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혁신특별위원회가 내놓은 거진출진단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혁신위가 내놓은 수위단회 구성안에 따르면, 재가교도를 대표하는 ‘거진출진단’을 구성해 지도체제의 한 축으로 삼고 교정에 참여할 것을 밝히고 있다. 또한 재가교도를 대표하는 수위단원을 재가들이 직접 선출하겠다는 안도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더 나아가, 이들 재가 수위단원들이 항단장이 되어 거진출진을 직접 지도하는 모양새다. 재가교도는 거진출진단으로 지도체제를 형성하고, 출가교도는 전무출신단으로 지도체제를 형성함으로써 재가와 출가가 동등한 이단치교의 ‘별도’ 지도체제를 만들겠다는 안이다.

현재 교단에는 교무들로 구성된 출가교화단이 가동되고 있다. 모든 교무들이 여기에 소속되어 서로서로 서원을 반조하고 공부를 장려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각 지역 교당에서는 재가교도들을 대상으로 한 재가교화단이 구성되어 운영되며, 주기적으로 단장․중앙훈련을 통해 교화단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다. 재가교화단은 대체로 관할 교당 교무가 중심이 되어 단장들을 관리하며, 매월 1회 단장 중심의 교화단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거진출진단까지 구성되어 운영된다면 재가교화단의 옥상옥이 되기 쉽고, 교무 주도의 교당 교화활동에 어떤 파장이 미칠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헌규>에는 ‘출가교도로서 정신과 육신을 오로지 교단에 공헌한 자’를 전무출신이라 규정하고 있다. 또 거진출진은 ‘재가교도로서 공부와 사업이 출중하여 원성적 정5등 이상인 자로 그 공덕이 항상 드러나는 이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곧, 전무출신과 거진출진은 공부와 사업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의 일환이라는 본의가 희석돼서는 안 된다.

소태산 당시 <통치조단규약>에 나타난 거진출진단은 ‘공부와 사업하는 것은 실행단원(전무출신)이 되겠으나 “사가의 형편에 의해 전무출신을 못한 사람”으로 조직’함을 밝히고 있다. 소태산 불법연구회 당시 재가출가 공동체생활의 일반화를 고려할 때, 지금의 ‘재가교도 중 공헌한 이’보다는 훨씬 ‘전무출신’에 가까움을 추측할 수 있다. 이후 정산종사 종법사 재임 시 제정한 초기교헌(1948년)에서는 거진출진을 ‘재가교도로서 공부와 사업에 출중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산종사의 종법사 재임시에는 ‘거진출진단 발족’의 법문이 등장하는데,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여 (교단의)주인이 될 것’을 당부하는 취지가 보인다.

거진출진의 뜻에는 ‘공부와 사업’을 통한 교단 공헌, 더 나아가 세상구제의 뜻이 깊이 담겨있다. 그러한 거진출진의 숭고한 정신이 시대적 체제변화의 일환으로 오염된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거진출진은 전무출신과 함께 교단을 이끄는 존경과 존중의 동행자이지, 결코 갈등이나 대립의 존재가 아니다.

[2023년 2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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