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려는 동기부여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줘야”
늘해랑, ‘자원봉사 통해 베풂을 알고 배움도 얻어’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치과기공사는 구강치료에 필요한 보조장치나 보철물을 제작하는 전문가로서 치과의사, 치과위생사와 함께 3대 치과 전문직에 속한다. 그러나 의사와 위생사와는 달리 기공사는 치과를 방문해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이가 아니다. 그 때문에 많은 이가 치과기공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김영훈 원광보건대학교 치과기공과 교수(법명 도선·학생성공지원처장)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치과 보철물이라는 의료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가 바로 ‘치과기공사’”라 소개한다. 
 

자신만의 예술, 치과 보철물 생산자들
“제가 만들었던 인공치아가 진짜 치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결과물로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치과에 보내기 아까워서 주머니에 넣고 다닌 적이 있어요.”
김 교수는 자신의 기능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 틀니나 임플란트 등 생활에서 꼭 필요한 치과 의료기기 중의 하나를 만들어내며, 또 그 안에 섬세함과 미(美)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활에 불편함이 없어야 하므로 치과보철물을 만드는 일처럼 세밀한 기술력이 필요한 직업도 흔치 않다. 그래서 치과기공사의 직업은 ‘적성’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김 교수의 이야기는 달랐다.

“개인적 소견으로 적성이 안 맞는다는 건, 본인이 좀 늦는 것뿐이라 생각합니다. 계속 꾸준히 하다 보면 기술이 발달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에요.” 

실지로 치과기공사 면허를 취득했다고 해서 모두가 모든 기능을 완벽히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운전시험을 위해 각 코스를 다 돌고 면허증을 얻었더라도, 도로 주행을 모두가 잘 하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때문에 김 교수는 “후천적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부분을 자주 강조한다.

“학문은 계속하지 않으면 퇴보하기 쉽지만, 이 기능은 한번 익혀놓으면 몸에 배요.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라면 10년 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다가도 다시 탈 수 있는 것처럼요.” 

그렇기에 그는 학생들에게 ‘꼭 하는 만큼 되는 일이며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가르치며 성실함의 삶을 일깨워준다.

“가르치면서 실감한 것이 있어요. 학생들에게 60의 하중을 주면 처음엔 힘들어하지만, 금방 80의 하중을 견딜 만큼 성장합니다. 단순한 지식을 전수하기보다 도전하려는 동기부여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제게 주어진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도전하려는 동기부여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줘야”
늘해랑, ‘자원봉사 통해 베풂을 알고 배움도 얻어’

늘해랑, 어르신 위한 자원봉사
김 교수는 원광보건대학교 ‘늘해랑’ 동아리 지도교수다. 늘해랑은 ‘늘 해와 같이 밝고, 명랑한 아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처음에는 치과기공학 학생 중 엘리트들의 전공 학술모임으로 시작됐다. 2013년부터는 자원봉사 동아리로 활동하면서 인원이 늘고 그 규모도 커졌다.

“자원봉사 활동은 지역사회 공헌도 되지만, 자신의 기능향상도 얻게 됩니다. 그 때문에라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여기서 활동하며 보람을 얻죠.”

실제로 늘해랑 동아리는 노인요양시설과 인근 마을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의 의치를 받아 세척과 소독을 해주고, 관리법도 설명해준다. 익산의 원광효도요양병원과 수양의집, 사은의집, 상록원, 정화수도원 등을 방문하거나, 지역 어르신들이 많은 마을에도 찾아가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늘해랑은 노인시설을 찾아갔다. 비대면으로 의치세척과 소독 봉사를 계속 이어 오다가, 얼마 전부터는 드디어 다시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게 됐다.

“의치는 고가의 치과 보철물인데 관리를 잘못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해요. 세척과 소독을 주로 하다 보니 새것처럼은 만들어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어르신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연신 허리를 굽혀 감사하다고 여러번 인사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학생들도 그렇게 베풂의 기쁨을 알게 되고 배움의 경험을 얻어갑니다.”
 

불연 깊은 인연
김 교수는 불연 깊은 집안의 영향으로 원불교와도 쉽게 인연이 됐다. 그의 아버지의 사촌 형은 조계종 12대 종정을 지낸 법전 스님이다. 그래서인지 학교에 오게 되면서 당시 학과장 교수의 권유로 쉽게 원광보건대학교 법당을 찾았다.

“저는 지금도 예회보를 모으고 있어요. 특별히 어떤 법문 한 구를 좋아한다기보다, 마음이 요란할 때면 예회보를 하나씩 다시 꺼내 봅니다. 예회보에 그 주 법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치 주요 법문만을 간추려 모아 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원불교는 신(神)을 믿는 종교가 아니라 마음을 공부하는 종교라는 점에서 깊이가 느껴졌다. 스스로 수양하고, 스승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것이 그저 마음이 편안했다고. 
“제가 근무하는 곳이 원광보건대학교이고, 저는 학교 법당 소속 교수이니 더 열심히 교당에 다니려 합니다. 생활에서 경계를 통해 마음공부를 배우고 있어요. 많은 가르침이 있는 법당에서 잘 배우며 더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2023년 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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