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수록 매력 있는 우리 가락,
‘낯설지만 운치 있는’ 시조창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유인천 교도(승부교당·80) 수상소식이 들려왔다. 
제21회 임실 전국시조 경창대회에서 대상부 장원의 영예를 안은 유 교도는 각기 출중한 실력을 자랑하는 전국 출전자들을 제치고 전국대회 최고부문 장원을 차지했다. 소년 같은 수줍음을 안고 있는 유 교도와 ‘낯설지만 운치 있는’ 시조창 이야기가 시작됐다. 교도 수상 소식을 반갑게 전한 강은명 교무의 살뜰한 교도 챙김 덕분에 성사된 만남이다. 

정읍시 북면 원승부 1길 23-3. 유 교도가 태어난 마을이다. 승부교당이 있는 이 마을은 고흥 유씨 집성촌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면서, 열 살 때 6.25 한국전쟁을 겪었어요. 어려운 시대를 살았는데, 결혼을 일찍 해서 5남매를 키웠죠. 시골에서 농사지으면서 자녀들 대학교까지 졸업시키느라, 사실 입교는 일찍 했어도 원불교에 정성을 다 못드렸지요.” ‘부족한 자신을 인터뷰한다고 하니 여러모로 송구한 마음’을 그는 먼저 내보인다. 

그가 시조창에 입문한 것은 자식들을 모두 독립시키고 난 후다.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그의 나이 70대 초반에 늦깎이로 시작한 공부다. “2011년도에 정읍선비문화관이 설립됐어요. 13개 반 강좌 중 시조반이 개설됐는데, 친구가 권유해서 배우게 됐죠. 그때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제 딴에는 열심히 했어요.” ‘시조 한번 해보소’라는 친구의 말에 시작한 시조창, 남들보다 늦었던 시작이었기에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배웠다. 

“나이도 있고 하니 얼굴 내놓고 목청껏 해보지는 못했지만, 사람들 없는 곳에서 시간나는데로 열심히 했어요. 전북은 안 다닌 곳이 없고, 대전, 부여, 함안, 경상도 성주, 서울 송파 등 전국을 다니면서 경험을 쌓았어요.” 이어 그가 시조창의 단계를 안내한다. 
 

“시조창은 평시조로 시작해서 사설 시조를 배우고, 그것이 끝나면 지름시조로 넘어가요. 한 옥타브 이상 올려서 부르는 것을 지름시조라고 해요. 평시조, 사설시조, 지름시조를 마치면 명인부, 국창부, 대상부로 나눌 수 있어요. 지금은 명인부와 국창부를 통합하기도 해요.” 

“1년에 한 번씩 전국 각 시지회에서 대회를 하는데 1등을 해야만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어요. 시조창이 실지로 어려워요. 1박부터 8박까지 호흡이 길어야 해요. 단계가 올라갈수록 율려(악보)법도 힘들어요. 호흡을 뺐다가 올렸다가, 또 뺐다가 올렸다가. 숨을 그렇게 하기가 좀(여간) 힘이 들어요.”

지난 10월 11일 임실 전국시조 경창대회에서 대상부 장원을 수상한 그. 정읍선비문화관 창설 이후 대상부 장원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그가 지회장을 맡고 있는 사)대한시조협회 임실군지회에는 54명의 회원들이 있다. 그는 사범을 도와 교재를 만들고 기초반부터 가르치며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수줍음을 보이던 그에게 시조창 한 대목을 부탁했다. <황학루> 한시를 우조지름시조로 변형한 ‘석인이 누런 학을 이미 타고 가니(석인이 이승)’의 꺾고 굴리고 읊는 소리. 들을수록 매력 있는 우리의 가락이 교당 안을 가득 채운다. 그의 모습, 아름다운 청년이다. 

[2022년 12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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