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원기13년(1928) 영춘원(현 구종법실)에서 제1대 제1회 기념총회(사진)가 300여 명의 회원이 모인 가운데 개최됐다. 소태산 대종사는 제1회 기념총회 2일째 유공인들과 기념 촬영 및 제1회 사업성적표 수여식을 갖고, 이어 3일째 새 회상 첫 승급예식을 거행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소태산 대종사가 봉래정사 수양 시 시봉진들에게 각자 역할에 맞는 소품을 갖추게 해 사진 촬영을 했던 점이다. 이렇게 연출을 통한 사진기록을 남겼던 모습에서 소태산 대종사의 역사의식을 살펴볼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제1회 기념총회 2일째 사업성적표를 수여하고 그 감상을 발표하게 한 후 〈대종경〉 교단품 2장의 법문을 설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선진 후진이 서로 공덕을 알아 업어서라도 받들고 영접해, 교운이 한없이 융창하고 그대들의 공덕도 한없이 유전되게 하라”는 간곡한 부촉을 남겼다.

이곳 종법실은 소태산 대종사와 선진들의 일화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대종경〉 신성품 17장의 ‘손을 끊어 신을 바치는 제자’의 예화도 바로 영춘원 종법실 왼쪽 방이었다. 소태산 대종사가 그 제자를 불러 “몸은 곧 공부와 사업을 하는 데에 없지 못할 자본이어늘 그 중요한 자본을 상하여 신을 표한들 무슨 이익이 있는가”라고 크게 꾸중하며 “앞으로는 누구든 절대 이러한 일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곳이다.

또한 제자들에게 생사 법문을 설할 때의 일이다. 마침 방문 곁의 아이를 가리키며 “저 아이가 지금 이 방 안에 있으나 저 문턱을 넘어 저 방에 가면 저 방에 있지 않느냐. 그 아이는 한 아이이며 다만 방이 다를 뿐인 것 같이 생사의 이치 또한 같다”면서 “사람의 생사는 비하건대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것과 같고, 잠이 들었다 깼다 하는 것과도 같나니, (중략) 깨친 사람은 이를 변화로 알고 깨치지 못한 사람은 이를 생사라 한다”고 법문했다(〈대종경〉 천도품 8장).

또 한 날에는 문을 지키던 개가 인기척에 심히 짖어대자 한 제자가 개를 꾸짖거늘 소태산 대종사가 “개의 책임은 짖는 데에 있거늘 어찌 그 책임 이행을 막느냐”며 “어떠한 책임이든지 그 이행에 정성을 다하고, 모든 책임의 중추가 되는 마음의 운용에 주의해 자신의 운명과 대중의 전도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한 말씀은 〈대종경〉 인도품 23장에 수록됐다.

(영춘원은 현재 영춘헌으로 불린다. 금강원을 지어 소태산 대종사가 기거하면서 금강원보다 낮춰 부르게 된 것이다. 본지 2098호 참고.)

[2022년 1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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