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이스뚜디(Isthudi·감사합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남자가 아직 14개월인 딸을 대신해 감사인사를 건넨다. 심장병에 걸린 딸을 위해 먼 바다를 건너 한국에 온 그는 퇴비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 그러다 원광대학교병원(이하 원광대병원)과 인연이 닿았고, 덕분에 딸에게 건강한 심장을 선물할 수 있었다. 

그와 병원 사이에는 ‘감사’라는 가교가 있었다. 외국인이라 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병원비는 총 6,400만원이 나왔다. “그때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했던 것 같아요.” 김명주 원광대병원 사회사업팀장(정토회교당)은 백방으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 기관들을 섭외했고 그 병원비를 대신 해결했다. 김 팀장은 지난 30년 동안 이러한 일을 해왔다. 환자와 병원 사이에서 ‘감사’를 이어주는 일.

원광대병원에 사회사업팀이 만들어진 것은 30년이 됐다. 그리고 김 팀장이 사회사업팀에서 일한 지도 30년째다. 그는 사회사업팀의 뼈대를 만드는 것부터 자리잡는 데까지의 역사 속에 있었다. 교당 청년회 부회장을 맡을 만큼 신심이 두터웠기에 원광대병원에서 일하게 된 순간부터 병원의 모든 일을 ‘우리 집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병원에서 주로 만나는 이들은 몸이 아파 병원에 왔지만 병원비 걱정에 마음병도 얻어가는 환자들이다. 그는 그들을 위해 자원(국가지원혜택)을 찾고 매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우리는 누군가를 돕고, 또 환자들에게 감사를 전해주는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보람차고 감사한 순간들 사이에는 때로 경계의 순간도 있다. 몇 해 전, 그의 남편교무가 암 투병을 할 때가 그랬다. 그때 그는 남편을 치료하는 사람을 부처님처럼 여겼다. “매일 병원에 출근하면서도 잘 모르다가 막상 환자들이나 그 가족들의 상황에 직면하니 알겠더라고요. ‘나를 찾아오는 그들에게는 내가 부처님 같겠구나’하고요.” 김 팀장은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알게됐다. 이후 자신을 찾는 어떤 사람도 함부로, 소홀히, 대충 보낼 수 없게 된다. 

그가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고 했다. “우리(사회사업팀)가 함께 하고 있어요. 그러니 걱정마세요.” 어쩌면 인간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치유’. 그는 치유의 공간인 병원과 환자를 이어주는 더 튼튼한 다리가 되기 위해 매일 바삐 움직인다.

[2023년 2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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