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해 기자
장지해 기자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간간이 ‘겨울 맞나’ 싶게 포근하던 기온은 그날 마침 뚝 떨어진다고 했다. 제법 추운, 그리고 추울 날씨였다.

채비를 단단히 했다. 옷을 두세 겹 껴입고, 조금이라도 발이 덜 시릴 구두를 찾아 신고, 평소 잘 쓰지 않는 장갑과 핫팩을 챙긴다. 혹 필요할 누군가를 위해 핫팩 두어 개를 가방에 더 넣는다. 1월 1일 새벽 다섯 시 중앙총부 타종식 취재에 나서는 길은 그렇게 제법 ‘단단히’ 중무장이었다.

조금 이르게 나섰다고 생각한 길, 하지만 이미 원음각 주변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또 한 해를 넘겼으니, 올해 타종식은 코로나19로 인해 4년 만에 누구나 참여 가능하도록 ‘열린’ 자리였다.

타종 모습을 열심히 사진으로 담다가 원음각에서 내려와 사방을 둘러 본다. 동이 트기 전이라 아직 사방이 깜깜한 데다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어렵다. 사진을 위해 플래시를 터트리고 나서야 그 모습 하나하나가 눈에 든다. 그러다 몇 가지 모습에서 울림을 받는다.

먼저, 어린 아들을 뒤에서 꼭 끌어안고 있는 어느 아버지의 모습이다. 원음각을 바라보고 선 아버지는 아들의 모은 두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 합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추운 새벽바람을 피하고자 모자를 푹 눌러쓴 어느 여자 교도의 합장한 손. 셔터를 누르느라 계속 움직인 내 손끝도 이렇게나 얼얼한데, 그 교도의 합장은 서른세 번의 종이 울리는 동안 단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가족과, 또 다른 누군가는 함께 공부하는 도반과 나란히, 타종이 끝날 때까지 추운 바람을 온통 맞고 섰다. 이곳에 함께 선, 귀하고 감사한 모습이다. 그러다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있다. ‘어떤 마음으로 우리는 이곳에 함께 서 있는가’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이 자리에 함께하게 하는가’.

그 생각은 타종식에 이어 열린 기도식에서도 이어진다. 그 추운 새벽임에도 중앙총부 인근에서 온 300여 명의 재가출가 교도로 채워진 반백년기념관을 보면서다. 정말로 도대체 무엇이, 이 새벽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한 데 모이게 하는 것일까.

전산종법사는 신년법문으로 ‘강·약 진화’를 말했다. 진화(進化), 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해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서른세 번째 종소리가 울릴 때 외쳐지던 문장 역시 ‘이 종소리로 모두가 강약의 진화로 온 세계가 평등 세상이 이뤄지길 기원합니다’였다. 

원불교는 나 하나 잘 사는 것을 바라거나, 나 하나 잘 사는 것에 만족하지 않게 한다. 언제나 나와 내 인연, 그리고 세상이 함께 잘 살기를 염원한다. 새해 첫날, 전국의 우리는 ‘강약 진화로 평등 세상 이루겠다’는 다짐과 서원을 올렸다. 세상에 함께 선 우리, 올해는 더욱 ‘함께’의 힘을 믿고, ‘함께’를 실천하며, ‘함께’ 진화해가자.

[2023년 1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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