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화 교무
우정화 교무

[원불교신문=우정화 교무] 몇몇 교무들과 함께 책 읽기 겨울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책 읽기에 겨울훈련이란 단어를 넣은 것은 단순한 읽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 실천을 유념조항으로 삼고 공부하려는 의지를 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월 21일 각 임지에서 결제했고, 12월 20일에 모여서 우리가 선택한 책 속의 한 장소에서 감상을 나누며 해제할 계획입니다. 겨울훈련의 다양한 버전이 생겨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책은 유홍준 교수의 <안목>입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안목의 중요성, 특히 지도자의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정말 실감합니다. 이 책은 한국미술사의 대표적인 유물들로 독자들에게 미(美)를 보는 눈,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합니다. 안목은 꼭 미를 보는 눈에만 국한하는 말이 아니고 세상을 보는 눈 모두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미술학자들에 비해 미를 보는 안목은 부족할지 몰라도 세상을 보는 탁월한 안목을 가졌습니다. 이유는 소태산 대종사님의 교법을 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이 은혜임을 알았고, 모두가 부처임을 알았고, 그래서 일마다 불공해야 함을 압니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하신 소태산 대종사님의 탁월한 안목과, 그것을 알아보고 공부하며 세상에 전하려는 우리의 안목은 참으로 탁월한 선택입니다. 

안목은 어떻게 생길까요. 안목(眼目)은 분별해내는 견식입니다. 안목이라는 한자어는 눈(眼+目) 두 개로 구성됐습니다. 안목이 있는 사람은 어떤 대상의 차이를 구별해내는 눈 밝은 사람입니다. 안목과 비슷한 단어가 바로 눈썰미입니다. 눈썰미라는 말뜻은 어떤 행위를 한두 번 보고 따라 해내는 재주인데, 그 재주에 선행되는 것이 ‘잘 본다’입니다. 결국 눈썰미의 기본은 관찰력입니다. 그런데 눈썰미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안목이 높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안목은 단순한 관찰력을 뛰어넘는 감정이입과 마음을 울리는 견해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우리에게는 교법을 알아본 탁월한 안목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법위등급에 비유해보면 보통급은 눈썰미에 해당하며, 안목을 갖게 됨의 시작은 특신급에 해당합니다. 일단 모든 교도는 남다른 눈썰미를 가진 자로서, 자의든 타의든 관찰력을 가지고 원불교를 선택해 보통급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에 환희심을 가지고 교법대로 살아보려는 마음은 ‘특신급’에서 시작합니다. 특신급은 우리의 교리와 법규를 대강 이해하며, 모든 사업이나 생각이나 신앙이나 정성이 다른 세상에 흐르지 않는 사람의 급입니다. 곧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데 원불교적 안목을 처음 갖게 되는 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산상사는 “특신급은 세속적 가치에서 진리적 가치로 전환하는 귀중한 시기”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에 뿌리를 두고 신심을 냈는가? 교법에 뿌리를 두었는가? 인연에 뿌리 하며 신심을 냈는가를 살피며 법신불 신앙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눈썰미가 있어 원불교를 택했더라도 안목을 길러야 생활이 변화되고, 인생과 영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신급은 두 번째 급이지만 
일초직입여래위(一超直入如來位) 할 수 있는 급

청년교화를 할 때 항상 4월이면 교리퀴즈대회를 진행했습니다. 퀴즈대회 방식은 해마다 달랐지만 주제는 ‘특신급 가는 길’이었습니다. 적어도 ‘청년시절에 특신급은 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년교도들에게 “특신급은 부모님이나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원불교에 다니는 것을 아는 급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신의 종교에 대한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특신급이기 때문입니다. 대산종사도 특신급을 설명하며 “정법정신으로 마음의 표준이 서져서 일생뿐 아니라 영생을 진리와 스승과 법과 회상에 심신을 귀의한 경지”라고 했습니다. 저는 청년시절은 인생의 방향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특별한 신심, 특신이 되어 모든 사람이나 생각이나 신앙이나 정성이 다른 세상에 흐르지 않아 원불교적 안목 갖추기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청년시절에 정식특신급이 되었고, 공부 경력이 돼 법호까지 받은 분이 휴면교도가 되거나 종교를 바꾸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정식특신급 이상이면 휴면교도가 되거나 적어도 종교를 바꿔서는 안 될 정도의 공부심인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요?

‘철학을 배우지 말고, 철학함을 배우라.’ 칸트의 유명한 말입니다. 그저 누군가의 사상을 이해하거나 해석하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세상의 원리와 이치를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신급이 되었는데 신앙과 수행이 다른 세상으로 흐르는 것은, 바로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을 해석하고 아는 데 그쳤을 뿐 상시 응용 주의사항과 교당 내왕시 주의사항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산상사는 좋은 것과 가치 있는 것에 대해서 “아!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고 처음 생각을 일으키는 것은 발심이요, 발심이 깊어지면 ‘반드시 이뤄야지’라고 마음먹는 결심을 하게 되며, 그다음에는 이 결심을 지속시키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특신의 시작입니다.

대산종사도 특신급 정법정신에 대해“나는 정산종사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법문을 받들었다. ‘남들은 항상 소태산 대종사님을 위하여 이렇다 저렇다 하나 나는 한시 반시도 소태산 대종사님을 잊지 않고 산다’고 하시더라. 나도 그때 같이 느끼고 깨달아 항상 소태산 대종사님과 정산종사님을 잊지 아니하고 모신다”고 하셨습니다. 스승님을 잊지 않고 산다는 것은 그 말씀을 잊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특신의 안목입니다.

스스로, 그리고 교당과 교단을 보면 특신이 참 중요한 급임을 새삼 느낍니다. 특신급은 두 번째 급이지만 일초직입여래위(一超直入如來位) 할 수 있는 급이기도 합니다. 한번 뛰어서 바로 여래위에 오르는 그 자리가 바로 특신급이라는 스승님의 말씀을 깊이 새겨봅니다. 

‘특신급 가는 길.’ 입교해서 보통급에 들어섰다고 누구나 가는 길이 아닙니다. 또 보통급 교도들만이 가야 하는 길도 아닙니다. 교무님이 누구를 콕 집어서 보낼 수 있는 길도 아닙니다. 오직 진리와 둘 아닌 신심으로, 오직 스승과 둘 아닌 신심으로, 오직 법과 둘 아닌 신심으로, 오직 회상과 둘 아닌 신심으로만 갈 수 있는 길입니다. ‘아름다운 얼굴이 추천장이라면 아름다운 마음씨는 신용장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처로 향하는 길에 보통급이라는 추천장을 받았다면 특신급이라는 신용장을 받아야 합니다. 결국 신용장을 받아야 그 관계가 오래가며, 부처의 문패를 달 수 있습니다.

유홍준 교수의 <안목>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당대에 안목 높은 이가 없다면 그것은 시대의 비극이다. 천하의 명작도 묻혀버린다. 많은 예술작품이 작가의 사후에야 높이 평가받는 것은 당대에 이를 알아보는 대 안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를 보는 눈이든 세상을 보는 눈이든 당대의 대 안목을 기리는 뜻이 여기에 있다.’ 교단과 세상에 소태산 대종사의 안목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줄까 말까, 할까 말까 그렇게 평생 망설이지 말고, 기꺼이 특신급 가는 길에 동행하길 부탁합니다.

/서울교구 사무국

[2022년 12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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