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사랑하는 연인의 집 아래,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창문으로 고개내민 그대에게 감미로운 노래를 남기고 겨우 막차에 타 삐삐로 1010 2 35(열렬히 사모)를 남기던 그 시대의 로맨티스트들은 알고 있었을까. 20여 년이 흘러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새로운 인연을 찾기 위해 데이트를 반복하는, 일명 연애 ‘환승’ 프로그램이 나오게 될 줄. 아마 알았다면 그 시절 X세대들은 진작 뒷목 잡고 쓰러졌을 것이다.

MZ에게 ‘인맥’은 열렬함과 거리가 멀다. 젠더 감수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열풍을 맞고 자란 그들의 연애와 인맥에서 떠오르는 키워드는 ‘합리성’이다. ‘상대를 알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번 이상 만나 봐야한다’거나 ‘사계절은 겪어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은 고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NS의 발달과 코로나19의 폭풍으로 랜선(온라인)을 통해 사람을 접하는 이들은 자신의 니즈(needs)에 맞게 사람을 뽑아쓴다. 그래서 MZ에게 인맥은 ‘티슈’로 표현된다. 학연, 혈연, 지연과 같은 끈끈함은 없지만, 편리하고 대체 가능하며 선택지가 많다는 의미다. 

ⓒZUM 뉴스 일러스트
ⓒZUM 뉴스 일러스트

종교계는 어떨까. 기자의 지인인 어느 MZ는 수요일에는 교회에 가고 일요일에는 성당에 간다. 수요일 예배 후 청년부에서 진행하는 영어스터디와 일요일 미사 후 성당에서 진행하는 향초 테라피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MZ에게 종교는 단순한 신앙보다는 여가에 가깝다. ‘감히 종교를?’ 하는 눈초리는 MZ세대를 종교에서 더욱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MZ에게 원불교 표 티슈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교당에 청년회원들의 안부를 물으면 많은 교무님들은 “바쁜지 요즘 법회에 통 나오지 않네요”라고 답한다. 이때 우리가 가진 무기가 필요하다. 어렵지 않고 지루하지 않으며, ‘실생활에 더욱 가까운 종교’라는 원불교만의 훌륭한 무기.

“우리 교당에서는 이번에 명상모임 시작했어 향냄새랑 타종소리가 ASMR*이 따로 없더라”며 우리 교당 자랑을 늘어놓는 엠집토끼(MZ+집토끼)들은  종교에 회의감을 가진 MZ까지도 불러낼 저력이 있다. 원불교에도 부드럽고 시선이 갈 만한 티슈곽이 필요하다.

*ASMR  자율 감각 쾌감 반응의 줄임말. 집중력과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소리를 모아놓은 각종 영상과 음원은 MZ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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