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가 〈아이언맨〉의 성공 이후 수많은 슈퍼 히어로 영화들을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토르, 블랙 위도우, 헐크 등 정말 다양한 영웅들을 차례로 등장시키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너무 복잡하지도, 너무 유치하지도 않게, 과거의 코믹스(만화책) 팬과 새로운 영화 팬까지 만족시키는 줄타기를 정말 잘했습니다.

아마도 그 정점은 타노스라는 우주 최고의 악당과의 전투를 그린 두 편의 〈어벤져스〉 영화였을 겁니다. 핑거 스냅으로 우주에 있는 생명체의 반을 없애버린 무시무시한 타노스를 상대로 아이언맨과 모든 슈퍼 히어로들이 대결해 간신히 승리한 이야기였죠. 마블 스튜디오는 이 영화로 무려 11년 동안 공을 들인 서사의 절정을 찍고, 흥행 면으로도 대성공을 거둡니다.

참고로 마블 스튜디오는 MCU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영화 속 세계관을 규정하고, 이를 시기와 내용으로 묶어 8~10편의 영화를 페이즈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영화를 마치 ‘찍어내듯’차례로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타노스와의 전투로 대단원을 장식한 시기가 〈페이즈 3〉였습니다.

역설적으로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 영웅 영화들은 절정의 순간이 지난 〈페이즈 4〉에서 계속해 실패를 거듭합니다. 간혹 재치 있는 OTT 드라마를 내놓기도 했지만, 영화들은 코로나19라는 악재와 함께 대체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이었죠.
 

2월 15일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포스터.
2월 15일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포스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마블 세계관 속 다섯 번째 페이즈의 첫 영화입니다. 마블 팬이 아니라면 제목부터 복잡할 것입니다. ‘앤트맨은 그나마 ‘개미인간’인가 보다 싶지만, 와스프는 누구이며 정작 악당 이름은 ‘정복자 캉’이라는데 퀀텀매니아는 또 뭔가…’싶은 제목이죠. 실제로도 마블 영화의 세계관은 처음보다 너무 복잡해졌고, 알아야 할 영웅도 많아졌습니다. 15년 전에 연재를 시작한 만화책이 지금도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영화는 양자 영역 즉,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아주 작고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 속에서 앤트맨과 그의 가족들은 양자 영역에서 정복자 캉을 발견하고 그의 사악함을 막기 위해 캉의 도시와 정체불명의 존재들에 맞서 대결하는 내용을 다룹니다.

그래도 어찌됐든 첫 해외 시사 반응이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미리 본 평론가들의 중론은 악당 ‘정복자 캉’의 배우 조나단 메이저스의 연기가 압도적이며 아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매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15년이 넘는 세계관은 계속해서 추락을 할까요, 아니면 〈페이즈 5〉에서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까요.

/슬로우뉴스 전 발행인

[2023년 2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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