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오전 8시.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으로 대법당 중문 개방 버튼을 누른다. 불전 앞 중문이 좌·우로 서서히 열리고, 불전 위 하늘공원 창으로 투과된 아침 햇살이 일원상을 영롱하게 비춘다.

오전 9시. 불단 위 초와 향에 불을 붙이니, 햇살을 따라 향이 그윽하게 퍼진다. 대법당에 목탁과 독경 소리 고요하게 울려 퍼지고, 원목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은 교도들이 명상을 한다. 그대로가 온전한 선(禪)이다.

오전 9시 55분. 불전 앞 중문이 서서히 닫히면서 불전 모습이 사라진다. 법당 내부 조명이 점점 어두워지며 중문 중앙에 레이저빔으로 투사한 일원상이 뚜렷한 모습을 드러낸다. 법당은 염불 소리 가득하다.

오전 10시 정각. 경종 소리는 불전 천장에 닿아 큰 울림이 되고, 동시에 불전 앞 중문이 다시 열리면서 타종하고 있는 교무님의 뒷모습에 조명이 비춰진다. ‘탁~!’ 대법당 전체에 울리는 죽비 소리. 조명은 다시 소등되고, 고요한 정적 ‘입정의 시간’이다. 역삼교당의 일요법회는 이렇게 시작된다.
 

빛, 어둠, 음향이 적용되다
원기106년(2021) 3월 통합교당(대치·압구정교당) 건물 매입 후 리모델링을 주도한 감필국 교도(교당건축위원장)는 ‘어떤 교당으로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거듭되는 고심 끝에 법회 문화(안)의 방향을 설정했고, 이를 기반으로 교당 플랫폼(Platform)에 원불교 고유의 법회 문화, 의식(Software)을 적용했다. 그리고 법회 순서에 따라 음향, 조명, 영상을 치밀하게 설계했다. 
법회 시작 5분 전 정숙 시간에는 일원창 브라인드가 닫히고, 고측창 동·서쪽 블라인드가 열린다. 앞 첫 열까지는 디밍 조절 장치로 50% 밝기, 일원상조명과 불전조명은 온(On). 입정시간에는 중앙 불전 조명이 꺼지고, 헌공 및 분향시간에는 북쪽(뒤 끝 열~ 일원상) 조명 온(100%). 설교 시간에는 특수조명으로 집중도를 높인다. 
법회 순서에 따라, 시간대별 조명, 음향, 빛의 조절까지 프로그램된 ‘스마트교당을 위한’ 설계, 역삼교당의 법회의식은 사회자의 간단한 조작(Touch screen)으로 모든 시스템이 자동 조절된다. 가운데 중앙 스크린을 포함한 세 개의 빔 프로젝트, 불전 좌·우측 벽면 스크린에 나타나는 성가 텍스트, 조명 밝기가 조절되는 디밍 기능, 돌비 스테레오 음향 장치까지, AI 기술을 접목한 감 교도의 혁신적인 설계가 갊아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중심에 일원의 공간, ‘원 스페이스(WON SPACE)’가 그렇게 진면목을 드러냈다. 
 

조명, 음향, 빛의 조절까지 프로그램된 ‘스마트교당’
대한민국 중심에 일원의 공간, ‘원 스페이스(WON SPACE)’
통합교당 완전체는 ‘공부’ ‘교화’ ‘봉공’ 기반한 ‘교화의 성공’

세상을 향한 일원의 공간, ‘원 스페이스’
역삼교당은 지하 1층, 지상 5층, 옥상 하늘공원까지 7개 섹터의 ‘원 스페이스’ 건물이다. 절제미가 돋보이는 외관 건물, 명칭대로 꽃도 나무도 사람도 일원의 공간(원 스페이스) 안으로 끌어들인다. 건물 앞쪽은 화단을 만들었다. 7대의 주차공간을 포기하고 만든 화단 덕분에 지역민의 통행이 자유롭고, 따듯한 햇살이 건물 깊숙이 머문다. 
1층에는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특색있는 베이커리 카페가 입점했다. 인근 직장인과 블로거들의 방문으로 일찌감치 맛집 명소가 됐고, 입점 업체 선정에 신중을 기한 탁월한 선택으로 ‘원 스페이스’ 역삼교당의 인지도도 상승세다.
옥상의 하늘공원은 ‘원 스페이스’의 또 하나의 가치. 1층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사들고 하늘공원 벤치에 앉아 지인들과 나누는 담소는 강남 한복판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지상 카페와 옥상 하늘공원을 연결하는 버티컬패스(승강기)로 이동약자들 또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1층 로비, 2층 라운지&갤러리, 3층 사은홀(식당, 단회실, 회의실) 4층 명상&요가, 5층 대각전/일원홀 등 ‘원 스페이스’를 안내한 신효영 교도회장은 “도심 속에서 잠시 휴식할 수 있는 ‘쉼’과 ‘힐링’의 공간으로 지역민을 위해 개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 남쪽에 있는 산(대모산, 구룡산, 청계산)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전한 신 교도회장은 “평일에는 일반인들이 회의나 강연, 명상과 요가를 하고, 갤러리 실내 전시와 하늘정원까지 연계한 야외 조각 전시 등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와 교도들의 마음속에, ‘원 스페이스’를 통한 원불교 교화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다짐이 견고하다.
 

작은 마음의 씨앗, 통합의 큰 결실
통합이라는 결실을 얻기까지 지난했던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원기102년(2017) 통합추진위원회 1차 회의를 시작으로 통합의 문을 열었지만, 현 역삼교당 건물을 매입하기까지는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통합의 과정, 그 한복판에서 교도들의 합력을 이끌었던 여청식 전 교도회장은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통합해야 한다는 교도님들의 작은 마음의 씨앗이 큰 결실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면서 “통합이라는 작은 마음의 씨앗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는 교도회장을 이임하면서 상산 박장식 종사의 말씀을 가슴에 새겼다. 그 법문, 역삼교당의 더 깊은 화합과 발전을 위해 교도들의 가슴에도 새겨질 터이다. ‘둘이면 안 됩니다.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협력해야 합니다. 잘 될 것입니다.’

역삼교당이 존재하는 가치
“통합교당의 완전체는 교화의 성공이다. 그것이 역삼교당이 존재하는 가치다.”
김종신 교도부회장(교화분과장)은 ‘교화의 성공’이 있어야 통합교당의 완전체라고 단언한다. 그는 혁신적인 교당 외형(Hardware)의 존재가치는, ‘교화의 성공(Software)’이 있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결국 ‘공부’하고 ‘교화’하며 ‘봉공’하는 3대 축을 기반으로 교화단 체제 혁신, 법회 프로그램 재구성, 열린교당으로의 지역민 연계, 스마트교당 콘텐츠의 효율적 활용 등을 구체적으로 연마하고 있다. 
양인경 주임교무는 이 모든 불사가 진행되기까지 주인정신으로 합력해준 재가교도들의 소중함과 역대 교무님들의 혈심 정성을 잊지 못한다. 역량과 지혜, 깊은 수행심의 재가출가 교도들을 지자(知者)로 모시면서 교무진도 더욱 정성을 다하겠다는 마음 하나 보탤 뿐이다. 그 마음, 진한 울림이 된다. 

“원불교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의 소망이다.” 역삼교당 교도들의 소망이, 원불교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
 

[2023년 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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