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물론
만화, 연출, 글쓰기에도 다재다능
군대서 독수리교당 입교,
좌선·일기로 힘얻어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우리 시대 가장 다재다능한 힙합크리에이터 수환오(법명 오수원·서울교당)가 11월 마지막 날 새 앨범 ‘Suhwan O(수환오)’를 발표했다. 이번 앨범에서 수환오는 그가 펼쳐왔던 다양한 변주들을 넘어 오직 ‘힙합’으로 직구를 던진다.

힙합의 메카, 한국에서 가장 힙합하기 좋은 도시라는 의정부에서 나고 자란 수환오의 힙합은 지역에 그 뿌리를 둔다. 시작은 열두살 때 비보잉 댄스였으나, 곧 남과는 다른 의견, 자신만의 목소리를 힘있게 전할 수 있는 랩에 빠져들었다. 귀여운 얼굴이나 다정한 말투와는 달리, 그의 랩이 어둡고 힘있는 ‘갱스터랩’인 이유다. 

“시내에서 친구들과 랩을 하고 있으면 아미인(ARMY· 미군)형들이 참여하곤 했다”는 10대 때부터  그에게 힙합은 ‘출신이나 경력, 나이 같은 타이틀 없이 마이크 하나로 내 이야기를 하는’ 평등세상이었다. 힙합 안에서는 그 어떤 분별도 없었다.

‘오로지 나 자신’은 이번 앨범의 테마이기도 하다. 100%의 솔직함과 진정성으로 가사를 쓰고 노래했다. ‘엘사’, ‘헬리콥터’, ‘블루카펫’, ‘민찌’ 네 곡에는 의정부라는 지역, 힙합이라는 장르, 뮤지션이라는 직업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청년의 속내가 여실히 담겨있다. 
 

수환오
수환오

의외로 만화가가 꿈이었던 소년, 연출에도 흥미가 있어 대학은 연기학과를 진학했던 그는 ‘많이 읽고 많이 쓰는’뮤지션이다. 그의 필력은 가사 뿐 아니라 블로그 및 기고문에서도 빛난다. ‘래퍼들이 바지를 내려입는 이유’, ‘자녀분이 고등래퍼가 되고 싶어할 때 대처법’ 같은 실용적인(?) 정보에서부터 ‘조지아 스파 총격사건, 동양인 증오범죄인가’, ‘조지 플로이드, 어떤 미국 흑인 이전에 한 명의 인간’과 같은 묵직한 주제의 글도 쓴다. 파고드는 의구심과 넓게 보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그의 활동은 음악을 중심으로 전방위로 펼쳐져있다. 전국 힙합 여행 다큐멘터리 <마이크멘스탠리>를 비롯, <의정부를 수집하다> 등 다큐 및 뮤직비디오를 기획, 제작했다. 의정부문화재단, 랩뮤지컬, 의정부음악도서관, 청춘마이크, 종로 문화재 야행 전통 퓨전 공연 등 여러 무대를 기획하고 공연했으며, 유튜브 채널 ‘수환오’에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그가 원불교와 인연을 맺은 곳은 파주 독수리교당이었다. 이전부터 종교를 가져봐야겠다며 검색을 거듭하다 원불교를 알게 된 수환오, 그는 “원불교에 대한 설명 중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말이 너무 좋았다”며 스물 한 살 때 의정부교당에 찾아가기도 했다. 이후 군대에서 ‘종교로 원불교를 선택할 수 있다’고 듣고 신청서를 받았는데 개신교, 불교, 천주교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그는 그 옆에 네모칸을 그리고 ‘원불교’라고 적어넣었다. 매주 운전병과 부사관이 그를 데리고 독수리교당까지 다녀야 했던 이유다.

“군대에서 경계들 덕분에 원불교에 많이 기댔다”는 그. 7시 기상인데 40분 먼저 일어나 교당에서 배운 좌선을 하며 매일을 버텼다. 따로 할 데도 없으니 그냥 다 자는데 혼자 앉아서 했다. 일기도 쓰면서 윤경일·양은영 교무에게 감정도 받았다. 전역 후에는 양 교무가 서울교당 청년회와 연결해줬고, 앨범이 나오던 날 파주교당에 CD를 들고 찾아가 봉고를 올렸다.

“군대에서 교당가는 길이 그렇게 좋았는데 아직 곡을 다 못썼다”는 그, 허나 2년 전 이미 ‘싸이퍼코드’라는 곡에서 ‘대종사님’을 넣어 가사를 썼다. “대종사님 말마따나 난 세상과 춤을 출 뿐 더 이상 싸우지 않아.” 그의 힙하고 합한 행보는 얼마나 더 넓고 깊어질까. 손에 쥔 마이크 하나로, 수환오는 우리를  힙합이라는 평등세상으로 데려간다.
상단 QR로 연결하면 수환오의 앨범을 들을 수 있다.

[2022년 12월 1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