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학창 시절, 생일이 돌아오면 은근히 기대했던 선물. 일찌감치 원픽해놨던, 살까 말까 망설였던 것들에 순번을 정해놓는다. 내 마음속 1등은 바로 바로, LP(Long Playing Record)판. 바늘과 골 사이로 흐르는 LP 음악, 그 특유의 지지직거리는 노이즈음까지 애정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름 30㎝의 플라스틱 판, CD 크기의 2배가 넘는 동그란 판을 턴테이블 위에 올린다. 뾰족한 바늘이 레코드판의 소리 골을 따라 빙글빙글 돌면 지지거리는 마찰음에 이어 음악이 흘러나온다. ‘빙글빙글’ 돌면서 웅장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야말로 내 마음에서 ‘반짝 반짝’ 빛이 났다.     

당시 LP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 카페는 나만의 ‘아지트’였다. LP로 사방을 꽉 채운 공간, 천장에 닿을 듯한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신청곡. 어느 날은 바흐가, 어느 날은 베토벤이, 어느 날은 심수봉이 ‘격정적’이고 ‘찐’하게 나의 마음을 두드렸다. 벽면을 빼곡이 채운 LP들 사이에서 나만의 신청곡을 찾아내 무심하게 틀어줬던, 나의 마음을 ‘심쿵’하게 했던 그 DJ는, 지금쯤 흰 백발의 멋진 노신사가 되어있으려나.
 

언제 어디서나 터치 한 번이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 사실, LP는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수천 곡의 노래를 스트리밍 할 수 있는 스마트 시대에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 불편한 매체다. 그럼에도 LP가 다시 ‘힙’한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아이유·블랙핑크 같은 아이돌 가수는 물론, 리마스터링 LP까지 다양한 LP가 발매되고 있다. LP 하면 생각하는 검은색의 동그란판 모양이 아니다. 색도 다양하고 하트 등 모양도 다양하다. 이런 게 뉴트로일까.

누군가 말했다. ‘LP의 표면을 긁는 듯한 마찰음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기 직전 1초 동안의 침묵, 지금 일상에 생동감을 더해주는 건 그 1초의 침묵이 전하는 색다른 긴장감이다.’그 깊고 진한 레트로 LP가 전하는 1초의 침묵이 그리워진다. 자, 마음이 훅 당기지 않는가.

[2023년 3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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