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중학교 박소현 교감
원광중학교 박소현 교감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눈길을 걸을 때는 어지럽게 걷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 걸음이 다른 이들에게 가르침이 되기 때문이다. 그 의미대로 눈길을 올곧게 먼저 걸어온 한 선생님이 있다.

“아이들에게 감사생활을 알려주려면 선생님들은 몇 십 걸음 앞에서 몇 배의 노력을 보여야 해요.” 원불교 인재의 요람인 원창학원에서 교육과 교화를 두루 펼치고 있는 박소현 원광중학교 교감(정토회교당). 그는 오래 전부터 수업 첫 날이면 ‘감사’와 ‘신뢰’라는 두 글자를 칠판에 적으며 가슴에 새기곤 했다. 

그렇게 흐트러짐 없이 걸어오던 그에게도 멈춰야만 했던 순간이 있었다. 병마(암)가 갑작스레 그를 덮쳐온 것. 당시 고3 담임이었던 그는 자신의 몸보다 수능을 앞둔 학생들 걱정이 앞섰다. “고3은 성인이 되기 전 마지막 시기잖아요. 가장 중요한 시기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이 두려움보다 컸던 것 같아요.” 그 사이 암은 갑상선을 점령하며 호르몬을 요동치게 만들었고 몸은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와중에도 그는 학생들이 동요할 것이 염려돼 투병사실을 숨기고 수술대에 올랐다. “모두가 걱정했지만 제가 한 달만 병가내겠다고 했어요. 제게는 아이들의 장래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이후 제대로 회복할 시간도 없이 돌아온 학교. 물론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인해 전과 같은 일상을 소화하기는 힘들었다. “마취제 때문인지 준비한 수업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어 몇 배 더 노력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오직 사명감 하나로 매진하는 그를 알아봐준 것은 역시 학생들이었다. “아이들은 제 수업이 꼭 간장게장 같대요. 그만큼 알차다고, 감사하다는 거예요. 그러니 저는 다른게 필요없죠.” 아이들이 그에게 전하는 감사는 그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좋은 치료약이다. 

그 역시 감사한 은사(恩師)가 있다. 대학생 시절 박 교감에게 선생으로서의 역할과 원불교의 진리를 알려준 박순오 교수다. “그때 은사님께 받은 은혜를 거름삼아 저도 학생들 마음에 연꽃을 피워주고 싶었어요.” 그러한 염원 덕분일까. 그가 가르친 학생들 중 많은 수가 전무출신의 길을 올곧게 걷고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요.” 학생들은 자신의 공부를 투영하는 ‘거울’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박 교감. 

“처음 귀공자수업(마음공부시간)때는 경계의 연속이던 아이들이 학기 마지막 무렵에는 경계를 분별하고 감사의 은혜를 깨닫는 모습으로 변화돼요.” 그때는 박 교감의 마음공부 성적도 드러나는 순간이다. 학생들과 함께 걸으며 공부하는 은혜, 그는 그것이 곧 행교(行敎)이자, 은교(恩敎)라고 표현한다.

[2022년 12월 1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