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라 일컫는 세계적 경기불황이 2023년을 엄습할거라 한다. 우리나라 역시 심각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 세상의 위기는 언제나 힘없는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특히 경제위기는 약자들에게는 더 큰 고통을, 강자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부를 축적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올해, 강자와 약자의 처지가 더욱 차별화된 불평등 구조로 고착화 되지 않을까 두렵다. 

전산종법사의 금년 신년법문 ‘강약 진화로 평등 세상 이룹시다’에는 이런 불평등한 세상에 대한 심려가 짙다. ‘선한 강자와 지혜로운 약자가 함께 하는 세상’의 역행에 대한 우려다. 사실, 인류는 고래로부터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해왔다. 그러기에 약탈과 살상이 그칠 날이 없었고, 세상은 늘 두려움과 공포 속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소태산 대종사는 최초법어에서 ‘강자‧약자의 진화상 요법’을 통해 강자와 약자가 함께 상생상화 하는 전환의 길을 밝혔다. 유사 이래 지속되어온 강자 중심의 일방적 논리에 약자의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일대 혁신의 길이 제시된 것이다.

따라서 전산종법사의 신년법문에는 ‘강자와 약자가 (서로 다툼과 갈등을 그치고, 서로서로 상생하며) 진화함으로써 (모든 인류와 모든 생령이 다함께 부처로 존중 받는) 평등 세상, 곧 낙원세상을 이루자’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진다. 이를 다시 부연해보자면, ‘강약 진화’가 최초법어에 근거해 강자와 약자가 차별화 된 갈등의 인류세상을 진단했다면, 불평등으로 얼룩진 인류를 다 같이 고르게 잘 살게 하는 실천적 묘방이 사요라는 것이다. 사요, 곧 자력양성 지자본위 타자녀교육 공도자숭배 4가지 요목은 모든 인류가 평등하게 고루고루 잘사는 길이요 평화의 길이며, 낙원의 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금년 한해를 희망차게 살아갈 우리 원불교 사람들은 사요를 화두 삼고 등불로 삼아, 나를 강자로 진화시키고 이웃을 강자로 진화시키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천신만고가 있다하더라도 ‘기어이’ 정신의 자주력, 육신의 자활력, 경제의 자립력을 기르는 데 매진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자력이 양성된다면 그 어떤 강자도 부럽지 않지만, 이 세 가지를 갖추지 못한다면 자력 없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은 고사하고 나 하나도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다. 이의 궁극은 ‘우리 모두’가 자력을 양성함으로써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세상의 강자로 모두 평등하게 나서는 것이다.

특히 소태산이 밝힌 최고의 강자는 곧 부처라 할 수 있으니, 결코 무엇으로든 더 가져 그 강한 권력으로 타인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자가 아님을 명심할 일이다. 원불교에서 가장 강한 이는 마음의 힘을 축적하는 사람이다.

[2023년 1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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