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용 교도
정인용 교도

[원불교신문=정인용 교도] 내가 이 세상의 빛을 본 것은 원불교의 인연으로부터다. 이리교당 교도였던 할머니들의 중매로 부모님이 만나 결혼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자연스레 어려서부터 교당을 다녔다. 신석교당 1호 어린이회원으로 활동하며, 최신길 교무님의 지도 아래 일상수행의 요법과 일원상 서원문을 외우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고, 교당과도 멀어졌다. 성인이 된 나는 속세에 대한 욕심이 많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 많은 청년으로 자랐다. 한문교육을 전공해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도 해봤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유럽 지역에서 1년 동안 해외 생활을 해보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세상의 기술은 점점 좋아지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이 마음에 계속 걸렸다. 과거부터 이어져 왔던 이념 대립이나 지역 갈등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세대 간, 남녀 간 갈등도 심해져 대립구조가 자주 형성된다. 
 

현재의 갈등 해소
‘물질의 주인’으로.

이러한 문제들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하던 중,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원불교 개교표어가 떠오르더니, 이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물질문명 속에서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객체로 살아가는 이들이 자력을 얻고, 물질의 주인으로서 살 수 있다면 현재의 갈등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리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많은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나부터 심신을 바로잡고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원기107년 10월 청년신성회를 통해 출가의 서원을 세우고 굳은 결심을 하게 됐다.

지금껏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로 여러 인연을 만났다. 법연으로 만난 모든 이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나의 삶에 소중한 인연으로 자리 잡았다. 그 인연에 보답하기 위해 신심과 공심을 갖춰 더 많이, 더 깊이 보은하는 전무출신이 되고자 한다. 

대산종사께서는 전무출신의 도에 ‘교도는 일반 사회인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전무출신은 일반 교도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던가.

다른 누구보다, 먼저 30년간 교도로 지내온 나 자신과 대조하여 공부하며 모범적인 생활을 해야겠다. 더불어 교단을 위해 헌신과 봉사를 아끼지 않는 교도님들과, 소태산 대종사께 부끄럽지 않은 전무출신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마다 지금의 이 다짐을 항상 유념하며 성불제중과 제생의세의 염원을 이룰 수 있도록 정진하고자 한다.

서른두 살이라는 나이로 전무출신의 서원을 세우게 됐다. 그간의 삶을 돌아보며 일상의 힘든 순간마다 항상 원불교가 옆에서 힘이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 단 한 사람에게라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 삶은 정말 값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따뜻함을 느꼈던 원불교에서,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 이제는 내가 따뜻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서전주교당

[2023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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