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객관적·균형적 시각 갖는 가장 효과적인 툴
‘원불교 5% 프로젝트’… 전략에 따라 충분히 가능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다시 길을 찾아 헤매고 있다. 여기에는 종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누구도 겪어본 적 없는 전대미문의 세상 흐름은 그토록 견고하던 ‘종교의 변화’에 불을 지폈고, 종교들로 하여금 필사적이고 적극적으로 새길을 찾아 나서게 했다. 그렇다면 이제 관건은, 그 ‘새로운 길’의 방향이다.

이러한 때 종교가 변화해야 할, 또는 나아가야 할 ‘새 길의 방향’에 있어 ‘통계(데이터)’로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이가 있다. 그가 보여주는 데이터는 본래 한국 교회와 개신교 목회자들을 위해 수집·제공되기 시작했지만, 시대와 사회현상을 분석한 것이기에 모든 종교를 불문하고 유용하다.

이는 목회데이터연구소(이하 목데연)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목데연은 ‘목회자가 세상을 보는 창(窓)’을 지향한다. 세상과 교회의 흐름을 살펴 이를 데이터 기반의 통계 자료로 정리해 제공하는 목적을, 곧 ‘세상과 종교를 잘 잇는 것’에 두는 것이다.

이에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는 최근 정확한 조사 데이터에 근거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 교회 전망과 전략을 담은 〈한국교회트렌드 2023〉를 펴냈다. 그의 세상을 보는 방식은, ‘데이터’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목회데이터연구소는 2019년 6월에 만들어졌고, 목회자들의 목회에 도움 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시각을 제공하고자 여러 주제의 통계를 주간리포트(넘버스·Numbers)로 발행하고 있어요.”

그는 현재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와 지앤컴리서치 대표를 겸한다. 지앤컴리서치는 각종 통계 조사를 수행하는 일반 리서치 회사이고,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통계 내용 가운데 목회 또는 설교에 도움 될 내용을 별도로 분석·정리하는 일을 한다. 지 대표는 한국교회의 건전한 발전을 이뤄가는 공로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목데연 시작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옛날부터 이런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조사와 통계 분야는 내가 하나님에게 받은 달란트(천부적인 재능이나 능력)니까, 이걸 가지고 목회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죠. 여러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통계가 균형적인 시각을 갖는 데 가장 효과적인 툴(Tool, 도구)이기 때문이에요. 통계나 여론조사의 순기능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거든요. ‘내 생각만이 옳지 않다’는 걸 알게 하는 장치이자, 겸손하라는 메시지가 되기도 하죠.” 

그는 처음에는 월 10만원씩 100개 교회에 리미티드로 정보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중견 목사가 “그러면 가난한 교회는 이 정보를 받아볼 수 없겠네”라면서 후원으로 운영해 보라고 제안했다. 지금에 와서는 그것이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고 여긴다. 더 많은 교회에 도움될 수 있어서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한국에서의 종교에 대한 호감도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떨어져요. 2022년 들어 무종교인이라고 답한 비율은 60%에 달하고, 특히 20대의 80% 30대의 70%가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답하죠. 종교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한국 사회에는 영향을 준다는 비율도 높은데, 이때의 영향은 긍정적 영향이 아니라 부정적 영향이에요. 가장 비근한 예가 코로나19 초기에 교회를 통해 감염이 확산됐던 사례죠. 또 종교의 포교(전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높아요. ‘나는 종교단체로부터 봉사를 받고 싶지 않다’는 거죠.”

그렇다고 종교의 필요성이 부정만 당하는 것은 아니다. 2022년 4월 전국 19세 이상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반국민 종교인식 조사’에 따르면 종교의 필요성에 대해 ‘필요없다(전혀 필요없다+별로 필요없다)’고 답한 비율은 23%인 반면, ‘필요하다(약간 필요하다+매우 필요하다)’의 답변은 69%로 나타났다. 이를 지 대표는 “무종교인 중 55%의 답변이 포함된 것으로, ‘자신은 종교가 없지만 세상에는 종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이가 많다는 것”이라며 “종교에 대한 잠재수요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층을 위한 교화(또는 사목)방법에 대한 고민도 많은데요.
“가장 먼저, 수직적 문화를 지양해야 해요. 하지만 그게 바로 되기는 어렵죠. 우선 청년부를 독립화해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청년들이 한 헌금을 본당으로 편입하지 않고, 청년부 비용으로 쓰게 한다면요? 헌금이 반드시 늘어날 거예요. 또, 3040세대를 위해서는 그들의 취향, 환경, 정서에 따라 소그릅 활동을 강화하는 게 효과적이에요. 실제로 교회 내 소그룹 정기적 활동자(57%)가 소속 교회에 대한 강한 소속감을 나타냈고, 소그룹에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신자의 현장예배 참석률(77%)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요.”

