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원 기자
이여원 기자

간격, 사물이든 사람이든 시간적으로 또는 공간적으로 벌어진 사이를 말한다. 사람들의 관계도 벌어진 정도에 따라 간격이 생긴다. 그 벌어진 사이가 갖은 경계를 만들고, 그 경계 따라 마음이 온갖 조화를 부린다. 어떤 경계는 사이가 너무 가까워서, 어떤 사이는 너무 멀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혁신의 간격. 교단혁신특별위원회의 혁신안은 크게 세 가지 과제영역이다. 지도체제 혁신, 교화구조 혁신, 전무출신제도 혁신. 이중 ‘지도체제 혁신’은 종법사 피선자격과 수위단회 재가출가 동수 구성 등 논의 주제가 예민하다. 

사안은 예민한데, 더 고민은 현장 교화자들의 반응이다. 혁신안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은 그나마 다행이다 싶을 만큼, 시선이 차갑다. 냉랭한 그 간격을 치열하게 극복해야 함이 절실하다. 백번 천번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 혁신의 한 걸음도 구성원들 없이는 떼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복과 전환의 간격. 교단 제4대 제1회 설계 비전은 ‘회복과 전환, 교단을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다. 소태산의 근본정신을 돌아보고, 원불교 창립정신과 교법정신 ‘회복’, 교단과 사회의 변화와 대응을 위해 주저하지 않는 ‘전환’이 교단 4대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목표 수립에 대한 설계도(안)가 잡힌 만큼, 구성원들에게 의제가 쉽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가출가 전 교도가 ‘회복과 전환’의 주체가 될 때, 교단 제4대가 촘촘해진다. 간격도 그만큼 촘촘해진다.

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소태산 대종사는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생각하는 법’을 말씀하면서 ‘이와같이 오래오래 공부하면 자타의 간격이 없이 서로 감화를 얻으리라’고 깨우쳐주신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부가 자타의 간격이 없는 공부다. 나와 너가 다르지 않은, 우리들의 간격이 좁혀지는 한 해로 공부거리를 삼는다.

이번 교정은 교단 제3대 말과 제4대의 시작이 맞물려 있다. 중앙총부 직원연수에서 교정원장은 “중앙총부부터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기있고 따듯한 총부가 되기 위해 교무와 직원이 서로 교류하고 칭찬하며, 점심 식사 후에는 삼삼오오 ‘다 함께 돌자 총부 한바퀴’도 하자고 제안했다. ‘정성이 곧 실력’임을 믿고 구성원들을 공경하며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마음도 먼저 내보였다. 가닿은 진정성만큼, 구성원들과의 간격은 좁혀질 것이다. 

‘드디어’ 3대 말 원기108년이다. ‘상대가 이해할 수 없는 억지를 부려 소통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소통하고 공감하려는) 그 마음을 놓지 말자’는 당부가 새겨진다. 그리고 요 며칠 입가에 맴도는 워딩, ‘다 함께 돌자 총부 한바퀴’.

[2023년 2월 8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