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니가 웬일이야?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교화를?”

20년 만에 만난 원숙회(원불교 숙명여대 교우회) 선배 말이 콕 찔렸다. 늘 노느라 삐적삐적 빠질 궁리나 하더니, 이제야 나타나서는 교당에 가자고 하니 낯설다는 뜻이다. 음? 그러게요? 어쩌다보니 내가 이 포지션을…?

원숙회 현역이던 시절, 법회는 원효교당에서 봐줬고 지도교수님은 먼 교당에 다녔다. 그러다 내가 서울교당에 안착했고, 원숙회 담당이 우리 교당으로 바뀌었다. 여기까지는 ‘응?’ 정도. 그런데 또 몇 년 후, 교당에 갔더니 교수님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코로나19도 주춤하겠다, 얼마 전 교수님은 은밀히 내게 미션을 전했다. “우리, 원숙회 졸업생 한번 모아봅시다.”  

모임에서 돌아오던 길, 무릎을 쳤다. 졸업생인 내가 왔고, 우리 교당이 원숙회 담당이 됐고, 지도교수님까지  오는 데 10년. 사실 이 세월은 사은님의 큰 그림이었던 것이다. 〈슬램덩크〉에서 따오자면, 제목은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시합을 지배한다(채치수)’일까.

그동안 졸업생들 역시 밭을 일구고 있었다. 매년 꾸준히 만났고, 후배들 장학금도 모았다. 그동안 진학, 취업, 승진, 결혼, 출산, 이사 등으로 더러는 멀어지기도 했지만, 또 더러는 착실한 일원가족을 이루기도 했다. 이제는 애들도 좀 크고 거리두기도 끝났으니 교당에 나가볼까 한다는 후배들이 “서울교당 어때요?”라고 먼저 물었다. 오예, ‘왼손은 거들 뿐!(강백호)’

경기에서 지고 있던 능남고 유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흐름은 반드시 다시 한번 우리 쪽으로 온다.’지금, 교화가 안 된다고, 대학생교화는 끝났으며, 그 많던 원불교 대학생들이 사라졌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 그 흐름이 다시 한번 올 때, 이를 깨닫고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한원회(한양대학교 원불교 교우회)는 사실 우리 때는 사라진 동아리였다. 허나 재학생이 없던 때에도, 한원회 졸업생들은 가족끼리 만나며 신앙을 이어가도록 서로를 독려했다. 그러다 2003년 재창립이 되자, 그야말로 선후배가 더불어 날았다. 5년 동안 서대연 회장만 5명을 배출했고, 선배들은 50대 교도회장만 5명을 냈다. 안 될 때 될 날을 기다려 온 힘이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돼.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다(북산고 안 감독).’ 이 겨울, 교무와 교수와 교도가 도원결의하니, 당장 우리 교당에 원숙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는 봄엔 사은님이 동남풍으로 등도 살짝 밀어주겠지.’ 이제 우리는 그 흐름을 타고 영광의 시대로 간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지금입니다(강백호).”

[2023년 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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