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 교무
김윤환 교무

[원불교신문=김윤환 교무] 출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요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출가자를 배출해내는 곳이 있다. 하나는 전무출신 자녀모임인 ‘원친회’고 또 다른 하나는 ‘원창학원’이다. 원불교 개교정신에 입각해 ‘과학과 도학을 겸비한 전인교육을 통한 새 문명사회 건설의 주역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원창학원은 매년 꾸준히 출가자를 배출해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청소년교화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5년째 근무 중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청소년교화에 기여하고 있을까?

원창학원 다섯 개 학교(원광중·고, 원광여중·고, 원광정보예고)에는 법당 교무가 한 명씩 있다. 법당 교무들은 수업 시간에 진로 혹은 철학 수업을 맡고, 학교의 법회나 공식적인 행사에서 의식을 진행하며 각 학교를 대표한다. 그뿐만 아니라 교내 원불교 동아리인 ‘보은회’의 지도를 맡아 학생들과 함께 성지 순례 및 정기훈련을 진행해 원불교 마음공부를 실천하게 하고, 지역 교당과 연계해 학교 학생들을 인근 교당으로 보내는 활동 등을 한다. 

하지만 나는 법당 교무가 아니다. 교단의 정책 인재로 선발돼 출가 후 학교에서 영어 과목을 가르친다. 학생들이 ‘교무님’이라고 부르는 법당 교무와는 달리, 나는 ‘영어쌤’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다. 학생들은 ‘교무님’이라고 부르는 법당 교무들이 마음에 대한 이야기, 원불교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대체로 수긍을 한다. 하지만 ‘영어쌤’인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 방금 되게 교무님 같았어요!”라는 당연하면서도 씁쓸한 말을 한다.
 

음으로, 양으로 꾸준히 
원불교 접하게 하는 것이

내가 해야하는 일.

어쩌면 나의 존재가 ‘교무님’보다 ‘영어쌤’으로 인식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게도 나만의 영역이 있다. 법당 교무가 학생들에게 ‘교무님’인 것은 득도 있지만, 때로는 실이 되기도 한다. 일부 학생들은 본인이 신앙하지 않는 종교에 배타적이며 비교과 과목인 철학 수업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도 ‘영어쌤’은 배척하지 않고, 주요 과목인 영어 수업은 귀담아듣는다. 말하자면 청소년교화에 있어 법당 교무의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내가 있는 셈이다. 그렇게 법당 교무와 상호 보완적인 위치에서 가능한 놓치는 학생 없이 모두에게 원불교 정서를 심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사가 된 이후 만난 인연 중에 원창학원 출신의 인연들이 적지 않다.  나를 ‘원불교 교무’라고 소개하면 그들은 “원불교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학창 시절 법당 교무님으로부터 마음공부, 감사 일기 등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원불교에 대해 이야기했다. 

학교에 있는 수백 명의 학생을 모두 입교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음으로, 양으로 꾸준히 원불교를 접하게 하고 인식시키는 것, 그것이 내가 원창학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하는 일 아닐까. 농사 중 제일이라는 사람 농사, 그중에서 씨를 뿌리는 단계인 원창학원에서 청소년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 씨앗이 훗날 청년, 그리고 성인 교도로 자라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원광정보예술고등학교

[2022년 1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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