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경북 상주로 향했다. 지난 1월 29일 상주 화동면에 ‘오직 법문하는 도량’ 대원정사가 문을 열었다. ‘스님을 꼭 닮은 법당’이라고 했다. 기존의 사찰과 비슷하면서도 ‘다소’ 다르다고도 했다. 이곳에서는 49재, 천도재, 음력재일법회, 사시불공, 동지 백중 등 절기 법회가 없다. 오직 법회만 봉행하는 설법 전법도량, 이 도량의 주지 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한 권의 책 <수심결과 마음공부>도 챙겼다. 마음으로 읽는 책은 마음 안에 각인 된다. 종교가 무엇이든, 아니 종교가 없어도 ‘나는 누구인지’ 고민해본 이들에게, 그리고 ‘마음’공부를 하는 이들에게 익히 친숙한 저자의 책이다.

무엇이 부처이고 무엇이 깨달음일까. 내가 가진 이 마음이 부처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근본적인 괴로움의 소멸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 책의 저자는 이를 깨닫는 일은 어려운 게 아니라고 말한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근기에 맞게, 자상하고, 쉽게, 그러나 깊이 있는 혜안으로 이를 설명한다. 

법상스님, 이 책의 저자이자 대원정사의 주지스님이다. 스님과의 만남이 순연하게 이뤄졌다. 무엇이든 간절하면 시절 따라 순연하게 인연 되어짐을 깨닫는다. 그렇게 법상스님과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실은, 법의문답이라고 해야할 듯 하다.
 

법상스님.
법상스님.

우리에게, <수심결>이 필요한 이유
“현대인과 같은 생활 속 공부인들의 근기에 잘 맞춰, 선불교를 누구나 접근 가능하게 실질적인 마음공부로 구현해 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텍스트가 바로 <수심결>이 아닐까 싶어요. 마음을 활짝 열고 믿음을 일으켜 간절함으로 읽다 보면, 그저 어느 순간 문득 여기(책)에서 가리키는 ‘이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될지도 모릅니다.(웃음)”

법상스님은 ‘우리에게 처한 현실적인 괴로움의 문제를 근원에서 풀 수 있도록 핵심적인 실천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깨달음이라는 대단한 무언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괴로움이 무엇인지 알고, 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도록 안내해주는 선의 방편. 그러니 마음을 열어보자고 권유한다. 

 

눈에 드러나는 일체 모든 것이 ‘이것’입니다.
거울이 일체 모든 것을 그저 있는 그대로 비추듯,
그저 있는 그대로 해석, 분별, 판단 없이 직접 만나보세요.

분별없이, ‘있는 그대로 아는 마음’
“어떤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가 새소리인지, 사람 목소리인지 분별해서 아는 마음 이전에 ‘소리’ 자체를 아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분별의 마음만을 알고 살아왔어요. 그러나 사실 대상을 보자마자 ‘있는 그대로 아는 마음’이 먼저 있지 않으면 두 번째 자리의 분별이 일어날 수 없죠.” 

이 첫 번째 자리의 마음, 무분별심, 본래마음은 이 몸을 떠나 따로 있을 수 없음을, 법상스님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참된 진여의 마음을 찾기 위해 다른 곳으로 찾아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몸이 있는 여기에 본래마음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실상은 그저 ‘들림’ 그 자체
참된 진리는 왜 눈으로 볼 수 없고, 뜻으로 헤아려 알 수도 없다고 했을까? 법상스님의 말이 이어진다. “생각없이 가만히 있으면 어디선가 풀벌레 소리, 매미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절로 들리죠. 아니 저절로 들려집니다. 애쓸 필요가 없어요. 그냥 저절로 들릴 뿐이니까요. 실상은 그저 ‘들림’ 그 자체뿐입니다. 들리고 있음이 저절로 알아차려지는 이 알아차림이 전부죠. 이 알아차림에는 주객이 둘로 나뉘지 않습니다.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진실이 있을 뿐입니다.”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낸다’
<수심결>의 질문과 답을 34개로 나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법상스님과의 대화가 깊어졌다. 허망한 생각을 다 쓰고 살면서도 허망한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법. 분별심을 다 쓰고 살면서도 분별 이전의 본래 자리에서 어긋나지 않는 법이 무엇일까.

“사실은 이 분별심을 끊어 없앨 필요가 없습니다. 분별심의 자성, 본성이 무엇인지, 그 실체가 무엇인지를 여실하게 확인하기만 하면 됩니다. 분별심의 근원, 자기의 본래 자리를 확인하게 되면 분별의 실체를 알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분별심을 써먹기는 할지언정 거기에 끌려다니거나, 집착하거나, 휘둘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는’ 이치입니다.”
 

법상스님.
법상스님.

말 너머, 이해 너머, 분별 이전의 ‘이것’
법상스님은 <수심결>의 가르침이 너무 자상해 자칫 ‘말에 빠질 우려’가 있음을 짚어준다. 자신의 해설 또한 마찬가지여서 염려가 더해진다.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이것(자성, 본래면목, 진리)’이 도대체 무엇인지 간절히 궁금해하다 보면, 문득 ‘이것’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러려면 말을 이해해서는 안됩니다. 눈에 드러나는 일체 모든 것이 ‘이것’입니다. 다만 분별의 눈으로, 모양과 이름으로 그것을 파악하지 말고, 거울이 일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추듯, 눈앞에 보이는 일체 모든 것을 해석, 분별, 판단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날것으로 직접 만나보세요. 직접 경험해보세요.”

“바라건대 공부하는 모든 이들이 부디 게으르지 말고, 내 일이고, 내 공부이며,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본분사를 마치기를 가슴으로 권해봅니다.” 법상스님이 ‘나’이고 ‘당신’인 우리에게 바라는 염원이다.

그 염원, 가슴으로 온몸으로 내면으로 내 것으로 가져오리라 다짐한다. 간절한 사람이 깨닫는다. 평등한 공부다.

[2023년 3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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