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남교당, 휴식과 비움의 공간으로 일반인과 만나
원남교당X블림프 협업 유료 클래스 3회 전석 매진
“SBNR세대에서 특히 관심 집중·높은 호응 보여”

[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원기107년 12월의 마지막 날, 원불교 원남교당에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낯선 공간, 낯선 이들과 함께하는 ‘새해맞이 마음챙김 클래스’(이하 클래스)에 참여한 청년들은 사실 원불교 교도가 아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스스로를 가다듬는 시간에 선뜻 발을 옮긴 이들. 플랫폼 기업 ‘블림프’가 주최한 클래스 참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연령의 청년들이 원남교당에 모인 것이다.

클래스는 원남교당 선실에서 명상과 요가로 시작됐다. 얼어붙고 긴장됐던 몸이 풀리자, 청년들은 마음에 여유를 찾았다. 이들은 내면에 묻어둔 솔직한 마음들을 발견하고 종이에 적어 내려가면서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고해민 교무·김원아 교도(원남교당)의 건물 안내가 이어졌다. 건축에 담긴 의미와 철학, 원불교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청년들은 새로움을 접하고 견문을 넓혔다.
 

원남교당에서 진행된 이번 클래스는 종교계에서 보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열려 눈길을 끈다. 새로운 교당을 현대인에게 ‘휴식과 비움의 공간’으로 제공하려는 원남교당과 몸과 마음, 정신이 회복되는 쉼, 영감이 떠오르는 쉼,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쉼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 ‘블림프’가 콜라보(Collaboration, 일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팀으로 함께 작업하는 일)를 해낸 것이다. 

이는 원불교 교단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협업을 통해 비영리법인인 교당에서는 세계적 건축가의 종교건축물을 클래스 장소로 무상 제공하고, 블림프는 종교계에서 찾기 힘든 2030세대 청년들의 힐링 욕구와 감성을 자극하는 프로그램과 홍보를 맡았다. 

3회기로 준비된 클래스가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1회기 25,000원, 2~3회기 각 68,000원)임에도 모두 매진된 부분도 주목할만하다. 이는 2030 청년세대가 자신에게 유익하거나, SNS를 통해 공유할만한 일들에는 아낌없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세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또 블림프를 통해 오는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영성과 마음의 휴식과 회복’에 관심이 있는 집단으로 볼 수 있어 교당 입장에서는 새로운 교화 대상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블림프와의 협업을 진행하는 고해민 교무는 “실제로 원불교를 전혀 모르는 대상에 원불교가 홍보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세대는 본인이 비용 부담을 해도 어디서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어떤 소득을 얻었는지 SNS를 통해 공유한다. 홍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지난 클래스도 이미 인스타그램에 많은 후기가 올라왔다”며 “이미 새로운 교도가 법회에 나오기 시작했고, 청년법회 참석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무의 말대로 클래스를 찾은 청년들은 클래스 참여를 위해 춘천에서 올라온 사람도 있었고, 연인의 권유로 따라온 사람, 평소 명상과 글쓰기, 원불교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 등 다양한 구성을 보였다. 12월 31일 클래스에 참여한 김진희(29·회사원) 씨는 “평소 명상과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고, 원불교도 궁금하던 차에 블림프에 프로그램이 올라와 신청했다. 비용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투자한 만큼 얻어가는 게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는데, 오길 잘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난 10월 30일 신축 봉불한 원남교당은 창경궁과 한옥, 그리고 현대적 건물이 공존하는 지역적 특징을 반영했다. 한옥과 곡선을 살린 노출콘크리트공법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여기에 조민석 대표(매스스터디스)만의 미학과 원불교의 교리가 녹아들었다. 그렇게 원남교당은 전통과 현대, 공간의 단절과 이음으로 종교적 색채를 담아낸 종교건축물로 그 위상이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평·휴일을 가리지 않고 원남교당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1회기(12월 17일)에 진행한 조민석 대표의 클래스는 120명의 정원이 가득 찼다. 이들 중 비교도는 98%였고, 건축학도들도 많았다. 그들은 세계적 건축가의 미학, 건축에 담아낸 원불교의 철학을 배우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에 한 참가자는 “같은 질문에 대한 건축가인 조 대표님과 종교인인 교무님의 답변이 달라 새롭게 다가왔다”는 소감을 남겼다.

앞으로 원남교당은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다)세대와 꾸준히 접촉해갈 계획이다. 조계종의 길상사, 천주교의 명동성당같이 도심 속에서 종교보다 휴식과 관조를 위해 찾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공고하게 쌓아나가겠다는 것이다. 공간에 담긴 원불교의 교리와 정서를 이곳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더 접근성 있게 전할 방법을 연구하고, 교당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어나가 새로운 교화 활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2023년 1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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