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성 교도.
원혜성 교도.

나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살고 있다. 캄보디아 이름은 하이 껌훈이고, 법명은 원혜성이다. 현재 프놈펜교당 교도로 정승원 교무님과 마음공부도 하고, 프놈펜교당에서 운영하는 원광탁아원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내가 원불교에 입교한 것은 원기95년(2010년)이다. 내 고향은 프놈펜에서 차로 5시간 정도 걸리는 바탐방이다. 바탐방에서 대학을 다닐 때, 친구로부터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바탐방교당 한국어 수업에 참석하게 된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지금은 부산원광한의원에서 근무하는 최지운 교무님께 한국어를 배웠다. 3~4개월쯤 지났을 때, 교무님은 “법회에 한번 참석해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동안 영어를 배울 때면 외국 선교사들이 교회에 나오라고 했었고 교회에 안 나가면 친절하던 분들이 갑자기 차갑게 변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하지만 법회에 나가지 않아도 교무님은 한결같이 잘 가르쳐주셨고, 그 모습을 보며 ‘원불교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법회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원불교 교리는 공부할수록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면이 보여 호감
‘처처불상 사사불공’,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종교라는 생각

첫 법회에서 교무님은 ‘은혜’에 대해 써보라고 했지만 나는 잘 쓰지 못했다. 이후 설교를 들으며 내가 많은 은혜를 받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됐고, 정말 감사한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법회가 재미있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아서 교당을 다니다가 스무살에 입교를 해 법명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원기96년(2011) 10월부터 프놈펜 원광탁아원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프놈펜교당에서 법회를 보게 됐다. 처음에는 렌트한 집에서 정승원 교무님과 법회를 봤고, 때로는 몇몇 캄보디아, 한국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했다. 우리는 법회를 본 후 함께 점심을 먹기도 했다.

그러다가 원기99년(2014) 9월 16일 프놈펜교당이 봉불식을 하게 됐다. 주인이 되어 손님들을 초대하고, 이제 반듯하게 법회를 보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에 정말 기분이 좋고 행복했다. 봉불식 때 카톨릭 예수회, 한국외방선교회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함께 오셔서 축하해주는 모습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종교를 넘어 함께 하고 축하해주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지금은 독립했지만 원기96년(2011)부터 원기107년(2022) 2월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정승원 교무님과 프놈펜교당에서 함께 살았다. 평일에는 매니저로 원광탁아원에서 생후 10~50개월 사이의 아이들을 보육하는 일을 하고, 일요일 오전에는 청소년 법회를 본다. 또 오후에는 공부방을 운영하는 일을 교무님과 함께 하고 있다. 10년 넘게 교무님과 함께 활동해왔는데, 작은 걸음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많이 발전해온 것 같아 마음이 참 좋다.
 

원광탁아원에서 수업받는 아이들.
원광탁아원에서 수업받는 아이들.

그동안 탁아원도 건물이 하나씩 늘어나고 좋아졌으며, 탁아원에도 법당이 생겨서 가난한 마을안의 청소년들이 함께 법회를 볼 수 있어서 정말 좋다. 탁아원에 아이들을 맡기는 부모님들은 우리에게 진심으로 감사해하면서 팔고 남은 과일이나 물건들을 선물로 가져온다. “아이들을 맡길 수 있어 일을 하면서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었다”며 고마워하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아이들이 탁아원에 와서 잘 먹고 잘 보호받고 교육 받으며 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도 기쁜 일이다.

정승원 교무님을 보면 무슨 일을 할 때 마음과 몸, 전부를 100% 다 쓴다는 느낌이다. 교무님은 탁아원에서 아이들을 케어할 때도 온 마음과 힘을 다하고, 청소년 법회를 볼 때도 눈높이에 맞게 설교를 해주시고, 철거민 마을 안에 가난한 환경의 청소년들이 마음공부를 하며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그 모든 일을 혼자 하시는 게 힘들어 보여서  안타까울 때도 있다. 낯선 이곳에서 많은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마음공부할 수 있도록 알려주시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처음에 원불교를 알게 되었을 때 일상수행의 요법 5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 일상수행의 요법 모든 조목이 다 너무너무 좋다. 매일 생활을 해나가면서 한 조목 한 조목씩 대조해보며 내 삶이나 생각이 바뀌어 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원불교는 프라이드(자부심)가 크다는 인상을 느낄 때가 많다. 역사가 짧고 교도도 많지 않지만 교무님들이 교리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고 자신 있어 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원불교 교리는 공부할수록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면들이 보여서 좋았다.  ‘모두가 부처이고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불공’이라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교리에서도 모든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종교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앞으로 불교국가인 캄보디아에서 불교와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지역을 벗어나서 더 확장되어 캄보디아 전체에 영향을 주면 좋겠다.
 

원기108년 프놈펜교당 청소년 훈련.
원기108년 프놈펜교당 청소년 훈련.

현재 프놈펜교당 청소년 법회에 꾸준히 잘 나오는 청소년들이 있다. 청소년들은 법회 때 독경과 성가를 우렁차게 잘하고, 교리 공부도 잘하며, 대답도 자신 있게 잘한다. 아이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그 모습에서 희망이 보인다. 청소년들은 교당에 오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법회가 끝나도 집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 모습이 예쁘고 감사하다. 이곳의 청소년들이 원불교 법회를 통해 변화하고 희망도 갖게 될 것이기에 기분 좋다.

예전에는 원망하는 마음이 더 많았다면, 원불교를 알고 나서는 늘 유념하면 내가 얼마나 큰 은혜 속에서 살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앞으로 교무님과 더 깊이 원불교 교리를 공부하고 실천하며 살아가고 원불교에서 하는 일에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모두 발휘하며 함께 하고 싶다.

‘지구촌 속 세계교화’는 해외교화 현장의 소식을 현지 교도의 목소리를 통해 전한다. 매월 1회, 낯설지만 친근하고 익숙하지만 새로운 원불교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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