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우 교도
천연우 교도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다른 꿈이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 계신 곳으로 내려가 그 꿈을 실현하고자 했던 생각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무너졌다. 가세가 한순간에 기울었고 아버지 사업은 부도가 났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집이 망했다는 사실보다 그의 가슴을 치게 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사업은 2년 전에 부도났는데 부모님은 자식 걱정에 말도 못하고 끙끙 앓고만 계셨더라고요.” 

부모님의 그 곪아버린 마음이 남아날리 없었다. 병석에 있던 어머니가 먼저 열반했고 곧 아버지도 갑작스럽게 열반했다. 천연우 교도의 가슴에는 굵은 못이 박혔고 몇 년을 술로만 보냈다. 그런 그를 보다 못한 지인이 그의 손을 이끌었다. 그곳은 원불교 교당이었다.

현재 나주교당의 든든한 대들보 역할을 하는 천 교도는 원불교와의 만남을 ‘위로’이자 ‘희망’이었다고 표현했다. “당시 저를 강진교당에 데려갔던 오명원 교도님이 그러더라고요. ‘삶을 원망하더라도 원불교에 대해 알고 나서 원망하라’고요.” 그렇게 따라간 교당에서 <원불교교전> 한 권을 받았고, 집으로 돌아와 읽기 시작했다. “교전을 읽어보니 내게 일어났던 일 이게 다 업이구나, 원망할 것도 탐착할 것도 없구나 싶었어요.” 

그는 당장 술로 허비하던 생활을 청산하고 교전대로 살고자 마음먹었다. 그리고 무너졌던 꿈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유무념 공부법에 기반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어요. 흔들림 없이 꾸준히 하라는 법문대로 하니 정말로 원하던 정비사가 될 수 있었죠.” 꿈은 전보다 더 견고해진 모습으로 이뤄졌다.

천 교도가 교전을 통해 깨달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감사는 베풀었을 때 더 커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힘들다고 여기는 생활에도 감사한 순간은 꼭 있다’는 것. 첫 번째 깨달음은 7년 전 우연히 떠난 봉사활동을 통해 실감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모시고 떠난 감성여행 봉사였다.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채워드리고자 갔던 봉사인데 막상 어르신들이 ‘늘그막에 호강하네. 덕분이야. 고마워’ 해주시니 제 마음이 더 풍성해졌어요.” 지금도 그는 봉사를 통해 진정어린 감사생활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다. 두 번째 깨달음은 일상 속 원망을 감사로 돌리는 힘으로부터 얻었다. “정비일을 하다 손을 조금 다쳐도 감사해요. ‘내가 부주의 했구나. 큰 사고 전에 알게 돼 참 다행이다’ 싶어서요.” 그에게 마음공부와 감사생활은 하루의 불만을 지우고 행복을 채우는 비결이다. 

“제게 원불교요? 변화의 시점이죠. 감사생활은 그 변화되고 남은 삶 그자체예요.” 힘들었던 그 순간에 어찌다행 원불교를 만났을까. 그 울 안에서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는 그의 미소는 둥근 원을 꼭 닮았다.

[2022년 1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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