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귀은 예비교무
전귀은 예비교무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죽을 뻔 했던 위기를 겪고나니 모든게 감사한 것뿐이에요. 눈부신 햇살도 뺨을 스치는 바람마저도 매일 일상에 있는 감사였죠.” 평소 상(相)이 강하고 일상의 감사에는 무딘 편이었다. 허나 생사를 넘나든 위기가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전귀은 예비교무(원불교대학원대학교 2학년)는 “지금 내 일상은 ‘법신불 사은께서 주신 두 번째 삶’”이라고 했다.

그날 사고는 불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7년 전 갑자기 찾아온 불의의 사고. 생과 사를 오가며 며칠이 지나서야 깨어났다. 딸의 의식이 돌아오고, 겨우 가슴을 쓸어내린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는 딸에게 전무출신의 길을 권했다. 사은님의 은혜에 보은하라는 아버지의 뜻임을 안 그는 병상에 누워있는 처지에도 두 마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활치료와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경계가 자주 왔어요. 특히 선(禪)은 교무의 당연한 의무인데 골반뼈가 부서졌던 제게는 벌 서는 것과 다름없었죠.” 그 경계가 감사로 바뀐 순간은 생생하다. “시자로 들어가 좌산상사님을 뵀어요.” 좌산상사는 그의 출가계기와 동기를 가만히 모두 들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 그에게 “너는 특히 감사하고, 보은하며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어른의 말씀은 그의 오롯한 화두가 됐다.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다시 생각하니 삶은 온통 감사함뿐이었다. ‘사(死)’의 고비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그를 온몸으로 안아준 가족들이 있었고, 학교를 다니며 목발을 짚고 걸어갈 때면 항상 그의 뒤에서 ‘우리 귀은이 파이팅!’ 하고 외쳐주는 스승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서원을 세우고 곁에서 힘을 북돋아주는 도반들이 있었다.

전 예비교무는 아직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태지만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남았다. 교단에 한 줌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교정원 문화사회부에서 실습하며 좌선도 꾸준히 참여하려 애쓰고 있다. “예비교무 한 명 한 명 모두와 마음을 맞추고 지도하는 전도연 총장님 덕분에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전무출신이라는 서원 위에 덧대진 서원에는 ‘용기를 주는 교무들’이 있다.

“제 추천 교무님이 항상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거야’라고 응원해주세요. 저도 그런 교무가 되고 싶어요.” 왜 나에게 이런일이 생긴걸까 하는 원망도 잠시, 사고를 감사의 계기로 삼은 그는 자신과 비슷한 역경을 겪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교화자를 꿈꾼다.

“배의 키는 배가 갈 방향을 바꾸는 장치잖아요. 사람들이 각박한 삶의 파도에 부딪혀 경계로 간다면 저는 교무라는 키가 돼서 감사 쪽으로 방향을 돌려주고 싶어요.” 전 예비교무는 1년 후 ‘진짜 교무’로서 시작할 항해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2023년 1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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