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경 교도.
유원경 교도.

[원불교신문=김도아 기자] 평소처럼 교당에 갔던 날. 갑자기 몸에 힘이 풀리더니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때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모여 쓰러진 그의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 덕에 그는 굳어져가던 몸과 멀어져가던 의식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지금도 아찔한 기억, 그날 이후 유원경 교도(화해교당)는 ‘사은님이 주신 오늘’에 감사하며 살고있다.

그에게 감사를 일깨워준 사람도 있다. 동생을 따라 나가게 됐던 교당. 허나 고된 시집살이와 먼저 남편을 보낸 세월 속에서 시퍼렇게 날 선 그의 마음은 도무지 원불교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그의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당시(원기100년) 화해교당에 부임해 온 정인신 교무였다. “이상하게 교무님에게는 비밀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창피한 줄 모르고 모든 것을 털어놨죠.” 언제나 묵묵하고 다정하게 유 교도의 말을 경청해준 정 교무. 설사 잘못한 점을 털어놔도 스스로 잘못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교무님의 노력에 유 교도도 스며들듯 마음 한 켠을 원불교에 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졸리고 힘들었던 기도가 얼마나 소중해지던지, 마음공부는 하면 할수록 재밌더라고요.”
 

기도와 공부의 재미는 병마를 이기는 힘도 됐다. 갑작스레 그를 덮친 뇌졸중. 병의 여파로 몸 오른쪽에 마비가 왔다. “숟가락도 못 들겠고, 내 맘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이 원망스러웠어요.” 불쑥불쑥 올라오는 원망심, 그럴수록 그는 더욱 원불교에 매달렸다. “몸이 뒤틀리듯 아팠지만, 그래도 일어나서 기도를 했어요. 하루 쉬면 어느새 일주일을 쉬게 되는 게 마음공부라, 하루도 거르고 싶지 않았거든요.” 불편한 몸이지만 보은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교당에 가서 법당청소를 도왔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큰 위기를 또  한 번 피할 수 있었다. 

“하루는 교당청소를 끝내고 집에 왔더니 집 앞에 불이 났었더라고요.” 소방차가 몇 대나 왔던 큰 불이었다. “그때 사은님이 저를 교당으로 부르지 않으셨다면 아마 화마(火魔)에 먹혔을지 몰라요.” 그는 이 모든 게 원불교와 법신불 사은께 올린 기도의 힘이라고 믿는다.

기도로 병의 후유증도 이겨낸 그는 “소태산 대종사님 가르침처럼 재산이 있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 ‘마음부자’가 행복한 것”이라고 했다. “원망은 마음을 갉아먹지만 감사는 마음을 배불려요.” 마음공부가 세상 어느 것보다 재밌다는 그의 마음에 기도가 켜켜이 쌓인다.
 

[2023년 3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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