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뭉치면 ‘종교 울’ 사라진다

[원불교신문=장지해 기자] 그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스님이다. 하지만 혼자일 때는 별로 없고, 늘 누군가와 ‘함께’다. 함께인 이들은 바로 개신교 목사, 천주교 신부, 원불교 교무 등 이웃 종교 성직자. ‘단순히 다른’ 정도가 아니지만, 이들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 사람들에게 환영받는다. ‘다르지만 하나 된 모습’이 세상의 울림이 되는 것이다.

성진 스님(남양주 성관사)은 8년 전쯤, 우연히 tvN의 ‘오마이갓’이라는 종교 토크 방송에 출연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이웃 종교인들과의 대화와 만남에 눈을 떴다. 그러고 보니 그보다 10년 전쯤, 은사 스님께 들은 말씀이 있었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네 종교 내 종교’라는 게 의미 없을 것이다. 종교가 서로 만나 소통하며 그렇게 살아야 한다.”

불현듯 상기한 스승의 말씀과 때 마침의 경험. 그는 본격적으로 ‘지금 시대에 필요한 몫’을 고민했다. ‘앞으로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은 점점 많아질 텐데, 이러한 시대에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가깝게 지내는 신부와 함께 고민하며 찾은 답은, ‘우리가 세상으로 나가자’였다. 그렇게 종교가 다른 성직자가 함께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마음읽어드립니다 ‘님과함께’’라는 타이틀이었다. 성진 스님은 이에 대해 “전 세계를 통틀어 다른 종교의 성직자들이 함께 시작한 방송으로 최초일 것”이라 말했다.

그는 자신을 흔연히 ‘매개체’로 내놓는다. 특정 종교나 특정 종교의 종교인이라는 울을 넘어 ‘세상을 위한 종교’로 나아감을 보여주는 역할로서의 매개체. 무엇보다 이를, 여러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스님을 통해 불교를 친근하게 느끼게 됐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불교는, 누구나 알지만 동시에 가장 모르는 종교일 수 있어요. 아직도 대중매체를 통해 받는 질문 대부분은 ‘머리는 왜 깎아요?’, ‘스님들도 모기를 잡나요?’와 같은 것들이죠. 우리가 받는 질문이 여전히 그 정도에 머무는 이유는, 결국 우리가 세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것을 극복해보고 싶었어요. 담을 낮추고, 이미 불교가 훨씬 다양한 삶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함께해오고 있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종교’ 또는 ‘불교’라는 테두리를 넘어 ‘세상과 함께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겠다 싶어 시작한 활동들. 그런데 막상 ‘세상과 함께’하려니, 쉽지 않았다. 성진 스님은 그중 하나로 ‘일상 언어 사용법’을 꼽았다. 일반 대중과 만나려면 그들에게 익숙한 언어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곧, 자신에게 익숙한 불교 용어를 쓰지 않고 대화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다름 아닌 함께 활동하는 ‘이웃 종교 성직자들’로부터다.
 

이웃 종교 성직자들이 ‘선생님’이 됐네요.
“이웃 종교 성직자들에게 정말 배울 게 많아요. 나는 못하지만 다른 종교 성직자는 할 수 있는 게 있고, 그러다 보면 많은 생각, 새로운 시각이 열리죠. 종교인들에게는 ‘내가 제일 거룩하고 내 삶이 가장 특별하다’는 생각이 있는데, 신부님, 목사님, 교무님과 대화를 하면 그 삶도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돼요. ‘다 특별하다’는 것은 결국 ‘보편적이다’는 거죠. 그분들만의 종교적 체험, 영성, 언어를 넘어선 교감, 계기가 모두 있고, 결국 모든 종교가 가진 종교성은 같아요. 교류하고 알아가면서 ‘나만(또는 내 종교만) 특별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되죠.”
 

‘세상을 위한 종교’로 나아감 보여주는 매개체 역할
함께하면 ‘나만 특별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돼

유튜브 채널을 통해 4대 종교 성직자가 ‘만남’ 중창단으로 활동해 화제였습니다.
“사실 종교가 대중매체에 나서는 것은 엄청난 걸 각오하는 일이에요. 다 좋은 이야기만 듣는 게 아니거든요. 그럴 때 ‘내 역할’을 생각하죠. 제 목적은 ‘거룩한 스님’이 아니더라고요. ‘님과함께2’는 4대 종교 성직자들이 합창을 통해 만나는 이야기를 담는 유튜브 방송인데, 네 명이 모두 뭉치면, 종교가 사라져요. 너무나 명확히 모두 종교인인데,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우리를 편하게 바라보죠. 합창은 세상 사람들의 언어, 세상 사람들이 호감 있을 것으로 다가가는 시도이고, 종교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세상과 만나는 방법이에요. 네 종교/내 종교를 따지지 않고 우리 종교인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같이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게 하고, ‘자신 또는 우리 삶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게 하죠.”
성진 스님은 ‘종교성’ 또는 ‘영성’에 대해 ‘인간이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그 질문에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 그러한 모습, 그러한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이는 네 명의 성직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이러한 종교성과 영성을 가질수록 사회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 진리끼리 싸우는 것은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종교인이라면 이 세상 누구라도 만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내 걱정 어디서 왔을까>라는 책도 냈습니다.
“걱정에는 좋은 걱정과 나쁜 걱정이 있는데, 좋은 걱정은 준비(대비)를 하게 하는 것이라 사실 걱정이 아니에요. 진짜 ‘걱정’은 문제가 생길 것을 알지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것,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것, 이 두 가지죠. 어떤 목표를 두고 2안, 3안을 준비하면서 노력하는 것과, ‘이게 안 되면 어떡하지’ 하며 불안해하는 것은 완전히 달라요. 종교는 ‘원’으로 삶이 바뀌게 해요. 원(소원) 하나를 가지는 것 자체만으로, 행동을 변화하게 하죠. 소원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알게 해서 ‘지금’을 바꿔요. 그리고 소원을 이루려면 기다리는 시간, 즉 인욕이 반드시 필요해요. 이런 이야기를 일상 언어로 전해주고 싶었어요.”
 

갈등이 많은 세상, 종교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게 갈등의 가장 큰 원인 같아요. 하지만 없애는 것으로 답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인내가 어렵고, 쉽게 해결하고 싶죠. 실제로 저도 어른 스님께서 ‘데리고 살면서 답을 찾으라’ 할 때가 가장 어려웠어요. 하지만 인욕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생겨요. ‘같이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버리지 않는 게 중요하죠. 종교는 교세 확장 이전에, 자기 종교가 가진 종교성을 가지고 어떻게 세상과 함께 살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해요. 그게 노래를 함께 하는 것일 수도 있죠.”

그는 출가한 지 20년 차에 스승으로부터 바다 해(海) 자를 호로 받았다. “리더는 얼굴과 마음이 다른 모든 사람을 다 한 품에 안고 산다. 바다처럼 모든 것을 품고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도 함께였다.
 

행복의 비결을 전해주세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는 마흔 살만 넘어도 ‘행복이 뭐야?’라고 질문하는 걸 ‘배부른 소리’라고 여겨요. 그게 잘못된 거죠.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그 길을 찾을 수 없어요. 낯설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계속 질문하세요. 그게 행복을 찾는 길이에요.”
 

[2023년 2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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