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정
김해정

[원불교신문=김해정] 3년 전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희 담임선생님한테 말씀드렸으니 상담 좀 해 주세요.”

연진(가명)이는 중학교 때 심심풀이ASM 집단상담에 참석했던 학생인데 여고1학년에 재학중이었다. 연진이는 강한 우울과 분노, 또래관계에서의 어려움, 부친과의 관계문제 등으로 자살생각을 많이 했다. 자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자살시도 경험도 있었다.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살자 사랑하자’ 프로젝트를 통해 연진이의 개인 상담을 시작했다. 

성장기 청소년들의 자살은 여러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와 울림, 그리고 고민과 과제를 안겨준다. 청소년들이 마주한 어려움과 고통은 무엇인가? 청소년들은 심리적 고통이나 좌절·상실을 경험했을 때, 실패를 경험했을 때, 가족과의 불화나 친구와의 갈등이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을 때 등 많은 스트레스 상황을 직면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경쟁과 양극화 현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고, 청소년에게 1등이 되지 못하거나 최상위 대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면 인생은 실패한 것이고, 낙오자가 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또래와 어울리며 즐거움을 나누기보다는 학교와 학원에서 친구들과 경쟁하고 성적과 외적 평가에 끊임없이 시달리며, 이러한 상황에서 수치심과 무가치감, 실패에 대한 불안이 커져 심리적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그러한 청소년들처럼 연진이의 문제는 첫째, 우울감과 소외감이었고 둘째, 애착형성이 부족했으며, 셋째, 자존감이 떨어져있었다. 우울감과 소외감을 해소하고, 애착을 독려하며, 자존감을 향상하기 위한 상담을 시작했다. 모래상자치료, 인간중심상담, 인지행동치료를 적용했으며, 치료동맹을 형성해 내담자에게 정서적 지지와 지원을 제공했다. 오랜 상담 후, 내담자 연진이는 친구들과 관계가 호전됐으며, 강아지를 좋아하니 나중에 애견샵을 차리겠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환경, 부모, 사춘기의 몸, 학업과 학교, 친구, 진로 등과 같이 소위 청소년기의 일반적인 어려움부터 좀 더 강한 외상적인 효과를 남기는 사건사고들까지 청소년들이 겪는 경험들은 무수히 많다. 허나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들임에도, 청소년들은 정작 본인이 그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떻게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청소년의 마음상태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성적에만 관심이 있거나 또는 다른 일로 바빠 청소년을 방치하고 있는 부모와 남겨지게 된다면 상황은 더욱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가정과 학교 또한 사회의 일부이기 때문에, 부모님과 선생님들도 위와 같은 압박 속에서 살고 있고 ‘언제든 경쟁에서 밀리면 실패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상태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수용을 어떻게 전달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2023년 2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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