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일상의 피로로 눅진해진 퇴근길, 하지만 바로 그때 신촌 에스스피닝의 화려한 저녁이 시작된다. 잘 닦인 서른 대의 자전거가 오늘의 선수를 기다리고, 수십 개의 반짝이 조명과 턴테이블도 예열이 끝났다. 땀 닦을 수건 한 장을 걸고, 물병까지 챙기면 준비 완료. 7시 정각, 에리카 쌤이 단상 위의 안장에 앉아 첫 음악을 건다.

“페달 끈 한번 확인하시고요~ 천천히~ 페달 앞으로~!!” 
몸을 펴는 스트레칭부터 빠르게 달리는 스프린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중에도 계속 페달을 밟는 수강생들. 이제 이 두 개의 바퀴는 50분 동안 멈추지 않는다.
 

수업 하나 하면 1㎏가 훅 빠져
국내 최초의 스피닝 브랜드와 특허를 보유한 ㈜에스스피닝은 수업은 물론 강사 양성, 파견 및 매니지먼트 관리까지 책임지는 ‘스피닝계의 대기업’이다. 이 회사를 만들고 이끌어온 에리카 박진경 교육이사(법명 원화·서울교당)는 대한민국 스피닝계의 대모로 불린다.

“스피닝은 트렌디하고 감각적이며, 또 힘들어요. 50분 타면 500~600 칼로리 정도 태우는데, 그냥 자전거 타기나 수영, 복싱보다도 더 칼로리 소모가 큽니다. 혼자 하면 쉽지 않지만, 강사가 리드하며 조명과 음악, 안무와 함께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어요. 함께 가면 어느새 다 가 있죠.” 

수강생들의 리액션을 읽고 모두를 끌고 가는 스피닝 강사. 수강생들이 50분에 500칼로리를 태울 때, 강사는 1000칼로리를 소모한다. 실제로 수업 하나를 하고 나오면 1㎏이 훅 빠져있다. 수업 외에도 최신 음악들과 새로운 안무를 엮어 작품을 짜고 쇼에도 선다. 많이 듣고 연구하지 않으면 금세 뒤처지는 냉정한 세계가 바로 스피닝이다. 

“평일에는 수강생을 리드하고, 주말에는 강사 과정을 진행합니다. 좋은 강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도 수강생 수업을 놓지 못합니다. 현장의 감각을 잃지 않고, 수강생들의 특징이나 트렌드, 원하는 것들을 읽어야 하니까요.”
 

50분에 600칼로리 태우는 스피닝,

조명과 음악, 안무, 리딩까지 1인 다역

국내 최초 스피닝 브랜드 특허 보유,

강사 양성·관리 ㈜에스스피닝 설립

20대 중반 시작해 수업과 강사양성 14년 외길…

국내 스피닝계의 대모

스피닝과의 만남, 시작은 다이어트
14년 동안 에스스피닝이 양성한 강사는 2천여 명, 그 중 1천 5백명 이상이 ‘엘카쨈(에리카 쌤의 애칭)’을 거쳤다. 난다긴다 하는 유명한 스피닝 강사들을 키워낸 마이더스의 손이 바로 그다. 그러느라 회사가 잘 될 때에도 하루 이상 쉬어본 적이 없고, 지금도 매일 밤 10시 수업을 마치면 직접 마지막 불을 끈다. 아직도 안장에 처음 올랐던 순간처럼 스피닝이 좋다는 그.

“스피닝이 다이어트 운동으로 많이 알려져 있죠. 제가 처음 접한 것도 체중 때문이었어요.”

성신여대 체육학과 시절, 부모님(한명심·박형근 교도)의 권유로 보스턴교당에서 한동안 살았다. 당시 하숙을 했는데 손이 없어 힘들다는 얘기에 휴학 후 훌쩍 날아갔다. 교무님을 도우며 하숙생들과 지낸지 8개월, 공항에서 만난 부모님이 입을 못 다물 정도로 체중이 늘었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아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15㎏정도였더랬다. 복학하니 학교 친구가 스피닝을 권했다.

“두어 번 타보고 ‘아, 이거다!’ 싶어 스피닝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돌아보면 20대 중반에 겁도 없었죠.”

지금도 함께 하는 ‘션 쌤’ 이호윤 대표이사와 손을 잡고 헬스장 구석방을 빌려 수업을 시작했다. 스피닝 인지도는 높아지고 있었지만 제 살 깎기가 심했다. 과도하게 가격을 낮추거나 헬스에 끼워주는 식이었다. 남의 집 살림이다보니 사이클 교체나 수리는 꿈도 못 꿨고, 시설 투자도 할 수 없었다. “월급이랄 게 없고, 다른 데 강의 나가서 강사비를 받아야 생활이 됐던” 시절이었다.

직접 해보니 강사는 강사비를 못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업체 입장에서도 강사의 안정적인 공급이나 보장된 역량을 원했다.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수업도 하지만 강사도 양성하고 파견, 관리, 강사비까지 책임지는 곳. 2012년 에스스피닝을 연 이유다. 젊고 새롭고 재미있는 운동, 공정하고 투명한 강사 양성과 파견 시스템. 1년 만에 2호점이 생겼고, 부산, 천안, 울산, 춘천에도 지역 센터가 세워졌다. TV에도 수차례 소개되고, 아이돌 뮤직비디오에도 나왔다. 그야말로 황금시대였다.
 

스피닝 강사는 화려한 조명과 음악, 안무를 조정하며 수강생들을 리드한다.
스피닝 강사는 화려한 조명과 음악, 안무를 조정하며 수강생들을 리드한다.

집에서 영상으로 하는 스피닝, 호텔 연계  
“그리고 코로나19가 왔죠. GX(Group eXercise, 그룹운동) 전체가 와르르 무너졌는데, 스피닝이 유독 심했어요. 당시 10명 중 1명밖에 안 남았죠. 한 1년은 멍하니 있다가 이듬해부터는 ‘앞으로의 스피닝’을 생각했습니다.”

집에 실내자전거 하나씩은 있는 시대. 50분 수업을 그대로 담은 수업영상 ‘에스스피닝앳홈’을 제작했다. 유튜브 영상을 사이클에 올려놓고 안장에 앉으면 현장 수업 그대로를 함께 할 수 있다. 국내 고급호텔과의 연계도 새로운 활로다. 투숙객들이 자신의 룸 안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사이클과 영상이 함께 제공된다. 

이 밖에도 ㈜씨엠에스미디어와 함께 동남아 시장에 스피닝을 알릴 기회도 차근히 준비 중이다. 

‘언니가 피아노학원 간 동안 아래층 태권도장을 기웃대던 다섯 살’ 꼬마였던 박 교육이사. 한글보다 태권도를 먼저 시작했던 천상 체육인의 근성으로, 그의 사이클은 더 오래, 더 멀리 달려가고 있다.

[2023년 2월 2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