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오 교무
전명오 교무

[원불교신문=전명오 교무] 요즘처럼 세상이 암울할 때가 있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일 년째 전쟁 중인 나라도 있고, 튀르키예의 지진 소식에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불황의 소식으로 가득하고, 지구촌은 인간중심 가치 추구로 인해 환경문제 등 암울한 현실에 직면해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산종사께서 새회상 창건사 서문에 ‘역사는 세상의 거울’이라 쓰셨으니, 과거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봅니다. 

우리나라는 길지 않은 역사 속에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습니다. 이로 인해 온 나라는 폐허가 됐고,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다면 100년 전 원불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전라남도 영광군 길룡리 산촌 벽지에서 자라난 한 평범한 시골의 젊은이가 ‘진리’에 대한 구도와 자각을 얻고 대중을 모아 깨달음의 소식을 전하며 세상을 위한 기도로 원불교를 창건합니다. 궁촌벽지의 사람들을 모아 법을 설하며 그 험난했던 시절에 희망과 상생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산에는 도둑이 없고, 흘린 물건도 줍지 않는 세상이 오리라! 남에게 주지 못하여 한이요, 남에게 지지 못하여 걱정인 세상이 오리라!”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은 세계의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이 되리라!”
“금강이 현세계하니, 조선이 다시 깨어나리라!”

소태산 대종사께서 이런 내용으로 설법을 하면, 제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에게 에게! 우리 종사주 어르신 또 부앙 부앙한 말씀을 하시네!! 또 겁나게 풍을 하시네!”하며 뒷담화를 했다고 합니다. 
 

하나 하나 먼저 깨치고,

실천하는 사람이 미륵불세상의 참다운 주인
일원상 깃발 높이들고 새회상 만난 기쁨 노래하자.

이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그런 ‘부앙 부앙’한 이야기를 하셨던 때는 과연 언제였던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대 아닌가. ‘일제강점기 시대’이자 일본의 ‘민족문화말살의 시대’였고,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험난한 시대 아닌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도 없었고, 우리의 말도, 글도 없는 시대였으며, 나라 잃은 설움 속에서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성도 무시되고 유린되던 그런 시대 아닌가. 또한 전 세계는 대공황으로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시기였음에도 소태산 대종사는 그 ‘부앙 부앙’한 이야기로 우리 제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신 것 아닌가.’

초창기 원불교 역사를 살펴보면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창기 우리의 선진들은 소태산 대종사께 물려받은 뜨거운 가슴으로 그 험난했던 한 시대를 살아가며 엄동설한에도 지게를 지고, 삽질로 바다를 막았습니다. 도탄에 빠진 창생을 위해 서슬 퍼렇게 날 세운 칼을 두고 목숨을 바쳐 기도까지 했습니다.

가만히 현 상황을 돌아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떠한가요. 6.25 한국전쟁 후 불모지와 같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한국의 ‘대중음악’으로 세계를 이끌고, ‘K-콘텐츠’에 전세계가 열광을 하고, 한국의 ‘발전된 산업’을 세계가 주목합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며 부러워하던 일본을 넘어 세계 10대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나라의 순위에는 일본이 8위, 한국이 6위를 기록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세상에서 금강산이 드러날 때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이 드러날 것이요,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드러날 때 원불교가 드러나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모든 원불교인은 소태산 대종사의 피를 이어 받았고, 소태산 대종사의 뜻을 이어가야 할 사명을 가졌습니다. 그러기에 아무리 어렵고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더라도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내 마음에 ‘희망의 불씨’, ‘은혜의 불씨’, ‘진리의 불씨’를 밝히는 일입니다. “만약 이 세상이 종말이 되어, 교당도 없고, 교무도 없고, 교도도 없어지더라도 ‘일원상서원문’ 하나만 있다면 다시금 우리 회상을 열 수 있다!”고 당당히 말씀하셨던 주세불 소태산 대종사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나와 만나는 사람들의 가슴 마다에 소태산 대종사께서 전해주신 그 진리의 불씨, 은혜의 불씨, 희망의 불씨를 전해 주는 것! 바로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자 ‘사명’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이 암울하고 먹먹한 시대에 원불교만큼 확실하고 철학적인 교리와 진리적이고 사실적인 교리를 가진 종교가 또 있을까요. 원불교는 은혜의 세상,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 하나의 윤리, 평화의 윤리, 생태의 윤리를 이 시대에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이 시대 모든 원불교인들은 코로나19의 마지막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 “하나 하나 먼저 깨치고, 실천하는 사람이 미륵불 세상의 참다운 주인이 될 것이다” 하고 외친 소태산 대종사의 뜻과 포부를 상기해야 합니다. 이 가르침은 원불교인의 가슴을 둥둥 울립니다.

이제 우리는 원불교 3대를 마무리하고  4대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이제 세상의 모든 지식은 ‘AI’와 ‘Chat GPT’가 담당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원불교는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인류에게 ‘깨침과 실천’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은혜와 감사 그리고 하나된 메시지를 전하는 ‘축복된’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선두에 서서 일원상 깃발을 높이 들고, 새 회상 만난 기쁨을 노래 불러야 할 사람은 누가 되겠습니까? 바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 우리 모두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소명’입니다. 
모든 원불교인이여! 희망을 노래하고, 우리의 축복된 사명을 기뻐합시다!

/정토회교당

[2023년 3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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