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광디지털대학교 졸업한 박연심 교도

박연심 교도 / 동마산교당
박연심 교도 / 동마산교당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일흔이 넘은 그에게 학사모가 씌워지던 날, 이제야 그동안 마음에 담겨있던 한을 하나 풀어낸 듯 환하게 웃었다. 박연심 교도(동마산교당)는 2월 25일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학과를 졸업했다. 졸업식장에 동행한 가족들도 행복했다. 이 늦깎이 만학도가 받은 졸업장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은 그의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이었다.

박 교도는 항상 마음에 아쉬움이 있었다. 이루지 못한 학업, 그래서 늘 가슴 한구석이 시렸다. 

“제가 18살 즈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어요. 이후 오빠 꿈에 어머니께서 자주 나타나서 저를 잘 돌봐주라고 하셨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오빠는 항상 저를 대학에 보내주려 애썼지요.”

그의 오빠는 여동생의 마음을 헤아리듯 어떻게든 그를 대학에 보내주려 했지만, 야속한 세상은 뜻처럼 돼주지 않았다. 아주 오랜 시일이 흘러 이제는 세간 일에 회한도 없을만한 나이가 됐을 무렵, 뜻밖의 시절인연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제가 경남교구 마음공부대학에서 공부할 때였어요. 함께 공부하던 도반으로부터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학과를 다녀볼 생각이 없냐고 권유받게 됐어요.” 

이순(耳順)도 한참 지난 나이에 대학이라니. 끌리는 마음도 있었지만, 말도 안된다는 생각에 망설였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마침내 박 교도는 스스로 그 길을 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도전한 대학 과정, 그때 그의 나이 68세였다.

“한참이나 늦게 시작한 공부가 순탄할 리 없었죠. 들어도 자꾸 잊히고, 외워도 기억이 가물가물했습니다. 하지만 집중해서 듣기를 반복했죠. 한 강의를 5번 이상 듣는 것은 기본이고, PC 모니터로 보고, 핸드폰 앱으로 보고 항상 강의 속에 살았어요.” 

그렇게 공부하던 중 무릎 수술을 하게 돼 휴학을 고민하기도 했다. 또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으며, 4년이란 시간이 결코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마음을 챙겼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보낸 4년 대학 과정 동안 단 한 번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고 학업을 이수했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부터 단단한 마음가짐이었고, 이제는 다시없는 기회라 생각하니 그 자리까지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학업의 목표를 이룬 그가 이제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더 큰 공부를 하고 싶고, 더 큰 세상의 일을 이뤄보고 싶다고.

“예전부터 진리를 갈구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마음이 더 커졌구요. 그래서 다음생에는 전무출신이 목표입니다. 지금 배운 원불교학 학문이 다음 생에 전무출신의 씨앗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2023년 3월 1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