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만족․행복은 OECD 최하위, 자살률․아동학대 피해는 커져
코로나19 이후 만족과 행복에 대한 관심 커져, 교화는 이로부터
행복 되찾게 할 키워드 ‘도움 청할 사람’과 ‘커뮤니티의 온정’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10점 만점에 5.9점.
2023년 2월, 숫자가 또 한 번 대한민국을 숙연케 했다. 이는 다름 아닌 한국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다. 통계청이 2월 20일 발표한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2021년 우리들의 행복지수는 5.9점 정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36위, 겨우 꼴찌만 면한 최하위다. 

정말 우리의 삶은 불만족스러울까. 은혜와 감사로 넘치는 우리의 삶이, 실제 이토록 불행한 것일까. 삶과 만족에 대한 숫자들을 들여다본다. 

일본과 멕시코보다 낮은 삶의 만족도
이번 조사에 따르면, OECD 국가 전체 평균은 6.7점, 같은 기간 우리보다 낮은 점수는 콜롬비아(5.8점)와 튀르키예(4.7점) 뿐이다. 우리 위에 일본(6점)과 멕시코(6.1점)가 있고, 체코(6.9점)와 미국(7점)과는 1점 이상 차이가 난다. 높은 만족도는 이번에도 북유럽의 몫이다. 1~3위 핀란드(7.8점)부터 덴마크(7.6점), 아이슬란드(7.6점)가 모두 북유럽이며, 그 뒤를 스위스(7.4점), 네덜란드(7.4점), 스웨덴(7.4점), 노르웨이(7.4점)가 뒤따른다. 주로 북반구 국가인 OECD 내에서도 북쪽일수록 숫자가 높은 경향이 있다. 

만족에는 돈이 든다. 소득이 적을수록 삶의 만족도는 낮았다. 2021년 기준 월 소득이 100만원 미만의 삶의 만족도는 5.5점으로 평균보다 0.8점 낮았다. 100만원 단위로 0.1~0.2점씩 꾸준히 상승하며, 500만원 이상을 버는 계층의 경우 6.5점이었다.

사실 이런 결과는 독보적으로 높은 자살률에서 이미 예견됐었다. 우리는 인구 10만명당 26명이 자살하며, 특히 노인 자살률이 높다. 20대 자살사망자는 10만명당 23.5명, 30대가 27.3명인 데 반해, 70대 이상은 무려 48.7명을 기록한다.

아이들의 삶은 어떨까. 이번 조사에서는 아동학대 피해 결과가 충격을 줬다. 2021년 기준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은 10만명당 502.2건으로, 1년 만에 100건 넘게(2020년 401.6건)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아동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영향으로 분석되는데, 조사 이래 최대 숫자다. 또한 아동학대 특성상 숨겨지거나 방치된 경우가 훨씬 많아 염려스럽다는 평이다.
 

본인의 소득 계층 ‘중간 이하’ 청년 83%
낮은 삶의 만족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엄청난 폭탄, 즉 출생률 저하와 직결된다. 국무조정실이 이달 밝힌 ‘청년 삶 실태 조사’는 2020년 제정된 ‘청년통계’로 전국의 만19~34세 남녀를 대상으로 한다. 지난해 기준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아이를 낳을 의향이 있다’는 답변에는 남성(70.5%)에 비해 여성(55.3%)의 답변이 현저히 낮았다. 

결혼에는 좀 더 관대했다. 남성의 79.8%, 여성의 69.7%가 향후 결혼계획은 있다고 답한 것. 결혼에 비해 출산 의지가 확연히 낮은 것은 소득계층과 관련이 깊다. 본인의 소득 계층이 ‘중간 이하’라고 대답한 청년은 전체의 83%였으며, 청년의 절반 이상인 57.5%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캥거루족’이었다. 이들 중 70%는 독립계획이 없고, 그 이유에 대해 56.9%가 경제적 여건 꼽았다. 

실제 청년들의 소득 상황은 어떨까. 청년 취업자 비율은 67.4%로, 임금은 월 252만원 수준이었다. 평균 근속기간은 31.6개월이며, 1년 미만 근속 비율도 32.7%에 달했다. 염려스러운 것은, 각성제나 신경안정제 등 정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경험한 비율이 전체의 5%라는 통계다. 20명 중 1명인 셈. 더구나 이를 오․남용한 경우도 12.1%나 됐다. 

만족과 행복에 대한 세계적 연구 이어져
대체 어떻게 해야 만족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2월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행복 지수가 낮은 한국은 유난히 사회적 고립 수준이 높았다. OECD 38개 국가 중 콜롬비아, 멕시코, 튀르키예에 이어 4위로, 사회적 고립도와 행복 지수는 보통 반비례한다. ‘곤란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구가 친지가 있는가’라는 문항에 한국인의 18.9%가 ‘없다’고 답했다. 큰 돈을 빌릴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7.31%로, 설문을 진행한 2014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 역시 2017년보다 6.10%포인트,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다’는 응답도 15.66%포인트 낮아졌다.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과 커뮤니티의 온정, 이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할 열쇠다.

최근 세계는 만족과 행복을 연구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넘어, 인구감소와 장기불황, 이상기후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 현재의 대한민국에선 가난하면 삶에 만족하기 어렵고, 사회적 고립을 해결하면 행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2023년 대한민국 교화의 힌트가 있다.

마음까지 가난해진 이들에게 마음공부를, 사회적 고립에 우울한 이들에게는 따뜻한 교당생활을 건넬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겐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교화는 바로 여기서 비롯해야 한다. 

누구나 내 삶에 더 만족스러울 권리와 의무가 있다.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다.

[2023년 3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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