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인구 250만, 웬만한 광역시 규모
익산시 인구의 9배, 비어있는 생산층 채워
인구문제 대안으로 급부상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2022 카타르월드컵 관중석에서는 다양한 인종이 각자 나라의 국기를 펄럭이며 응원했다. 비단 관중 뿐일까. 무려 ‘국가대표팀’인데, 선수들만 봐서는 어느 나라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한 선수가 골을 넣으면 그와는 전혀 다른 피부색을 가진 선수가 얼싸안고 좋아했다. 국경을 넘어 섞이고 있는 세상의 속도가 그곳에 있었다. 그 경기장이,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였다. 

2020년 12월 기준 국내 거주 이주민은 215만명이지만, 미등록 외국인을 포함하면 250만명을 넘는다. 이는 대구광역시 인구(237만)와 인천광역시 인구(296만) 사이의 숫자이며, 익산시 인구(27만)의 9배쯤 된다. 코로나19 상황에도 한국으로 아예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결혼이주자, 외국인노동자, 유학생 등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미국이민 1세대에서 찾는 우리의 미래 
250만이라는 숫자는 이렇게도 풀이된다. 대한민국 인구 20명이 모이면, 그 중 1명은 이주민이다. 한 반에 20명인 초등학교 교실에 1명의 ‘다른 친구’가 있어야 자연스럽다. 한국 땅에 살면 대전이나 광주, 울산, 대구 사람보다 이주민을 더 자주 만난다는 얘기다. 2040년 예상되는 이주민 인구는 323만명, 총인구 중 6.4%에 이를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이주민과 더불어 사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떨까. 역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196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미국 이민 1세대들은 참정권이 없었다. 1992년 LA 코리아타운 폭동으로 큰 피해를 본 한인들은 시민권을 취득했고, 정치권이 한인사회에 관심을 갖도록 투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2020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한국계 의원이 4명이나 배출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웬만한 광역시 인구를 이루는 이주민들이 자신들에 이로운 후보에 투표할 것은 자명하다. 변화는 어디서부터 일어날까. 우리나라에서 이주민이 가장 많이 사는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 본동은 외국인 비율이 무려 89.4%에 이른다. 영등포구 대림2동(83.7%), 수원 권선구 세류1동(79.7%), 시흥시 정왕본동(61.1%), 김해시 주촌면(55.2%), 화성시 양감면(44.5%), 포천시 가산면(41.8%) 등이 뒤를 잇는다. 

 

지자체에서 모셔가는 인구문제의 대안
사실 인구절벽의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으로서는 이주민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늘어나는 노인을 부양하려면 노동력이 필요한데, 쪼그라든 젊은 세대를 대신할 것은 로봇 아니면 이주민뿐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이주민 인구(250만)보다 적은 221만으로, 심지어  3명 중 1명은 70대다. 반면, 대한민국 이주민의 80%가 경제활동 연령인 20~59세다. 일할 사람 없는 지방도시와 농업, 수산업, 축산업 등 1차산업지가 이들을 두팔 벌려 환영하는 이유다. 올해 경주시는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로, 100명의 캄보디아인들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농번기 일손을 도왔다. 이들은 누군가의 일자리를 뺏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 비어있는 한국사회의 생산층을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이미 이주민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영광군은 지난해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정착지원금 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일반 전입자가 세대당 10만원, 학생과 군장병에게는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에 비해 후하다. 
이주민 인구가 1만명인 익산시가 개관한 익산글로벌문화관은 전북 최초의 다문화전시 및 체험시설이다.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오자이 입기, 베트남 놀이 배우기 등 세계문화체험을 펼치고, 중앙동 교복거리에서 글로벌 플리마켓도 개최했다.

한 달째 방치된 모스크 앞 돼지머리
하지만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에 비해, 우리들의 열림은 더디다. 우리나라는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거부감이 유달리 강하다. 대표적인 예가 예멘 난민이다. 2018년 예멘 난민신청자 484명을 강제 출국 시키자는 의견에 무려 70만명이 청원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흉흉한 정보가 찌라시로 돌아다녔다. 

대구에서는 이슬람사원인 모스크 건립을 놓고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중단된 공사현장에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돼지머리 2개가 한 달 넘게 방치돼 있다. 이슬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기에, 이는 매우 거친 혐오의 표현이다.

이주민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필요하지만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이율배반의 상태다. 2021년 우리나라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52.27점으로 절반 수준이다. 2022년 인권의식실태조사에서 국민의 36.2%만이 ‘이주민 인권이 존중된다’고 답했으며, ‘이주민을 우리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는 응답은 10명 중 7명이 채 안 됐다. 누가 인권침해나 차별을 많이 받는지 물었더니, 경제적 빈곤층(38.2%), 장애인(33.7%)에 이어 결혼이주민·이주노동자(20.3%)라고 응답했다. 이는 전과자나 성소수자, 노인, 비정규직보다도 높은 수치다. 

원불교의 특별한 장점 중에 수용성이 있다. 다름에 대한 원불교의 열린 자세는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감동포인트다.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을 향한 교단의 열림 역시 오래 이어져왔다. 탈북청소년들의 보금자리 한겨레중고등학교와 이주민들에게 한글과 문화를 전해온 서울외국인센터, 그리고 원다문화센터, 원고려인문화원, 남원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경남교구 봉공회, 제주교당 원불교중국어아카데미, 무주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군산지구 봉공회 등이 이주민과 함께 하고 있다. 

물질은 이미 다문화에 당도했는데, 정신은 더딘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이주민은 빠르게 우리의 이웃이 되며, 함께 대한민국을 이뤄가고 있다. 그러므로 원불교 개교표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다시 빛난다. 진정한 다문화로 가는 길목, 어쩌면 원기100년대, 교단 4대의 ‘정신개벽’은 바로 이 포용과 이해, 존중일 것이다.

[2022년 12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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