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선학대·원광대 원불교학과 예비교무 겨울정기훈련
흐트러짐 없는 꼿꼿한 정진, 흔들림 없는‘58개의 철주’

[원불교신문=이현천 기자] 성성한 새벽녘! 만생령을 깨우는 경종 소리가 산 아래까지 울려 퍼진다. 세상을 맑힐 청정수가 초선성지에 샘솟는다. 새벽 별 아래 모인 58명 예비교무들의 입정삼매와 분연한 정진심은 ‘기어이 성불하여 만생령 건지리라’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1월 26일~2월 8일 만덕산훈련원에서 진행된 제33회 예비교무 겨울정기훈련 풍경이다.

겨울 새벽 5시, 환한 대낮처럼 법당에 모인 예비교무들의 눈망울이 초롱하다. 1시간여 동안 미동 없던 이들은 출정을 알리는 경종소리에 몸을 푼다. 이어지는 남녀 합창의 독경 소리. 소태산이 100여 년 전 제자들과 첫 훈련을 났던 만덕산성지에 후진들의 목소리가 얹힌다.
 

새벽 좌선에 이어 또다시 오전 3시간 동안 선정진이 시작됐다. 침잠, 스스로를 고요히 찾아가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1시간 반의 입정과 독경삼매를 거치면 각자 수준에 맞는 분반으로 나뉘어 공부길을 잡는다. 행선을 선택한 이들은 묵언 속에 길을 걸으며 내딛는 발걸음마다 마음을 모은다. 마침내 닿은 초선성지. 그곳에 어린 성흔을 좇아가기를 서원해본다.

오후 2시, 이제야 심각하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자기의 주장과 깨침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강연시간이다. 이 때문이었는지 점심시간부터 숙소동이 분주했다. 준비한 원고를 외우기에 여념이 없는 교우, 원고가 맘에 들지 않는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교우 등 다양한 스타일로 발표를 준비한 예비교무들이 단별 장소에 모였다. 
 

‘교화자로서 공부에 대한 치열함’


외국인으로서 원불교를 만나 출가의 길을 걷는 원은혜 예비교무(영산선학대 3)는 ‘선악업보가 끊어진 자리’에 대해 맹자와 순자, 불경까지 인용하는 정성을 보인다. 한국어로 발표하는 그에게 쏟아지는 응원이 따듯하다. 

오직 공부인으로 맞붙는 회화 시간은 ‘선배도 후배도 없다’. 각자가 생각하는 교화자와 공부길에 대한 치열한 연마가 묻어난다. 회화의 갈피를 잡아주는 지도교무들의 안내 덕분에 예비교무들의 지혜 단련은 오늘도 이상 무.
 

 

동선에 임하는 예비교무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소미 예비교무(원광대 원불교학과 2)는 “동선에 들어와서 심고 때마다 ‘모든 일과 시간에 새 몸과 마음으로 진급하기를’ 기도하며 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또 권현창 예비교무(영산선학대 4)는 “함께 모여 공부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는 외경에 끌리지 않고 오롯이 훈련에 정성으로 임하는 것이 목표”라는 다짐을 밝혔다.

저녁 7시, 그날의 얻은 소득을 점검하고, 다음날을 준비하는 일기 기재 시간. 하루 동안 챙겨온 마음작용의 흔적을 돌아본다. 이어지는 염불과 헌배. 다시금 마음을 염불삼매로 묶어내고, 각자의 기도와 참회를 담은 헌배로 하심(下心)을 새긴다. 

[2023년 2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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