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갖는 빵타임, 강화 독일빵집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옛 목욕탕 공간에서 빵을 먹는 인증샷이 화제다. 레트로 열풍을 타고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강화군 강화읍 ‘독일빵집’이 그 주인공. 2년 전까지 40년된 목욕탕이던 ‘독일탕’을 리모델링 해, 남탕이던 1층에서 빵을 굽고, 여탕이던 2층에서는 빵과 커피를 즐기게 했다. 옛 빵맛 찾는 ‘빵지순례’ 필수코스인 만큼 팥빵과 크림빵, 꿀빵이 인기만점이다. 부모님 모시고 먼 길을 달려오는 가족손님도 많다. 목욕탕과 빵집 역사 도합 70년, 여기에는 김동훈·이명의 교도(서울교당)의 구수한 세월이 갊아있다.  

이야기는 1960년대로 거슬러 간다. 열다섯 살이던 소년은 낮에는 장수 국수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제과제빵을 배웠다. 전국 유명 제과점에서 기술을 익혀 상경한지 10여 년, 드디어 강화에 자신만의 가게를 낸다. 1970년대 말 강화에는 빵집이 세 개였는데, 고려당, 태양당, 독일빵집까지가 모두 그의 가게였다. 그런데 왜 ‘독일’일까. 성실하고 부지런한 독일의 이미지가 좋았던 김 교도의 선택이었다. 부부는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365일 하루도 쉬지 않았다.
 

목욕탕과 빵집 역사 합쳐 70년, MZ세대 핫플
전국 교당 및 훈련원에 보내 교화·순교 도와

결혼하고 첫째 딸(김성연 교무·홍천교당)이 태어나던 해, 읍내 빈 땅을 사서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완공 후 목욕탕 ‘독일탕’을 오픈한 것은 둘째 딸(김민정 하나요공방 대표·서울교당) 백일무렵이었다. 빵집에 이어 목욕탕을 열었다고 대산종사께 고하니, “빵으로 배를 불리고, 목욕으로 사람을 깨끗하게 하니 좋다. 잘했다”고 하셨다. 그 말씀 받들어 빵집은 2000년까지, 목욕탕은 2021년까지 운영했다.   
 

지금의 독일빵집은 2년 전 목욕탕 자리를 고쳐 다시 오픈한 가게다. 40년 만에 물빠진 욕조를 철거하고 주방을 만드는 등 모든 과정을 김 교도가 직접 했다. 남탕을 정비하고 나니 2층 여탕까지 손 볼 여력이 모자랐다. 그래서 그대로 뒀는데 손님들은 오히려 그 공간을 재밌어했다. 40년 넘어 삐걱대는 옷장이며 신발장, 체중계, 바나나우유 마시던 테이블, 사우나, 샤워기, 거울도 다 그대로다. 다만, 남산이 보이는 창을 크게 내고 벽만 좀 바꿨다. 

“빵집을 다시 열고는 요즘 유행하는 패스츄리나 크로와상 같은 빵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역사도 그렇고 분위기가 이래서인지 인기가 없더라고요. 옛날에 인기있었던 팥빵, 크림빵, 꿀빵, 만쥬가 여전히 잘 나가요.”
 

사실 ‘다시 빵집을 하자’는 남편의 선언에 한숨부터 쏟아냈다는 아내 이명의 교도. 새벽부터 밤까지 꼬박 빵 굽고 가게 지키는 생활을 다시 하자니 폭폭했지만, 빵 나눌 생각에 한편으론 설레었다. 애초부터 이들의 빵집은 두 개 만들면 하나만 파는 곳이었다. 방방곡곡 시골교당이 순교를 갈 때 이 집 빵이 봉지에 담겨 건네졌다. 훈련원이며 기관, 그 밖에 어렵다는 곳이면 빵을 박스채 보냈다. 전에는 거의 매일, 2년 전 다시 열고도 한 주에 두세 번은 여기저기 보낸다. 빵을 참 많이 굽지만 재고가 전혀 없는 이유, 안 팔려도 조급해하지 않는 비결이다.

독일빵집은 아침 6시 30분 원음방송 교산 이성택 교무의 법문과 기도로 오픈한다. 첫 빵인 식빵이 나오는 오전 8시부터 부부와 직원들의 손은 바빠진다. 빵집이기도 하고 아직 목욕탕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빵 두 개 중 하나를 교화 현장으로 보내는 보은의 일터. 오늘도 독일빵집의 구수한 빵냄새가 강화 읍내를 따뜻하게 채운다.
 

[2023년 2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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