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천 교무
이현천 교무

올해 설날은 참 빠르게 왔다 갔다. 아직도 연도를 기재할 때 습관적으로 원기107년이라고 쓰곤 한다. 하지만 음력으로도 이제 원기108년 새해다. 이번 명절을 보내며 몇 가지 아쉽고, 함께 생각해봤으면 하는 문제들이 떠올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는 큰 혼란과 다양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모두의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이겨내 왔다. 1월 30일부터는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해제됐다. 이제 일상은 어느 정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과 정서는 어떤가. 아직도 코로나19 초기에 놀라거나 당황한 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교당에서 근무하는 교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명절 합동향례에 참석하는 교도들의 수가 부쩍 줄어들었다고 한다. 기자가 교당에서 근무할 때는 오히려 방역 수칙을 엄격히 준수해서인지 아니면 이런 상황이 금방 지나가리라 생각했는지, 그렇게 숫자가 줄어든 감이 없었다. 그런데 이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사람들의 마음이 계속해서 위축되고, 행동양식도 변화됐나 싶다. 

사실 그때도 몇몇 가정을 위해 교당에서는 비대면·유튜브 영상 향례를 열어줬다. 교당 정서에 익숙하지 않은 가족들은 영상 향례를 명절을 보내는 새로운 기준으로 삼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이렇게라도 향례를 지내는 정성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의 현상을 전해 듣고 보니 ‘이거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향례는 우리를 존재하게 한 조상들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고, 허례허식에 사용될 재화를 함께 모아 영가들의 이름으로 공익사업에 합력하는 거룩한 의식이다. 이런 의식교화는 현장에서 가족교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런 의식은 아직 신심이 두텁지 않은 가족들에게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지고 있고,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왕래가 어려워졌고, 비대면이 우리 곁에 안착했다. 기차나 버스의 한자리라도 구해볼까 하는 예매 전쟁이나 운전하며 겪는 교통 체증, 가족 사이의 명절 스트레스를 이제 겪지 않아도 되는 등 명절에 따라오는 단점들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직접 만나 가족 간의 정을 나누고, 함께 거룩한 의식에 참여하면서 원불교 정서와 추원보본의 정신이 몸에 배는 교화 효과 등의 장점은 어디서 되찾을 수 있을까.

혹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직접적인 타격이 눈에 보이는 법회와 종교 인구수 감소에 대한 우려와 회복만을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동안 무탈할 거라고, 잘 있을 거라고 여기던 기둥(의식교화)에 금이 가고 있음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2023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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