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이영애

[원불교신문=이영애] 지난해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는 원불교 문화사회부 프로젝트 ‘감사잘함:생명존중’을 위탁 운영했다. 이를 통해 우리 지역에서 힘들어하는 몇 명을 만나게 됐다. 소개를 통해 상담실을 찾은 내담자는 여러 남매를 둔 아이 엄마였는데, 그는 사고로 인해 한 아이를 잃었다. 경험해 보지 않고는 결코 그 심정을 헤아리기 쉽지 않아 위로도 어려웠다. 

상담에서 상담사의 개인적 종교를 언급하거나 권하는 것은 금기라는 게 기본상식이다. 하지만 마침 내담자 종교가 불교였고,‘상담사의 종교가 원불교’라고 소개했다던 지인의 말도 있어 〈원불교교전〉을 선물했다. 또한 〈대종경〉 천도품을 펼쳐 안내하며 고인이 된 아이의 영혼을 위로할 수 있도록 했다. 

내담자가 상담실을 방문해 문제를 내놓고 이야기한다면 주된 호소의 원인이 어린 시절과 결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담자는 성장과정에서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고, 현재는 단란한 가정에서 여러 자녀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주부였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사고(외상후 스트레스: PTSD)로 인해 어린자녀를 잃고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상태였다. 

상담 설계 후 매주 상담을 진행했다. “운전대를 잡으면 그냥 그대로 사고를 내서 아이 곁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는 내담자. 또한 “구급차만 보면 온몸이 마비되는 듯 얼음이 되어버린다”고 했다. 특히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큰 딸은 아예 말을 하지 않아 내담자의 속을 태웠다. 초등학생 남매였던 자녀들은 학교에서 무료상담을 진행 중이었지만, 엄마가 잠시만 보이지 않으면 수시로 전화를 하거나 불안해하며 예민해지고 산만해졌다. 그의 남편은 일 속에 묻혀 살면서 늦은 시간 귀가하면 자녀들을 괴롭혀 그로 인해 온 가족이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내담자는 매 회기 ‘모래상자꾸미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무의식의 이야기를 알아채고 급속도로 호전을 보이며 많은 안정을 찾아갔다. 마침내 “절대 가지 않을 것 같던 사고현장을 다시 찾았다”는 그는 “올해 농사를 계획하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눈시울을 붉히며 상담을 마쳤다. 그는 이제 ‘떠난 아이’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말한다. ‘너를 너무 빨리 기억 속에 넣어버리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속마음이었다. 

이 가족에게는 어느새 새 생명이 찾아왔다. 올해 5월이면 ‘떠난 아이’의 1주기가 되고, 동시에 다시 예쁜 공주님의 탄생이 기다리고 있다. 엄마가 회복을 보이면서 자녀들도 각자 상담을 진행했고, 학교 선생님이 전화로 호전된 상태를 얘기할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초기에 보였던 우울, 불안, 강박 등에서 벗어나 상담시간에 모래놀이를 마치고 보드게임도 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또 아빠에게도 “아빠도 상담하라”고 권했다고 한다. 

상담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족이 모두 좋아지는 모습을 지켜본 아빠도 함께 올해의 농사계획을 세우고, 부부사이도 예전보다 좋아졌다며 내담자는 고마워한다. 더불어 이 상담을 통해 모두 일원가족이 됐다.

/둥근마음상담연구센터

[2023년 3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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