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4대 종교 성직자 중창단 ‘만남중창단’
“‘종교’ 틀 벗고 노래로 세상과 사람에 가까이”

“이 부분은 공연 장소에 따라 종교에 맞게 개사해도 될 것 같아요. ‘깨닫기 딱 좋은 나이인데~♪’ 어때요?”
“너무 좋은데요? ‘성자되기 딱 좋은 나이인데~♩’ 이렇게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스님이 반짝이 조끼 하나 입는 건가요?”
큰 웃음이 오가며 왁자지껄 주고받는 대화에 귀가 향한다. 그 찰나 다시 노래 연습이 시작되고, 제법 진지한 화음이 공간을 채운다. 그리고 이는, 듣는 이의 마음에 뭔가 모를 울림을 안긴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조합. 바로 4대 종교 남성 성직자(박세웅 교무, 김진 목사, 성진 스님, 하성용 신부)로 구성된 ‘만남중창단’이다.

 

아까운 만남 지속하고자
“노래를 매개로 우리 안에 있는 종교적 감성, 느낌, 영성이 교감 되고 교류됨을 느껴요. 이는 종교인으로서의 구도와 수행에도 도움이 되고요.”

‘만남중창단’은 4대 종교 남성 성직자들이 재작년 12월 방영된 JTBC 토크쇼 ‘다수의 수다’에 출연한 데서 비롯한다. 오래전부터 교류하던 김진 목사, 성진 스님, 하성용 신부의 만남에 박세웅 교무가 합류해 현재의 구성을 갖췄다. ‘다수의 수다’종교인 편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이들은 명상엑스포 등의 행사를 여럿 하게 됐다. 그렇게 반년 정도 지났을 즈음, “이 만남이 너무 아깝다.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역할 해보자”는 데 마음이 합해졌다.

네 성직자가 만남의 소재로 선택한 것은 ‘노래’였다. 이에 대해 성진 스님은 “노래는 종교, 나라, 인종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이기 때문에, 우리가 ‘노래’라는 것으로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우리 실력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며 웃었다.

첫 연습을 떠올리던 박 교무, 김 목사, 하 신부 모두 당시를 똑같이 표현했다. ‘큰일 났다. 갈 길이 멀겠다.’ 종교인과도, 비종교인과도 만날 수 있는 방법 ‘노래’. 이들의 첫 연습곡은 노사연의 ‘만남’이었다.
 

하나둘 나타나는 변화
각자의 소속도, 모습도, 심지어 노래 실력도 모두 달랐던 이들. 하지만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만나는 동안 자연스레 하나가 됐다. 이 과정이 유튜브 ‘사피엔스 스튜디오’ 채널에 ‘님과함께2’로 대중에 공개되면서, 작은 변화도 하나 둘 가져왔다. 

언젠가 한 개신교 신자는 성진 스님을 만나기 위해 남양주까지 찾아왔다. 그는 “개신교라는 종교 안에서 다른 종교를 감히 생각해보지 않았고, 그러면 신에게 배신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여러 종교 성직자들이 노래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고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박세웅 교무는 “이것을 우리가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생각한다”며 “미미하더라도, 이런 일련의 과정이 우리가 정말 원하던 모습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의 유튜브 영상에는 불교 신자가 목사님과 신부님이 좋다고 고백하고, 원불교 교도가 스님과 목사님을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린다. 하성용 신부는 “우리를 보면서 다른 종교(또는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네 성직자 모두 “종교인으로서 ‘종교’라는 틀을 벗고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만남을 통해 얻는 가장 큰 기쁨”이라는 데 매우 동의했다.
 

지속 원동력, ‘결국 하나’
그렇다고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가졌던 건 아니다. 방송에서 만났고, 그러다 만나는 일이 잦아졌고, 그 만남을 지속하고 싶었고, 그래서 노래를 같이 해보자고 한 게 오늘날 ‘종교 화합’의 장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박 교무는 이 만남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결국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유튜브에 담긴 이들의 모습은 젊은 세대에게 종교의 긍정적 영향을 심는 계기도 됐다. “우리 나이대 종교인들은 우리가 모이는 것을 굉장히 특별하게 여겨요. 그런데 젊은 세대는 다르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봐요. 이건, 앞으로 젊은 세대는 ‘다양한 종교의 만남’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여길 수 있다는 말이 돼요.” 이런 흐름을 통해 이들은 ‘다름이 어울리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지는 세상’이,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올 것이라 본다.

애초 방송을 위해 노래를 시작한 게 아니기에, 중창단은 촬영이 끝난 요즘도 정기적으로 연습한다. “한 번만 안 해도 유지가 안 되는 실력이라서”라고 웃으며 표현하지만 그 바탕에 ‘노래로 세상과 만나겠다는 꿈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이 있음을, 누가 모르겠는가. 이날도 만남중창단은 3월 말 중증장애인 시설 방문을 위한 연습 중이었다. 그러던 중 주어진 율동 추가 과제. 난감해하면서도 집중하던 모습을 지켜보다, 슬그머니 웃음이 흐른다.

‘세계최초’ 4대 종교 성직자 중창단으로서 이들은 UN 또는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서 노래하는 모습도 그린다. 또 “다르기로 치자면 너무나도 다른 우리의 만남이 우리 사회 다양한 갈등 집단들에게 좋은 샘플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 본다.

“이전에는 한 개의 다리로 세상과 만났다면, 지금은 여러 개의 다리로 세상과 만나는 느낌이에요. 서로의 다름은, 우리가 하나 되는 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아요.” 만남중창단의 노래에서 ‘세상’과 ‘사람’을 향한 마음이 들린다.
 

[2023년 3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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