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청년교도
김상현 청년교도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사고도 아닌 것이 갑작스레 찾아와 일상을 침범했다. 의사는 ‘안면마비’라고 했지만 얼굴뿐 아니라 모든 생각이 같이 마비된 것처럼, 늘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이 낯설게 와닿았다. 잠을 잘 때 눈을 감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원망심이 불거졌다. 

‘왜 빨리 낫지 않을까…. 대체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방 안에만 틀어박혀 한 달의 시간을 조급함과 불안함 속에 보냈던 그. “지금 생각해보면 아픈 것보다 그 아픈 것을 인정하지 못하던 마음, 그게 경계였던 것 같아요.” 김상현 청년교도(신림교당)는 역경보다 ‘그 상황을 원망하는 마음’이 경계였다고 했다.

그 경계의 동굴 속에서 그를 꺼내준 이는 행아웃교화단에서 만난 박은솔 교무였다. “‘병마를 적이라 생각 말고 친구 삼으면 도움이 된다’는 구절을 전해주시는데, 딱 제 얘기구나 싶더라고요.” 인생의 걸림돌도 디딤돌로 바꿔준다는 보왕삼매론. 박 교무가 전해준 그 가르침이 김 교도의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치료를 받고 처방을 들으니 안면마비가 오기 전 제 생활습관에 문제가 많았던 것을 알게 됐어요. 나쁜 습관을 고치고자 다짐했죠.”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는 보왕삼매론의 가르침처럼, 스트레스를 줄이라는 처방에 아침 좌선을 시작했고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라는 처방에 108배도 시작했다. “돌아보니,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가 다시 보니 가장 마음공부에 열중하던 시기였네요.” 이제는 웃으며 떠올리는 그때의 기억이다. 

“역경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어요. 역경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다만 그 일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 다음은 역경에 대한 원망을 감사로 돌리도록 연구하는 것이에요.” 그렇게 하기만 한다면 그 연구의 끝에는 진정으로 감사한 결과가 찾아올 것이라고,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삶에 지지대가 되어준 행아웃교화단은 2016년 메신저 프로그램 ‘행아웃’을 통해 시작됐다. 전세계 원불교 청년들이 모이는 그곳에서 그들은 눈높이를 맞추고 공부하며 서로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김 청년교도도 그 안에서 자신의 경험을 담아낸 강연 등으로 청년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전하고 있다. “감사는 ‘같이’ 있을 때 생기지, 혼자서는 만들 수 없어요.” 그들은 그렇게 ‘같이’ 감사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2023년 2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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