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한국 문화’는 높은 자부심에 한몫
외국인 방한 고려요인·주요참여 활동에 ‘체험’ 비중↑
K-체험, MZ세대에게 ‘힙(hip)’한 놀이와 재미

출처: BT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쳐.
출처: BTS 공식 유튜브 영상 캡쳐.

‘한류 성지순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2월 전 세계 한류 팬들을 위해 선정한 한류 관광 대표코스 51선의 테마다. 여기에는 BTS의 ‘Butter’ 앨범 자켓 촬영이 이뤄진 삼척 맹방해변과 영화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부남해변,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을 촬영한 논산 선샤인랜드와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인 포항 구룡포 등이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K-팝을 필두로 하는 K-콘텐츠가 다방면에서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지난해 3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발표한 ‘2021 지구촌 한류 현황’을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한류 팬은 10년 새 17배 증가해 1억5천만명에 달한다. 한국 음악,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한국 예능 프로그램뿐 아니라 국악, 한복, 음식 등 전통문화 관련 키워드의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 올해 2월 15일 기준, 국제 OTT 플랫폼 넷플릭스 10위권 내에 한국 작품이 총 여섯 편 오른 것에서도 우리는 K-콘텐츠의 위상을 확인한다.

이에 콘텐츠에 등장하는, 또는 콘텐츠의 배경이 되는 다양한 한국 문화 체험에 대한 관심이 함께 높아지고 있다. 오죽하면 한류에 ‘성지순례’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사람들은 더이상 눈으로 콘텐츠를 담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직접 입어보고, 먹어보고, 만져보고, 찾아간다. ‘체험’을 통해 진짜 ‘내 것’으로 만든다.

‘경험해봤다’에서 비롯되는 자부심
‘경복궁 앞에서 한복 입고 영어로 노래하는 영상을 전 세계인들과 보고 있는 내 인생이 레전드….’ 

2020년 10월에 업로드된 BTS의 ‘다이너마이트’ 무대 영상에 달린 한 댓글이 눈길을 끈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NBC 지미 팰런쇼에 직접 출연할 수 없었던 BTS는 경복궁 근정전을 배경으로 한복을 입고 무대를 선보였다.

이 영상을 통해 전 세계 한류 팬들은 경복궁 근정전을 알게 됐고, ‘가보고 싶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한복은 물론이고 한복에 달린 노리개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입어보고 싶다’,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 등을 물었다. 이런 반응은 한국인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데도 한몫을 했다. 아마, 경복궁과 한복을 ‘직접 경험해봤다’는 점이 중요 축이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손발이 꽁꽁 묶였을 당시 해외촬영이 어려워지자 많은 K-콘텐츠는 오히려 지극히 ‘K스러움’에 집중했다. 그 덕분에,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한국 문화 체험에 대한 관심이 함께 증폭됐다.
 

논산 선샤인랜드
논산 선샤인랜드

문화 체험 위해 한국 오는 외국인
체험은 놀이, 뷰티, 공예, 의복, 주거(한옥), 드라마(영화) 촬영지, 음악, 음식 등 다양한 K-콘텐츠에 전방위적 매칭이 가능하다. 실제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평균 체험 만족도는 99.1%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 중 ‘관광’이 목적인 외국인은 약 200만명(1,998,937명)이다. 이는 입국 외국인의 약 63%에 해당한다. 2020년보다 40% 이상 증가했고, 2019년 수준을 회복한 수치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뭘까.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 외래관광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한 고려요인은 음식·미식 탐방 47%, 자연풍경 감상 36.5%, 쇼핑 33.5%, 역사·문화유적 탐방 22.1%로 나타났다. 주요참여 활동으로는 고궁·역사 유적지 방문이 34.7%로 가장 높았고, 박물관·전시관 관람 26.1%에 이어 전통문화 체험이 21.2%를 차지했다. 방한 고려요인에서도, 주요참여 활동에서도, 대부분 직접 먹고, 만지고, 찾아가는 등의 ‘체험’ 비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

2021년부터 추가된 ‘K-POP․한류스타 관련 공연장 방문’과 ‘드라마․영화 촬영지 방문’ 항목도 주목할 부분이다. K-POP 또는 한류스타 관련 공연, 팬 미팅, 촬영지 등 체험에 대한 수치는 꾸준히 상승세(1.8%→3.9%)고, 고궁·역사 유적지 방문 비율도 증가(7.5%→ 22.2%)하는 추세다.
 

전 세계 숙박공유 서비스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2022년 겨울부터 ‘한옥’ 카테고리를 신설해 운영 중이다. 이는 한옥에서의 숙박 체험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하나의 반증이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함도 새로운 체험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먹방’이라 불리는 콘텐츠가 꼽힌다. 먹방은 한국에서 시작된 콘텐츠로, 영어로도 ‘MUKBANG’이라 쓴다. 그중 외국 관광객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편의점, 분식집, 길거리 음식 등이다. 이들은 각종 드라마와 예능, 유튜브 등에서 본 대로 따라 하며 SNS에 인증한다. 

한복, 한옥 등에 대한 관심은 도자기, 매듭, 전통 악기, 보자기 등과 같은 소소한 아이템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K가 붙으면 뭐든 관심을 받는 시대, 결코 과언이 아니다.
 

K-체험은 국내에서도 ‘힙’해
‘한류 성지순례’ 코스는 외국인에게만 해당하는 아이템이 아니다. K-체험에 대한 욕구는 국내에서도 만만찮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높아진 젊은 세대, 즉 MZ세대는 이와 관련한 각종 신조어까지 만들어낸다. ‘궁투어’ ‘궁케팅(궁+티켓팅)’ ‘능투어(왕릉 탐방 여행)’ 같은 말들이다. 한국 고유의 문화를 요즘 세대는 ‘힙하다(hip+하다,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졌다)’고 표현한다. 북촌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 등에서는 한복을 입은 젊은 세대를 상시로 마주칠 수 있다. 한복진흥센터 조사에 의하면 서울에서 체험 한복을 대여하는 관람객 비율은 외국인 53.1%, 내국인 46.9%다. 20대는 절반 이상(55.2%)을 차지한다. 이들에게 K-체험은 일종의 ‘놀이’다. 그렇게 우리의 콘텐츠를 일상 속 ‘재미’로 삼는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우리 콘텐츠’에 대한 애정도 깊다. 2018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촬영지 논산 선샤인랜드에는 지금도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주말이면 1,000~2,000명의 방문객이 찾을 정도다. 최근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포항은 새로운 K-체험 장소로 급부상 중이다.

세계가 ‘한국스러움’을 부러워하고, 체험하고 싶어 한다. 우리의 콘텐츠에 자부심을 느끼고 K스러움의 가치를 즐길 때, ‘K-컬처’는 ‘W-컬처’로 확장될 것이다.

※ 원불교신문 플러스는 매월 마지막 주 4면 증면으로 독자를 찾아간다. ‘K-컬처’와 ‘핫플’ 등으로 ‘원불교 문화의 방향’과 ‘찾아오게 하는 원불교’에 힌트를 얻고자 함이다. 

[2023년 3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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