그는 온·오프라인을 겸하는 신앙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실제로 온라인 신앙생활에 대해 40% 이상이 수용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온라인 예배/콘텐츠는 성도들이 생각하는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중점 강화 사항의 3위(목회자는 8순위)에 올랐을 정도다.
 

코로나19 이후의 종교,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까요.
“현재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는 물질 지상주의(만능주의)에서 파생되고 있어요. 자살률과 빈곤율도 정말 높죠. 한국 사회의 여러 종교는 이러한 이웃들의 짝이 되어줘야 해요.”

지 대표는 일반 국민들이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한 조사의 1, 2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항목은 10년 전부터 조사해오던 것으로, 코로나19 이후 순위 변화는 있었지만 여전히 1~2위에 ‘사회적 약자를 돕는 교회’와 ‘사회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교회’가 올라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봉사에 대한 한국 교회의 바람직한 자세에 있어 ‘전도를 앞세우지 않고 이웃을 사랑하는 순수한 동기’가 52.9%라는 압도적 1위로 나타난 점도 종교가 눈여겨봐야 하는 항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다시 열린 중앙총부 특강(11월 28일)에서 지용근 대표가 ‘회복과 전환을 위한 종교의 미래’를 주제로 교무들과 교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다시 열린 중앙총부 특강(11월 28일)에서 지용근 대표가 ‘회복과 전환을 위한 종교의 미래’를 주제로 교무들과 교감했다.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복과 전환이 중요 과제인데요.
“코로나19 이후 한국 교회 역시 성도들의 신앙 약화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어요. 온라인 신앙이 등장했고,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다)이 확산된 탓이죠.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개개인의 종교성과 신앙성은 더 중요해졌다고 봐요. 원불교인이든 기독교인이든 ‘이 종교를 신앙함으로써 정말 행복하다’는 인생 고백이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욕구도 실제로 높게 나타나요(영적 체험 경험의향 ‘있다’ 72%). 해당 종교의 교세를 확장하고 탄탄하게 하려면 결국 개인의 종교성과 신앙성을 키워야 하고 그것이 기본이어야 해요.”

여기에 지 대표는 삶의 만족도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종교인이 무종교인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는데, 개신교인의 수치를 세분화해 들어가 보면 교회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 교회 활동을 적게 하는 사람보다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는 종교 활동이라는 사회적 활동을 통해 서로 위로받고 위로하는 과정이 삶의 만족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증거다.
 

종교인들에게 통계는 어떤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요.
“통계는 미래를 예측하는 비즈니스예요. 한 번 볼 땐 안보이지만, 과거부터 해온 걸 계속해서 추적하고 살피면 기울기가 나타나고, 미래까지 볼 수 있게 해주죠. 그래서 통계는 목회자들에게 중요해요. 사회가 어떻게 바뀌는지 객관적이고 균형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 교회(교당)가 5년 후, 10년 후 어떻게 될지를 알아야 전략도 짤 수 있어요.”

그는 목회자(또는 교화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며 잠언 24장 6절을 찾아 보여줬다. ‘너는 전략으로 싸우라. 승리는 지략이 많음에 있느니라.’ 목사도 교무도, 전략을 갖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통한 흐름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원불교에 전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원불교 5%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구상해보면 좋겠어요. 어느 자동차 회사에서 새로운 차량이 출시되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몰라요. 그러다 5%가 되면 눈에 띄기 시작하죠. 한국 사회 일반 국민들에게 원불교라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 인식되려면 종교인구 비율 5%에 올라서야 해요.”

그의 원불교 5% 프로젝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지난 11월 28일 진행됐던 중앙총부 특강에서도 여러 번 반복해 강조됐다. 5%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단서로는 ‘지금처럼 가면 안 될 것’이 붙었고, “전략을 잘 세운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응원도 더해졌다.

얼마 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워크숍에서 그에게 전해진 한 줄의 말. “하나님이 한국 교회를 사랑하셔서 지용근 대표 같은 통계 선지자를 우리에게 보내주셨다.”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교회와 세상을 잇는 일에 쓰고 싶었던 마음은 이제 여러 종교로도 열려가는 중이다.

※ ✽목회데이터연구소 홈페이지 또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신청하면 매주 화요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행하는 주간리포트 ‘넘버스(Numbers)’를 받아볼 수 있다.(무료/각종 사회 통계 및 기독교 통계)

[2022년 12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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