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혁신의 시간이 1년여 지나고 있다. 지난해 1월 전무출신 인사 이후 위원구성, 출가교역자 대상 공청회, 이어진 재가교도 대상 공청회 등으로 산통의 시간을 지나왔다. 그리고 올해부터 수위단원 연찬회를 비롯 출가교화단에서는 혁신과제를 주제로 다양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교단혁신특별위원회가 내놓은 혁신 과제는 지도체제, 교화구조, 전무출신제도 3가지로 나눠진다. 이중 지도체제 혁신이 주안점인 듯하다. 혁신위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도체제 혁신은 원불교 최상위 교화단이자 최고결의기관인 수위단 혁신에 집중되어 있다.

바람직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체제가 객관적으로 분석될 때 힘을 얻을 수 있다. 문제분석이 바르지 못하면 그 답도 오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혁신위가 내놓은 수위단회 구성 혁신에 있어 ‘현 체제의 문제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먼저, ‘수위단원의 수가 많아 원활한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교화단 체제로 적용할 때 일면 타당할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가 밝혔듯, 교화단은 9인 단위로 전 인류를 교화할 간이한 조직체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불교의 중요사항들을 최종 결정하는 수위단회 기능에 있어서는 문제가 달라진다. 교단 최고 결의기관으로 작용하는 수위단회라면 회의에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다수의 인원이 다양하게 참여함으로써 결정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양한 계층의 참여가 한정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 타당할 수 있다.

또 ‘출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가 수위단원의 비율이 적어 재가교도의 의견을 반영하기가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수위단회에는 재가인 호법 수위단원 8명이 참여하고 있다. 혁신위가 제안한 안으로 재가 수위단원을 최대 수용하더라도 9명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문제를 다르게 보면, 현 체제에서 출가 수위단원이 재가 수위단원의 3배수에 이르러 호법 수위단원들이 충분히 자기 의견을 내놓는 것에 위축을 느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연 이 문제제기에 몇 명의 호법 수위단원이 수긍할 수 있을까. 사실, 수위단회 구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사실여부’에 대한 논의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생략된 상태로 자의적 판단에 의지해 문제점으로 내놓는다면 자칫 실상을 밝히기 보다는 대중의 불신을 조장하는 호도에 불과할 수 있다.

지난 2월 초에 열린 수위단원 연찬회에서는 혁신위 안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 마찬가지로 출가교화단을 통한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염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즉, 지금 필요한 혁신은 원불교의 혁신이자, 우리 모두의 혁신이어야 한다. 특정 누구만을 위한 혁신이 아니다. 대중이 바라는 혁신은 대중의 생각을 읽어낼 때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2023년 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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