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해가 다 가는데도 끝날 조짐이 없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이번 전쟁으로 군인 전사자가 1만명에서 1만3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BBC는 지난 6월까지 우크라이나 민간인 3천5백여 명이 러시아군에 의해 살해됐다고도 발표했다. 이 모든 것은 추정치이기에 세계 각국은 이보다 훨씬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무모한 전쟁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만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침범국인 러시아 역시 군인 1만8천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BBC는 보도하고 있다. 미국 측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군 사상자가 10만 명, 우크라이나 역시 이와 비슷한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근거하면 올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젊은 장병 20만명이 사망하거나 다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켜 젊은이들을 살상의 사지로 몰아넣는 이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난 10월 29일 밤 10시 15분경, 이태원에서 일어난 10.29참사는 아직도 온 국민을 아프게 하고 있다. 오랜만에 대면의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동으로 모여든 157명의 청춘들을 희생시킨 대형 압사사고는 현대 사회의 비극이 됐다. 이는 세계적인 도시를 자랑하는 서울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참사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는 일상의 축제 현장에서 일어난 대형 인명 사고이기에 그 충격이 더욱 크다. 특히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몇 번의 경고음에도 재난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은 것은 인재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라고 자부하지만 국민들은 이 나라가 자신을 지켜 줄 것이라는 믿음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힘들어졌다.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에 사는 국민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에서 10살 어린이가 엄마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년은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사주지 않는 데 불만을 품고 고의로 엄마를 겨냥했다는 사실을 자백했다. 심지어 엄마가 숨진 직후 인터넷 쇼핑몰 계정에 접속해 헤드셋을 구매하는 천연덕스러움을 보이기도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비록 철없는 아이의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생명경시와 인간의 폭력성에 경악을 거둘 수 없다.

한 생명이 떠나는 것은 곧 하나의 우주가 문을 닫는 것과 같다. 세상 최고의 가치라 하더라도 생명과는 바꿀 수 없으며, 모든 생명은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러기에 종교가에서는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생명살상과 경시를 결코 용서 할 수 없다. 세상에 생명만큼 존귀한 것은 없다. 생명의 희생을 막는 일은 지도자들이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할 제일 덕목이다.

[2022년 12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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