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병원(이하 원광대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다. 암이나 이식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의료시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병원이라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원광대병원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단순히 진료만 잘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연구, 교육, 성과 등까지 고루 살핌이 필요하다. 의사이자 연구자, 교수, 그리고 경영자인 서일영(법명 명중·북일교당) 원광대학교병원장. 그는 그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는 한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원광대학교병원은 ‘자부심’이다. 지방 소재이지만 ‘상급종합병원’이기에 무엇에도 도전할 자신이 있고, 이로부터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한 것. 이는 병원 구성원들이 가진 실력과 수준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기도 하다. 

실제 이는 다양한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에 선정된 것이나, 익산권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재지정된 것도 그렇다.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 재지정은 서울 소재 대학병원 여러 곳이 탈락한 가운데 이뤄낸 성과로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원광대병원은 카이스트로부터 공동 연구 제안을 받기도 하고, 정신건강학과는 최근 네이버와 함께 AI를 기반으로 하는 자살심리상담을 시작했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7년 연속 1위라는 위엄을 이어가는 중이다.
 

병원장으로서 지난 1년을 돌아본다면요.
“1년을 지내고 보니까 병원장직을 수행하면서 수술까지 하느라 너무 바빴어요. 두 가지를 병행하는 걸 각오는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웃음) 그래도 많은 구성원의 도움이 있어 큰 무리 없이 1년을 보낼 수 있었고, 그 사이 병원은 국책사업과 국고지원을 통한 여러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도 냈어요. 연구중심병원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노력에도 성과가 있었고요.”

바쁜 일정 중에도 비뇨기 권위자인 서일영 병원장에게 신장암 수술 요청은 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지난   1년간 병원 발전을 위한 구상과 걸음을 옮기는 만큼, 자신을 필요로 하는 환자를 위해 수술대 앞에도 기꺼이 섰다.

녹록지 않은 의료환경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현실적으로는 필수의료를 위한 의료인력 구인 난항, 인건비 및 비용 증가, 인구소멸 및 수도권 유출로 인한 환자감소 위기 등 산재한 문제가 많아요.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의 시작점은 결국 구성원들과의 긴밀한 소통이라 생각합니다. 병원은 병원장 혼자의 힘으로 돌아갈 수 없고, 구성원들이 주어진 일에 최선과 책임을 다함으로써 원활한 조합이 이뤄져야 성과로 이어지니까요.”

그래서 그는 ‘직접 현장 속으로’ 간다. 수시로 진료과와 부서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면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고자 하는 것. 각종 회의나 소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도, 몇 년 동안 멈췄던 임상교수 연수를 다시 시작한 이유도, 모두 소통과 의료환경 개척을 위해서란다. 

원광대병원의 K-의료가 세계를 향하고 있습니다.
“2022년 5월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2022 의료해외진출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선정됐어요. 해외 의료수요 충족 지역을 물색하다가 베트남 롱안성을 택했고, 국내 병원으로서는 최초로 롱안성 정부와 업무협약을 했습니다. 원광대병원이 긴 시간 쌓아 올린 해외의료의 노하우로 만들어 낸 기회라는 점과, 병원(또는 기관) 대 병원이 아니라 성 정부와 직접 업무협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원광대병원의 K-의료 이력의 시작에도 역시 서 병원장이 있다. 국제진료센터장으로 근무하던 2010년부터 그는 병원의 해외 진출과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 등 K-의료를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던 것. 외국인 환자 전용 병동 개소, 미군 환자 전담병원 등의 성과도 모두 그때 비롯된 일이다. 이를 기반으로 원광대병원은 그동안 중국,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K-의료의 저력을 선보여왔다.
 

원기107년 9월 2일 전산종법사 접견.
원기107년 9월 2일 전산종법사 접견.

눈 앞의 성과보다 다음 세대를 선도하는 선구안을 가진 듯합니다.
“주요 인력인 의사들이 생각하는 중요 가치는 크게 세 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임금, 연구역량, 병원의 비전이죠. 다시 말하면, 임금 못지않게 교수로서의 연구역량 강화와 병원 비전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거예요.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의생명연구원을 활성화해 특허 출원 운동, 매칭 펀드 연구비 지원, 해외연수 등 많은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서 병원장과 인터뷰 할 때마다 머무는 느낌이 하나 있었다. 그가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 즉 미래 세대에 기회를 제공하고 그것이 병원의 미래 발전과 연결되도록 하는 준비에 관심을 쏟는다는 점이었다. 

“병원장이 매일 병원을 돌면서 진료과별 수입을 화면에 띄워놓고 보기만 해도 당장 오늘 내일의 진료 수입은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미리 준비해야 더 큰 미래 먹거리를 장만하죠. 기획조정실장일 때 외상응급의료헬기 도입에 3~4년이 걸렸는데, 그 응급의료헬기가 있어서 지금 퀀터플 응급의료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처럼요.”

새해, 병원의 새로운 미래가 기대됩니다.
“우선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해 진료 실적, 진료 수입을 잘 유지해야겠죠. 또 국고사업과 국책사업을 많이 수주함으로써 우리 병원이 가진 우수한 심뇌혈관질환센터, 권역응급 및 권역외상센터 등 퀀터플 진료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특성화센터 육성에도 노력하려고 합니다. 호남-서해안 지역 최고의 병원으로의 발전을 위해 최신 치료장비 도입과 첨단재생의료 및 식품클러스터 관련 사업 수주, 양성자 치료센터 및 희귀난치성질환센터를 유치해 지역 경제 또는 인구 유입 등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길도 찾고자 해요. 수도권 진출도 계속 진행할 겁니다.”

서 병원장은 “지역 내 개원의와 대학병원은 공존과 상생을 해야 하는 운명체”라며 “지역사회에 기반 없는 수도권·해외 진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공동연수 등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상급종합병원’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을 ‘수술하는 의사’라 칭했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지난해 취임 후 1년여간 서 병원장이 늘 실무, 그리고 현장 속에 있었던 이유는. 

경영으로는 병원을, 의술로는 생명 살리기를 겸하며 보낸 1년. ‘병원장으로서 매일을 밀도 있게 보내기 위해, 각오했던 것보다 더 바쁘고 힘들게 보냈다’는 그의 표현에 보람과 긍지가 함께 묻어나는 이유는, 원광대병원이 가진 여러 저력 때문일 것이다.

[2023년 1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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