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진 교도
박덕진 교도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아버지가 암투병 중 갑자기 악화됐다는 연락이 왔다. 부리나케 가던 길, 요란하게 일어난 마음에 설상가상 교통 사고가 났다. 아버지의 차였던지라 조용히 처리하려 했지만 상대방은 부탁에 응해주지 않았다. 결국 병석에 있던 아버지께 연락을 하고 나서야 사고는 일단락됐다. 박덕진 교도(삼동회교당)의 가슴 속에서는 원망의 불꽃이 치솟았다. 

“그런데 참 인연이란 게 뭔지, 아버지 병원에서 그분을 다시 만났어요.” 고통으로 힘겨워하던 아버지의 병동에서 간호사와 보호자로 다시 만난 인연. 당장이라도 원망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그를 막았다. “그 모든 이야기를 알면서도 어머니는 그분께 ‘잘 부탁드린다’며 고개를 숙이셨어요.” 평소에도 작고 사소한 데에서 감사를 찾는 어머니의 용서에 간호사는 병동의 그 누구보다 박 교도의 아버지에게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 임종자리에도 같이 있었어요. 그렇게 밉던 분과 함께 울었죠.” 원망을 감사로 돌리는 힘, ‘네가 갚을 자리에 참으라’는 가르침은 용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박 교도는 아버지 임종을 겪으며 배웠다. “만약 감사를 몰랐다면 아버지 부재에 슬퍼하면서 절망에만 빠져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가족들은 아버지를 보내드리며 더욱 끈끈해졌고, 무엇보다 함께 모여 그리워할 ‘좋은 추억’이 많다는  데 감사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기억도 안 나는 어린시절부터 제 주변에는 늘 원불교가 있었어요.” 고모인 박원도 교무에게 어릴 때부터 원불교 정서를 배우며 자란 박 교도. 그는 고모에게 남을 위해 베푸는 마음이 받는 것보다 더 큰 기쁨으로 돌아온다는 것도 배웠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삼동인터내셔널에서 일했던 그는 전 세계 어려운 이들을 돕고, 그들이 원불교를 알게하는 데 함께했다. 

“해외에서 만난 학생들이 그 기회로 원불교를 알게 되고, 한국에 와서 전무출신의 서원까지 세운 일 또한 참 감사해요.” 실제로 삼동인터내셔널이 뻗어낸 가지에는 서원을 품은 꽃봉오리가 알알이 맺히고 그는 힘찬 응원을 더한다.

박 교도는 감사생활에 대해 “줄 때는 기뻐할 사람이 생각나서 설레고, 받을 때는 그 자체로 설레는 선물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생일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오늘의 감사거리’를 찾으며 웃는 그의 얼굴에 어린아이같은 맑은 빛이 머문다. 

[2023년 3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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