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특별하게 대접하는 임실교당,
이곳에선 교무도, 교도도
‘밤하늘의 별보다’ 빛이 난다.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코로나19 이후 귀하게 열린 화합 한마당, 만국기가 걸렸다. 청색 머플러를 목에 두른 선수들이 입장하고, 한쪽 팔에 홍색 머플러를 질끈 동여맨 선수들도 만반의 준비 자세를 갖췄다. 튜브를 다리 사이에 끼고 반환점을 돌고 오는 게임. 여럿이 함께 발도 맞추고 마음까지 맞아야 우승이 가능할 터, 관록있고 센스있는 여성 교도 홍팀 우승! 

이번에는 큰 공 굴려 다시 앞으로 보내기 게임.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우승의 관건은 역시 마음 맞춰 일심동체가 되는 것이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큰 공을 굴려라 굴려~ 이 게임은 심기일전 청팀 우승!

화합 한마당의 하이라이트는 행운권 추첨이다. 선물을 받은 교도들의 춤사위가 덩실덩실. 누구라도 한 사람도 빠지지 않게, 참석한 교도 모두에게 선물이 전해진다. 덕분에 체육관은 춤과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교도화합 한마당, 다 함께 일이공삼! 
“교도 한 사람(1)이 두 사람(2)을 데려오면 원불교 교도 세 사람(03)이 된다.” 12월 3일 진행된 ‘다 함께 1203 임실교당 교도가족 화합 한마당’에 담긴 숨은 뜻(모르는 사람 없는 비밀)이다. 

이날 화합한마당에 참석한 교도 2백여 명은 두 팀으로 나눠 점심식사도 함께 했다. 교도뿐만 아니라 교도가족까지 한 끼 식사를 나누며 돈독하게 정을 쌓기를 바란 윤정암 주임교무. 시골교당 여건상 재정부담이 있지만, 이번 행사를 진행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올해를 결산하면서 뭔가 매듭을 짓는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 다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챙기는 화합마당이 되기를 바랐어요. 교도님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셨어요. ‘교당에 잘 안 오는 누구 누구 데려오겠다’, ‘우리 식구부터 챙겨보겠다’, ‘이번 기회에 가까운 친구들에게 원불교를 알리겠다.’ 이렇게 해서 교도 가족 등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어요.” 윤 교무는 ‘교무는 안내자일 뿐 실질적으로 교화를 하는 첨병은 교도님’이라고 덧붙인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교무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임실교당 교화 이야기로 이어졌다.
 

‘정성스럽게 하면 된다’
“원기101년 부임했을 때 어떻게 하면 교도님들이 교당에 편히 다녀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정성스럽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법회도 ‘정성’으로 준비하고, 교당도 ‘정성’으로 운영했습니다.” 

윤 교무의 첫 번째 ‘정성’은 법회 준비다. 임실교당은 그 어렵던 코로나19 시기에도 대면법회를 멈춘 적이 없다. 오히려 거리두기를 염두해 법회를 3부로 나눠 매주 진행했다. 윤 교무는 법회 3일 전부터는 설교 준비에만 매진한다. 소태산 대종사의 법문을 쉽게 전달하되, 내용은 탄탄하고, 감동이 살아나는 설교를 위해서다. 평소에도 ‘교무는 언제나 교당에 있어야 한다’는 게 윤 교무의 생각. 단회에 나가도 회의만 참석하고, 식사는 교당에 와서 한다. 어느 때라도 교당을 방문하는 교도들을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서다.
 

특별하게 대접받는 교도들
매주 법회에 다녀가는 교도들을 위한 간식도 달라졌다. 이는 윤 교무의 두 번째 ‘정성’이다. 디저트 사탕 하나를 준비하더라도, 시골에서는 구입이 쉽지 않은 브랜드로 준비한다. 교도들을 위한 떡 간식 또한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속 고물 꽉 찬 별미떡으로 별도 주문하고, 법회 후에는 매주 방앗간에서 쪄오는 찰밥과 김이 든 도시락을 나눈다. 찰밥 도시락을 윤 교무는 지난 3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 그 감동은 교도들의 감사실천으로 이어졌다. 교도들은 장날이면 지역 어르신들과 찰밥 도시락을 함께 나누고, 법회 때마다 간식 공양도 이어졌다. 

법당관리도 윤 교무의 ‘정성’은 세심하다. 불단에는 매주 생화로 꽃꽂이를 해서 장엄한다. ‘썩 좋은 솜씨는 아니지만’ 매주 정성을 들여 교당을 관리한다. 이 또한 교당을 다녀가는 교도들을 남다르게, 특별하게 대접하고자 하는 윤 교무의 ‘정성’이다. 

“부임 후 4년 동안 출석 교도님들이 두 배가량 늘었어요. 지난해 3년을 유임하면서 100명 출석교도를 목표삼았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윤 교무의 ‘정성’스러운 고집은 계속될 터다. 
 

임실원광어린이집, 그리고 임실원광장학금
임실원광어린이집의 현재 원아 수는 98명. 임실군에서 원아가 제일 많은 어린이집으로, 따로 원아모집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일 순위로 정원이 마감된다. 윤 교무 부임 초기, 임실원광어린이집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법적 소송이 불거졌던 상황. 당시 원아는 14명으로 줄었고, 지역의 부정적인 인식은 강했다. 이를 극복하기까지 7년 여의 시간, 임실원광어린이집 이제은 원장(윤 교무 정토)과 청년교도 교사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청년교도 교사들이 그야말로 헌신적으로 원아 한 명 한 명을 관리하며 정성을 쏟고 있어요. 원아를 돌보는 일(보육)뿐만 아니라 교육을 전공한 교사들이 마음공부로 인성교육이 더해지니, 그 좋은 기운이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미치는 것 같아요.” 

어린이집 교사로 임용된 후 교당 법회에 출석하며 입교해 청년교도가 된 교사들. 여기에는 이들과 마음 합해 교육에 정성을 쏟는 이제은 원장의 인성도 돋보인다. 임실교당 어린이법회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진혜경·이은영·박혜은·김근영 청년교도는 올해 전북교구 연말 시상에서 어린이 교화상을 받는다.

또 임실교당은 관내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임실원광장학금(이사장 김인자 교도회장)을 지급한다. 윤 교무가 1년 동안 장학기금 종잣돈을 마련했고, 이를 기반으로 ‘무조건 솔선수범하는’ 김 교도회장이 3년째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못다 나눈 대화들
“교도님들이 내는 헌공금은 교도님들을 위해서 사용해야지요.”(윤 교무)
“교무님 설법은 언제나 감동을 주기 때문에 누구라도 데려와서 들어보게 하고 싶어요.”(조수진 교도부회장)
“우리(교도)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하는구나 온전하게 느껴져요.”(청년교도들)
서로를 특별하게 대접하는 임실교당, 이곳에선 교무도, 교도도 ‘밤하늘의 별보다’ 빛이 난다.

[2022년 1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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