하고 반겨주는 것 같았다. 잠시 눈시울이 젖었다. “참 살다 보니 이런 경험도 한다”며 나는 아내와 함께 해바라기 군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결혼 후 오랜만에 귀하게 얻은 사진 한 장이다.

이러한 환영을 받으면서 마을 주민에게 해바라기의 내력을 물어봤다. 알고 보니 정년퇴임 후 귀향해 마을 이장을 맡아 고향 발전에 노력하고 있는 장하열(연광) 원로교무님의 아이디어였다.

소식을 전해주신 마을 분도 “봄 여름내 소중하게 심고, 가꿔줬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가을이 깊어지는 지금까지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활짝 함박웃음을 선사하네요”라며 해바라기를 닮은 미소를 보인다.

내력을 듣고 나서 다시 해바라기밭을 찾으니, 마을에 온 방문자들에게 여유 있게 웃음 지어주는 해바라기들이 현대인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산업화·정보화 사회를 바쁘게 살아가며 여유와 미소를 잊은 현대인들에게 ‘우리처럼 여유를 갖고 웃어보세요’ 하는 듯하다.

명절에 고향을 찾는 우리 인간도 마치 연어처럼 큰 바다에서 성장하고, 다시 모천(母川)에 돌아오는 것 같다. 돌아만 와도 좋은 고향일진대, 오랜 여정 끝에 마주친 해바라기 환영인파라니! 넘치게 대우 받은 기분이다.

우리 마을 향우회 회장이면서 마을 이장을 맡아 마을발전에 애쓰는 장하열 원로교무님은 “이것이 개인과 마을 공동체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하나의 ‘풍경이 있는’ 멋진 해바라기 인생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굳이 명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고향을 찾으면 해바라기가, 아니면 다른 무엇이라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기대된다. 

“장수군 참밭의 해바라기 함박웃음, 만세다 만세!”

/마동교당

[2022년 12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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